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학초배, 부산 롯데배, 서울의 세실배 같은 전통의 아마대회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금 전국에서 가장 명성 높은 대회를 꼽으라면 어느 대회를 들겠는가? 대다수 바둑인은 함양의 노사초배를 주저 없이 말한다. 6년 전, 인구 고작 4만 명을 웃도는 군에서 만든 대회에 어찌하여 전국각지 바둑을 좋아하는 이들이 집결하는 것일까.
예전의 바둑대회는 주로 기업이 후원하여 만들었다. 하지만 요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편으로 더 많이 만든다. 말하자면 영화제처럼 지역축제의 하나로 자리해 가고 있는데, 이 중 함양의 노사초배만큼 특화되고 차별화에 성공한 대회가 있을까. 구한말을 대표하는 기사, 노사초 국수를 내건 브랜드(대회명)가 큰몫을 하고 있다. 어린이 부문이 있긴 하나 노사초배는 기본적으로 성인 애호가들의 바둑경연에 더 비중을 두는 대회다. 올해로 6회째를 맞지만 전국에서 강자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는 대회로 자리했다.
6회 노사초배에 출전하는 아마고수들에게 물어보았다. 노사초배에 참가하는 첫번째 이유를 말한다면? 노사초배의 어떤 점이 나를 이끄는가?
임동균 7단 “그간 일정이 나지 않아 이제야 처음 참가했다. 우리 바둑계에 큰 획을 그은 분이니 바둑인으로서 반드시 한번은 와봐야 할 곳이란 생각에 왔다.”
심우섭 7단 “즐거우니까, 바둑대회는 축제니까 참가한다.”
김세현 7단 “놀러왔다. 바둑친구들이 많이 오는 대회다.”
박창명 7단 “2년전 처음으로 우승한 대회여서....”
김정우 7단 “이유는 없다. 대회는 다, 항상 참가한다.”
박성균 7단 “연어가 본능으로 회귀하듯 노사초 국수의 고장이란 점이 매력적으로 작동하는 거 같다.”
송홍석 7단 “아마국수전과 더불어 노사초배는 우리나라 노(老)국수를 대표하는 노사초 선생의 바둑을 기리는, 아마추어의 상징성을 지닌 대회 아닌가. 참가 자체로 의미가 있다. 다른 대회는 출전 못해도 해마다 이 대회만큼은 오고 있다. 번번이 초반 탈락해 아쉽기는 하지만...”
김향희 대학바둑연맹 부회장 “우선 가까우니까. 부산에서 4팀의 여성팀을 꾸려 왔다. 16강까지 상금을 주는 것도 매력(?)이다. 아마추어 대회가 대부분 우승자에게만 상금이 집중되고 있는데 적더라도 더 많은 이에게 돌아갔으면 한다. 그래야 참가하는 맛이 더 나지 않겠나.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상림(上林)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노사초배에 오는 즐거움이다.”
▲ 왕년의 맹장들이 모두 모였다. 김세현 7단(왼쪽)과 조민수 7단이 첫판에서 만났다.
▲ 박성균 7단(왼쪽) 또한 '박국수'로 통하는 바둑. '포항의 호랑이' 박강수 7단과 반갑게 조우. 노사초배는 전국의 내노라하는 강자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제6회 노사초배 전국아마바둑대회가 8월24일 오후2시 함양군 고운체육관에서 개막했다. 40세 이상 시니어 최강부와 19세 이상 주니어 최강부를 비롯한 전국부문 5개와 경남어린이부문 6개 등 모두 11개부에 45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개막식에서 내외빈을 소개할 때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한 임창호 함양군수는 대회사에서 “선비의 고장 함양에서 여섯 번째 열리는 노사초배를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특히 “두뇌개발에 유익한 스포츠로 각광받아온 바둑은 우리 군내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널리 퍼지고 있다. 사초선생의 실력을 능가하는 실력자가 머지않아 함양에서 또다시 배출될 것”을 기대했다.
축사를 한 신성범 국회의원은 “노사초배가 바둑동호인뿐만 아니라 함양군민들의 화합과 소통에 기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짧은 일정이지만 함양의 문화도 함께 체험해 보시라.” 권했다.
대회 첫날 예선전은 조별리그로 8강까지 뽑고, 8월25일 대회 이틀째는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린다.
▲ 개회식에서 대회사와 축사를 한 임창호 함양군수(왼쪽)와 신성범 국회의원.
▲ 개회식에서 함양군 바둑협회 고영희 회장이 내셔널리그 함양군 선수단에 격려금을 전달했다. 심재용 감독, 최호철, 이현승, 전준학, 박형진, 박한솔이 함양선수로 뛰었다.
▲ 노사초 국수의 며느님인 이정호 여사와 장남(손자) 노철환, 사위 한종훈 포항공대 교수가 소개되었다. 노사초 후손은 매년 대회 후원금으로 500만원을 기탁하고 있다.
▲ "지금부터 대국을 시작해 주십시오!" 박진열 심판위원장이 대국규정과 대국개시를 선언하면서 함양에서의 즐거운 바둑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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