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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뭄 끝에 찾아온 달콤한 소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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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뭄 끝에 찾아온 달콤한 소낙비!
| 김상우 2008-07-01 오전 04:53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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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천원전이 열리기 전까지 원성진 9단과 구리 9단의 상대전적은 원성진 9단이 5전 전패를 당하며 상당한 열세를 보였다. 아무리 구리 9단이 중국랭킹 1위라 하지만 국내 정상급 기사인 원성진 9단으로선 자존심이 한껏 구겨져버린 결과다.
더 이상 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한다면 병아리 때 쫓긴 닭, 장닭 돼서도 쫓긴다는 옛말이 사실로 굳어질 판국인데 한중천원전은 그동안의 패점을 보기 좋게 만회하는 화끈한 설욕전이 됐다. 구리 9단의 과속질주를 단 한 방의 카운터펀치로 KO시킨 원성진 9단의 승전보를 집중조명으로 다시 감상해보자.
제12회 박카스배 한중천원전 2국
○원성진 9단 (한국)
●구리 9단 (중국)
장소: 제주시 그랜드호텔
날짜: 2008년 6월 26일
결과: 236수 백불계승
장면1 (흑의 다음 한 수는?)
구리 9단의 흑이다. 무지막지한 살상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구리 9단은 백보다는 흑을 잡았을 때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한다.
초반 우변에서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백대마가 구리 9단의 입맛을 돋우고 있는 장면으로 흑3으로 붙여 백대마 조준사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4로 얌전히 받을 수밖에 없을 때 구리 9단의 다음 한 수는 어디였을까?
실전진행1 (거친 태클)
구리 9단이 들고 나온 수는 흑1의 거친 태클이었다. 프로들에게 직접적인 공격은 확실한 자신감이 없으면 섣불리 결행할 수 없는 금기사항이지만 구리 9단의 손길은 거침이 없다. 그러나 깜짝 놀랄만한 이 한 수는 원성진 9단의 멋들어진 방어책이 터져 나오면서 지나친 자신감이 낳은 경솔함으로 판명된다.
백4로 몰고 흑5로 나올 때 백6으로 씌운 수가 구리 9단의 예봉을 철저히 빗나가게 한 수로 흑은 백8까지 무얼 얻었는지 의문이다.
참고도1 (흑의 야릇한 상상)
백이 만약에 아래쪽으로 젖힌다면 흑은 애초 원하던 의도를 제대로 관철시킨다. 흑3의 따가운 일침에 백은 탄력 좋던 모양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리고 똘똘 뭉친 무거운 모양으로 전락해버려 이 그림은 백이 된통 당한 결과다.
참고도2 (더 별 볼일 없다)
실전진행은 어쩔 수 없다. 기세라면 흑7로 뚫고 나와야 하지만 백12 이하 버림돌 작전이 굉장히 통렬하다. 흑은 빵따냄을 두 번이나 연타했지만 지금은 중복에 가깝다. 이럴 요량이었으면 애초 흑▲와 백△의 교환도 이상해진다. 선수를 잡고 백14로 뛰어선 누가 봐도 백이 주도권을 쥔 모습이겠다.
참고도3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축구마니아로 잘 알려진 구리 9단이 대국 전날 밤 유로2008 준결승전을 보느라 뜬 눈으로 밤을 새웠는진 알 수 없다만 좋은 컨디션이 아닌 것은 반상의 수들이 잘 말해준다.
돌이켜보면 직접적인 공격보다 흑1로 하변을 파괴하면서 서서히 두는 것이 유력했다. 백은 A로 젖히고 싶지만 흑이 B로 되젖히면 다음 수가 궁색하다. X방면이 모조리 축머리로 듣고 있어 함부로 대응하다가 백대마가 호되게 몰릴 수 있다. 흑5까지는 필연적인 수순이다.
장면2 (통렬한 역습?!)
