박영훈, 강동윤, 홍민표, 한상훈, 강유택, 최정, 나현...
한국바둑을 짊어지고 가고 있는 이들 프로기사의 공통점은?
한바연대회 우승자 출신이라는 거!
위에 호명한 기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한바연대회’ 입상자 가운데 프로에 입단한 기사는 무려 116명에 이른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차례 대회를 치러왔으니 지난 20여년간,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젊은 기사들을 모두 키워낸 대회라고 할 수 있다. 그 횟수가 200회. 놀랍다. 만18년 동안 꾸준히 200회의 대회를 치른 행마가! 저력이! 아마 단일대회로는 세계바둑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횟수가 아닐까.
200회 기념 ‘한바연 학생바둑대회’가 12월15일 경기도 군포시 흥진초등학교에서 열렸다. 기념비적인 대회인 만큼 대회창설에 헌신한 초기 원장들과 명맥을 이어오는 데 공헌을 한 관련인사들이 모두 자리했다. 당연히 한바연대회가 배출한 프로기사 20여 명도 한파를 마다않고 기꺼이 걸음해 축하했다.
‘한바연’은 한국바둑발전연구회(1995년 5월 창설)⇨한국학생바둑연맹(2000년 명칭변경)⇨한국중․고바둑연맹(2005년 명칭변경)의 약칭이다.
▲ 한바연 200회 대회 기념촬영.
▲ 한바연대회가 배출한 20여 명의 프로기사가 200회 기념대회에 참석해 함께 축하했다. 앞줄 강병권 3단과 조인선 3단 뒤에 신민준 초단의 모습도 보인다.
최화길 한국중․고바둑연맹 회장은 인사말에서 “200회라는 개최 횟수, 한달에 한번씩 자주 열고 있는 빈도 면에서 그 어떤 스포츠 분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꿈나무들 중 116명이 프로기사가 되었고, 이들 중 일부는 명문대학에 진학하여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중심인력으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어 “한바연대회가 후원사 없이 대회를 개최하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꿈나무들에게 기량을 펼치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한국바둑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일념 아래 운영하고 있다.”고 대회의 개최 정신을 밝혔다.
한바연 학생바둑회는 최강부를 비롯해 1조~10조까지 기력별 대회를 펼치며 각조 상위 8명이 승조(昇組), 하위 8명은 아래 조로 떨어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기원 연구생에 아직 끼지 못한 아래 단계 꿈나무들의 수준을 측정하는 기준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고등학생까지(외국인은 25세까지) 참가하며 한국기원의 연구생은 못 나온다(지역연구생 제회). 이번 200회 대회에는 모두 370여 명이 출전했다.
관심을 모은 200회 대회 최강부 우승은 응암초 6학년 김지명이, 준우승은 잠원초 6학년 금지우가 중고등학교 선배들을 물리치고 초등 차지했다. 둘 다 5승을 기록했지만 승점에서 희비가 갈렸다. 시상은 다음대회 때 한다.
최강부를 연속 3회 우승하면 더는 출전할 수 없다. 첫 졸업자는 11~13회 대회를 내리 석권한 박영훈 9단이며 홍민표 8단이 14~16회를 우승해 그 뒤를 이었다. 최연소 우승자는 초등학교 2학년 때 24회 대회를 석권한 강동윤 9단이고, 최다 우승자는 뜨문뜨문 건너뛰며 4차례나 제패한 이호승 2단이다. (강동윤 9단, 고근태 8단, 배준희 4단도 총 3차례 우승)
한국바둑의 ‘영재 3총사’로 주목받고 있는 변상일-신민준-신진서 트리오의 입상기록을 찾아봤더니 변상일 2단은 127회 때 3위가 최고 기록이고, 신민준 초단도 143회 2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아마 급성장하면서 바로 한국기원 연구생-프로 입단 단계를 거쳤기에 대회 참가횟수가 적었을 것이다. 신진서 초단은 부산에 살아서 참가한 적이 없는지 명단에 없다.
