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의 참여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한 명인전. 국내기전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의 거액 우승상금을 내걸어 많은 기사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다. 본선 무대에 오른 10명 중 과연 어떤 선수가 첫 수혜자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할는지.
10명이 풀리그로 치르는 긴 승부이지만 최종 결승에 오르려면 매판을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대국에 임해야 할 것이다. 장면은 이창호(백)-조한승의 대국.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 본선리그
백: 이창호 9단(1승1패)
흑: 조한승 9단(1승1패)
장소: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
날짜: 2007년 4월 23일
결과: 205수 끝, 흑불계승
장면 (승착이 패착?)
미세하지만 백이 약간 앞선 가운데 맞은 종반. 이창호 9단은 우하귀쪽 젖혀 있는 선수 끝내기를 둔 다음, 한눈에 들어오는 큰 끝내기 우상귀마저 젖혀 있고 승리를 확신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백11이 패착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말았으니….
참고도1 (꽃놀이패)
흑1에 끊는 수는 프로라면 한눈에 들어오는 맥점. 여기서 백2로 넙죽 받아먹는 프로는 없겠지만 백2면 흑3 먹여침에 큰 일 난다. 흑5까지 흑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꽃놀이패이므로 바둑도 여기서 끝장이다.
참고도2 (흑1, 백2 모두 잘못)
흑도 먹여치는 수를 먼저 두면 안 된다. 물론 상대가 별 생각없이 백2로 따내주면 흑은 원래 바라던 바를 이룰 수 있다. 수순만 바뀔 뿐이지 백은 패를 피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백2로 받아준다는 전제에서 나온 밑그림이다. 애초 백2로 정확한 수로 받는다면 백은 무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도3 (꼭 익혀두자)
흑1엔 백2로 가만히 빠지는 수가 침착한 대응이다. 이어 흑3에 끊어 수를 내려고 하더라도 마땅한 후속타가 보이지 않는다. 바둑에서 수순이 얼마만큼 중요한 지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실전에서 아주 잘 나오는 형태이므로 아마추어 분들이 잘 익혀두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으리라.
참고도4 (진정한 묘수 흑3)
지금까지 변화를 통해 흑1은 좋은 맥점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백은 2로 잇는 한수. 이것으로 왼쪽은 당장 수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흑3에 붙이는 두 번째 묘수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한방에 백은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다. 우선 백4엔 흑5가 정확하게 수를 내는 길. 백6 불가피한 보강을 기다려 흑은 7, 9로 손쉽게 연결하며 수를 늘인다. 이것으로 이 일대 백 대마는 모조리 죽고 만다.
참고도5 (역시 백대마 몰살)
흑3에 대한 다른 변화. 위쪽이 여의치 않아 백4로 아래쪽을 젖히더라도 수는 난다. 흑7에 먹여치며 선수로 수를 늘이면 결국 흑이 한수 빠른 수상전이다. 앞서 보여드린 <참고도>와 같은 결과라 하겠다.
참고도6 (대마 살려도)
그나마 백6으로 물러서면 대마 전체가 죽을 일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위쪽 백돌이 대가 없이 죽어버려 바둑을 지기는 마찬가지다.
실전진행1 (천지대패 발생)
조한승 9단도 실전에서 흑1, 3의 묘수를 찾아낸다. 국후 이창호 9단은 이 수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기발한 묘수가 아닌가.
흑5에 백6은 최강수. 앞서 보여준 <참고도> 중 어떤 것이든 바둑을 지기에 다른 선택은 없다. 결국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패가 발생한다. 흑으로서는 역전을 눈앞에 둔 셈.
참고도7 (대마 몰살)
실전진행 중 백6 대신 그림처럼 백1로 오른쪽 단점을 잊지 못한다. 흑2로 연결하는 수가 있어 대마가 ‘찍 소리’ 한번 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보여준 <참고도4>와 수순만 바뀌었을 뿐이다.
실전진행2 (짜릿한 역전승)
천지대패라 백은 흑의 어떤 팻감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흑은 덕분에 좌상귀에서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다. 잡혀 있던 흑 두점이 거꾸로 백을 잡는 엄청난 이득! 백이 우상귀에서 한점을 선수로 잡는 것으로는 잃은 실점을 만회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창호 9단은 몇 수 더 진행을 하다가 돌을 던지고 만다. 숨겨진 멋진 묘수를 찾아낸 조한승 9단의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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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꿩뫼
장단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