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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둑대회에서 먹는 짜장면 맛이란!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나선 바둑대회 나들이. 대회 현수막 아래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시켜먹는 짜장면 맛이야말로 꿀맛 아닐까? |
이만한 대회장이 또 있을까? 6회 김삿갓배 전국바둑대회가 열린 양주시별산대 놀이마당을 보고 입이 턱 벌어졌다. 우리 바둑계도 이런 전용대회장이 있었으면…, 부러울 따름이었다. 함께 대회장을 둘러본 박성균 아마7단은 “양주시에 이곳을 바둑경기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건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기지방의 대표적인 탈놀이인 양주 별산대놀이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2호다. 산대(山臺)란 무대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양주시 유양동에 있는 이 공연장은 3,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현대식 원형 야외공연장으로 지어졌다. 지면 아래로 움푹 들어앉은 놀이마당 한가운데에서 천정을 쳐다보면 건축디자인이 삿갓 같기도 하고 패랭이모자 같기도 한 형상이다. 김삿갓과 바둑과 대회장소가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이 툭 터진 야회경기장이라 개방된 느낌을 그대로 받으면서도 지하로 내려앉게 설계한 원형무대의 특성으로 실내게임인 바둑을 소화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덕분에 실내공간에 갇히지 않고 마치 야외 나들이마냥 즐기는 가족대회가 되었다.
▲ 대회장으로 쓰인 양주시별산대 놀이마당 전경.
▲ 객석 돌계단에 빙둘러가며 걸터앉아 바둑두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체로 장관이었다.
▲ 공연장만으로는 부족하여 야외 공원에도 천막을 치고 바둑대회장을 만들어야 했다.
김삿갓배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상장을 가장 많이 주는 대회라는 점이다. 무려 25개 부문으로 잘게 나눠 기력차이에 따른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경쟁보다는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썼다는 얘기다. 최고 우승상금이 100만원에 불과하지만 경기도지사상을 비롯하여 경기도교육감상 등 학생들로서는 학교에서 다시 시상식을 열어줄만한 무게 있는 상장이 많다. 25개 부문에서 각 4위까지 상을 준다고 하면 이만도 100명이다.
▲ 나도 받고 싶다! 국가유공자나 받을 법한 금박 훈장이 떠억 걸린 상장. 절로 받고 싶은 욕심이 들지 않는가.
▲ 이런 값진 상을 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지역 도의원을 지내며 김삿갓배를 만들었고 1, 2대 양주시바둑협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흥규 전(前)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기관마다 찾아다니며 끌어낸 '마당발 젖동냥(?)' 노력 덕이라고. 사진은 학생1부 중등부 시상 장면.
대회예산은 여타 전국대회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가장 알찬대회라는 소리를 듣고, 더군다나 올해는 같은날(9월8일) 인천시장배와 겹쳤지만 무려 600여 명의 참가자가 줄을 이은 건 다 이러한 김삿갓배의 특징과 저력 덕이다. 온가족이 즐기는 대회, 6회 김삿갓배의 이모저모를 영상으로 스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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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나들이 바둑대회란 이런 것! 양주 김삿갓배에 가면 돗자리 깔고 맛있는 김밥도 먹고...가족 티셔츠를 맞춰 입고 부모자식이 나란히 앉아 즐기는 바둑휴일의 풍경을 볼 수 있다.
▲ 바둑두는 아빠는 만점아빠!"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아들의 바둑을 복기하고 코치하는 아빠. 아예 접이식 바둑판도 준비해 왔다. (아빠) "이곳은 뒷문이 열린 곳이잖아." 2라운드를 두러 나가는 아들에게 짧고 굵은 한마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석호야, 삭감은 어떻게?" 아들이 힘차게 호응한다. "적당히!" 학생최강부에 출전한 방석호 군 가족의 모습이다.
▲ 바둑 코치만 아빠의 역할이 아니다. 큰아들이 대국하는 동안 나머지 어린자녀들과는 함께 잠자리, 나비를 잡는 곤충선생님 역까지(나중에 다 놓아줌).
▲ 일인다역 하시느라 피곤한 아빠. 막간을 이용해 잠시 달디단 오수까지 즐기고...
▲ 대국장 바로 옆에는 수백년 된 아람드리 느티나무와 은행나무가 서 있는 양주향교가 있다.
▲ 이날은 마침 추기석존대제봉행(秋期釋尊大祭奉行)을 지내고 있었다.
▲ 바둑과 독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 바둑두는 아이들은 인내심이 좋다. 바둑두는 부모들 또한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 다정한 바둑연인 젊은 연인은 바둑대회장이라 하여 낯을 가리지 않는다. 남자친구는 대회에 참가하고 여자친구는 종일 곁에서 노골적인(?) 응원을 마다 않는다.
▲ 오빠, 이기고 있어? 잘 두고 있는 거지? 여기까지는 참말 아름다운 행마다.
▲ 그러나 이건 좀...ㅡㅡ;; 끝까지 남아 함께 참가한 동료를 응원하는 건 좋지만 너무 이러시면 오히려 친구가 실족하지 않을지...^^;;;
▲ 바둑대회 때마다 심심찮게 보는 투혼의 승부사들.
▲ 곽웅구(왼쪽) 씨와 대국하는 임연식 씨도 오랜만에 볼 수 있었고...
▲ 아, 오늘의 최고 투사는 오른쪽 바로 이 분! 한웅큼 휴지로 코피를 틀어막고 대국에 여념이 없는 이 모습!
▲ 바둑대회에 왜 참가하냐고? 오래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걸음한다. 왕년의 맹장, 이용호 아마7단(오른쪽)은 물론이고
▲ 프로에서 은퇴한 홍태선(오른쪽) 사범과 대각선에 최욱관 사범도 볼 수 있고
▲ 중년의 이 멋쟁이 신사는 뉘신가? 신병식 아마7단도 걸음했네.
▲ 바둑판 앞에서는 아직도 청춘이지.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 민영신 (79세) 양주시노인회장.
▲ 우와~, 이게 우승 트로피야?
▲ 거위의 꿈 지금은 뒤뚱대고 날진 못해도...비록 오늘은 양주골쌀 4킬로그램짜리를 받아가나 나도 언젠가 저 트로피를 받을 날이...
▲ 대회는 끝나도 우리의 대국은 끝나지 않았다오! 일반부 갑조 결승전 역시 단상에서 벌어진 시니어부 결승 못지 않게 늦게 끝났다. 왼쪽의 텅빈 공간을 보라. 모든 좌탁이 치워진 순간에도 반상의 접전은 계속 이어졌다. 우이동에 거주하는 허제헌(37세) 씨가 김재환 씨와의 사투를 1집반 승으로 끝냈다.
▲ 일반부 갑조 결승 내내 김혜민 프로7단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빙 둘러서 관심을 보였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김혜민 7단이 지도사범인 '싸이월드 2030바둑클럽' 회원들이었던 것.
대국이 어두워지도록 늦게 끝나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회원 한명이 대국이 끝나자 마자 우승한 허제헌 씨에게 즐거운 비명(?)을 꽂는다. "엄청 민폐 끼친 거 알지?" (우승자) "근데 너 왜 여즉 집에 안 갔냐?" "헐...안산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구만..." 이날밤 이들에게 우승상금이 얼마냐는 중요하지 않았을 테다. 우승상금 액수를 따져 뒷풀이할 분위기가 아니었으므로. 이 또한 바둑대회가 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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