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8월 현재 세계랭킹 1위는 중국의 19세 커제 9단이다. 우리나라의 가수 박진영을 많이 닮은 듯도 보이고 한편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을 더 닮은 듯도 보인다. 바둑 실력도 실력이지만 톡톡 튀는 개성에 타고난 달변까지 스타성이 철철 넘쳐, 겸손이 몸에 밴 바둑계에서 판에 박힌 인터뷰에 식상한 팬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1월 당시 삼성화재배 4강, LG배 8강, 몽백합배 4강에 올라 있던 커제에게 "이 가운데 몇 개 우승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워 보이는 장면이다. 적어도 한개 대회는 우승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인데, 다른 사람도 아닌 커제가 이런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오만한 자신감(?)으로 비쳐졌다. 이후 커제는 무서운 기세로 삼성화재배·백령배에 이어 몽백합배까지 거머쥐며 세계대회 3관왕에 올라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세계대회 3관왕은 2009∼2010년 중국의 쿵제(孔杰) 9단(삼성화재배ㆍLG배ㆍ후지쓰배)이 달성한 후 5년 6개월 만에 세운 기록이다.

▲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 직후 한 인터뷰에서 '자기보다 젊은 후배기사가 두었더라면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젊은 후배로 꼭 집은 기사가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이다.

“알파고가 잘 두는 것은 맞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내가 기계라는 점을 의식해서 심정적으로 흔들린 부분도 있고,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욕심을 부렸어요. 만약 내가 아니라 젊은 프로기사인 박정환 선수가 뒀다면 충분히 이겼을 겁니다.” (- 중앙일보 정아람 기자와 나눈 인터뷰에서)

▲ 일본의 절대강자 이야마 유타 9단. 2016년 4월20일 제54기 일본 십단전 타이틀까지 따 일본바둑 역사에서 처음으로 7대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한 주인공이 됐다. 일본기전 상위순위(1위부터 7위까지) 타이틀인 기성·명인·본인방·왕좌·천원·기성(碁聖)에 십단까지 한손에 움켜쥐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렇지만 일본에서의 독보적인 위상과 달리 국제무대에서는 한국과 중국에 밀리는 모습인데 실은 이게 일본바둑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모양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일본바둑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한국과 중국처럼 실전적인 힘바둑을 구사하는 몇 안되는 일본기사로, 일본 국내기전에 전념하지만 말고 세계대회에 전력을 쏟는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릴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