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무관의 위기까지 몰리며 기사 생활 중 가장 저조했던 성적을 보이기도 했던 그가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무서운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승행진을 바탕으로 십단 타이틀을 가볍게 접수해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이창호 9단. 대국이 끝나고 활짝 웃는 얼굴로 인터뷰하는 모습 속에서 2008년 그가 거둬들일 수확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창호 9단과의 짤막한 대화를 소개한다.
십단전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 한 마디 안 들을 수 없는데 지금 기분은 어떤가?
올해 시작부터 우승을 하게 돼 무척 기쁘다. 최근 몇 년 동안 연초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는데 성적이 이렇게 좋게 나온 것은 나도 의외라 생각한다. 편안한 마음가짐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는 듯 하다.
2국은 어땠나? 간단한 총평을 한다면?
초반 포석이 처음 나오는 모양이라 굉장히 어려웠다. 중반에서도 쉽지 않은 싸움이 지속됐는데 목진석 9단이 중요한 장면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해주는 바람에 이길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운이 좋았다.
이 대국 승리까지 17연승이다. 연승행진을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다 보는가?
연승은 생각도 못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은 성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좋은 성적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팬들은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과의 만남을 무척 기다리고 있다. 언제쯤 이세돌 9단과 만날 것 같은가?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이세돌 9단과 언젠가는 만날 것이다. 두게 된다면 팬들에게 좋은 내용으로 보답하겠다.
작년엔 무관까지 떨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고 전체적으로 성적이 가장 안 좋았던 한 해였다.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이창호 9단의 이런 모습을 많이 기사화하기도 했는데 저조했던 성적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글쎄…. 성적이 안 좋았던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마음을 편히 먹자는 것과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체력관리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 것 같다.
많은 팬들이 이창호 9단의 결혼을 원하고 있다. 올해 결혼 계획은 없는가?
아직까지는 없다. 가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웃음).
독신주의자가 아닌지 의문을 갖는 팬들도 있는데 그건 아닌가?
그건 절대 아니다(웃음).
국내에 프로기사 커플이 몇몇 있다. 이창호 9단은 같은 동료기사와 결혼해 볼 생각은 안 해봤는지?
그런 생각은 잘 못해봤다.
얼마 안 있으면 농심배 3차전이 열린다. 이번엔 주장으로 나가지 않고 4장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도 들었는데?
나야 주장보다는 4장으로 나가는 것이 맘이 편하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 선수단과 얘기를 하고 그 때가서 결정할 것 같다.
이세돌 9단이 한국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다시 1위를 탈환하고픈 욕심은 없는지? 있다면 올해 안에 1위를 탈환할 자신은 있는가?
이세돌 9단의 성적이 워낙 좋아 점수차이가 꽤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분간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시합에 참여해 두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고 즐겨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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