박영훈 9단에 이어 3회 연속 우승으로 ‘한바연대회’를 졸업한 홍민표 8단은 200회 기념식장에서 감회가 새롭다며 “벌써 200회가 되었다는 데 놀랐다. 꿈나무들을 바라보니 한편 뿌듯하다. 지금 한국바둑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데 우리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앞설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4번 우승한 이호승 2단(2013년 입단)은 대회 최다 우승자이기도 하거니와 1995년 2회 대회부터 참가했으니 최장 참가자이기도 할 것이다. “깜놀! 깜놀! 두번 깜짝 놀랐다. 한번은 대회가 어느새 200회나 되었다는 것에. 또 한번은 내가 4회나 우승했다는 걸 오늘 책자를 보고서야 알았다. (웃음) 프로를 꿈꾸는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바둑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자기 기량을 점검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더없는 대회다. 500회, 1000회를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김희용 양천대일도장 원장은 대회 초창기 6년 동안 운영위원장을 맡아 애썼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반상이 아닌 반외의 일화를 꼽았다. “참가인원이 늘어나서 9회 대회부터인가 보라매공원에서 치렀는데 추위가 대단했고 환경도 열악했다. 그때 사회단체에서 활동한다는 한 학부형이 자기 아들이 그 추위에 감기가 걸려 실력발휘를 제대로 못하고 강조(降組) 당했으니 책임지고 보상하라며 1인 시위에 협박까지 해대는 통에 진절머리를 냈던 적이 있다.”며 웃는다.
한바연 200회 대회 기념식에서는 대회를 만들고 이어오는 데 헌신한 분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가 전달되었다. 이 가운데 바둑학원 원장에서 목회자로 독특한 행마를 선보인 전세영 목사가 눈길을 끌었다. 2년전 60세의 나이에 목사가 된 전세영 씨는 2002년까지 분당에서 금호바둑교실을 운영하던 바둑선생님이었다. 김세동, 박정상, 이용찬을 육성한 바 있고 양상국바둑교실 선생시절까지 더하면 가르친 프로기사 수가 훨씬 많아진다.
▲ 전세영 전 금호바둑교실 원장은 목회자로 새로운 행마를 시작했지만 바둑에 대한 애정을 변함이 없어 올 겨울방학에는 교회에서 바둑특강을 할 예정이다.
안양시에서 개척교회인 하늘문교회 목회자로 이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는 전세영 목사는 그렇다고 ‘수담’을 전혀 중단한 건 아니다. 올 겨울방학 기간엔 교회에서 바둑특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주부/성인/학생반으로 주 1회 예정인데 벌써 15명이나 접수했다고. 교인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교회문을 열고 바둑을 가르쳐 보겠다는 건, 사회에는 여전히 바둑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있고, 바둑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작으나마 바둑이미지를 일신하기 위해서, 바둑이 갖고 있는 참 신성을 전도하기 위해서란다. (하늘문교회의 겨울방학 바둑특강은 별도 취재로 소개할 참이다.)
○● 한바연대회의 산 역사, 강준열 고문 - 한바연 사람들② ☜ 클릭
▲ 한바연대회를 거쳐 프로가 된 기사들의 명찰. 누가누가 있을까? 이들의 걸음으로 200회 대회가 더욱 빛났다.
▲ 그동안 누가 우승했지? 난 몇 회에 입상한 거야? 200회 기념기보집의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는 강병권 3단.
▲ 한바연의 프로기사들.
▲ 대한바둑협회 김원 전무가 전대회(199회) 각 부문 입상자들에게 시상하고 있다. 한바연대회의 시상식은 차기대회에 한다.
▲ 200회 대회는 바둑특성화 학교로 유명한 군포시 흥진초등학교에서 열렸다. 눈이 쌓인 운동장을 대회참가 차량들이 가득 채웠다.
▲ 축사를 한 조상연 의왕초등학교 교장은 직전 흥진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할 때 바둑특성화 교육을 실시해 주목을 끌었던 주인공이다.
▲ 1996년~2005년까지 한바연 2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학생바둑 발전에 기여한 차수권 7단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 옆얼굴 모습이 이동훈 2단을 쏙 빼닮은 어린이. 머지않아 이동훈 못지않은 기사로 크리라.
▲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대회장에 동행한 학부모들. 학부모들의 자녀 바둑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는 한 한바연 바둑대회는 주욱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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