헛물을 켰지만 아직까지 공격이 끝난 것은 아니라 주장하면서 흑1로 붙여간다. 흑7로 강하게 젖혀갔을 때가 국면의 전환점으로 백8의 선수교환다음 백10으로 끊어간 수가 예상하지 못한 강타였다. 원성진 9단이 준비한 이 수는 과연 통렬한 역습이었을까?
참고도4 (단순하게 대응하면)
말 그대로 순진하게 대응하면 흑이 쫄딱 망한다. 몇 수 앞만 내다보면 충분히 볼 수 있는 그림으로 백△와 흑▲의 교환 때문에 절묘하게 흑이 잡혀버린다.
참고도5 (공수가 뒤바뀌다)
그냥 흑1로 뻗는 것도 백의 주문이다. 백4와 6의 알뜰한 선수교환으로 백모양을 두툼하게 정비해놓고 백10으로 한 칸 뛰어버리면 이젠 누가 누구를 공격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단 한 순간에 백이 칼자루를 빼앗아버렸다.
참고도6 (기회를 제공할 뻔)
하지만 끊어간 수는 흑의 반격수단을 철저히 분석하지 못한 수읽기 에러로 전락할 뻔 했다. 이하 수순에서 볼 수 있듯이 흑3으로 쭉쭉 밀어간 다음 5로 가만히 이어간 수가 백의 과욕을 꾸짖고 있다. 백6이 어쩔 수 없을 때 흑7로 찝어가는 수가 짜릿하다. 백모양을 선수로 무너뜨린 다음 흑9로 날라 하변침입과 중앙 백대마를 맞보기로 노렸으면 되레 백이 곤란했다.
실전진행2 (골문 앞에서 헛발질)
“허걱! 저도 한 무식 하지만 구리 9단은 정말 못 말리겠네요. 저 수가 가능합니까?”
사이버오로 해설을 맡은 최철한 9단의 말처럼 흑7로 찝은 수는 불행의 씨앗이 된 패착에 가까운 수였다. 흑5까지 골문 앞으로 잘 몰고 왔는데 흑7로 헛발질을 해버렸으니 원성진 9단으로선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실전진행3 (우변이 초토화되다)
다음 수순들은 필연적인 진행이다. 흑2로 중앙을 뚫어버렸지만 백5의 날카로운 비수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 5로 폐부를 찔러 들어가자 흑은 우변을 두지 못하고 우하귀를 돌보기에 정신없다. 이 장면에서 바둑이 끝났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도7 (우변은 살리기 힘들다)
우변은 살리는 뒷맛이 있긴 하지만 거의 반 죽어있다 봐도 괜찮겠다. 백10으로 끊어가 백대마를 살리는 수가 우하귀 사활관계상 선수로 듣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백10의 수에 흑이 우하귀를 손 뺐다가는 백A로 젖혀 이하 C까지 꽃놀이패를 만들 수 있다. 우하귀를 후수로 손질할 사이 선수로 다른 곳을 점령한다면 이건 흑이 한 수 쉰 꼴이다.
장면3 (현명한 판단)
우변이 유린당하자 이젠 흑이 기대를 걸 수 있는 노다지 땅은 중앙밖에 없다. 중앙을 금싸라기 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흑1의 붙임이 날라들었는데 여기서 원성진 9단의 현명한 판단이 승리에 쐐기를 박아버린다.
참고도7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흑이 기대하는 것은 이하 흑13까지의 그림이다. 하변을 굳혀주었지만 중앙모양이 확 살아나선 갑자기 쉽지 않은 국면이 된다. 백은 다음 한 수로 중앙을 삭감해 들어가야 하는데 구리 9단의 저돌적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이건 어느 정도의 모험을 각오해야겠다. 백△는 더 이상 무사귀환이 힘들다.
실전진행4 (실리는 내주더라도)
원성진 9단의 데이터는 오류가 없었다. 괜한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싹싹하게 하변을 살려준다. 하변을 살려줬지만 두터움을 쌓아 흑의 중앙 발전성을 깡그리 지워버린다면 수지타산이 들어맞는다는 계산이다.
이후 수순을 보면 잘 알겠지만 원성진 9단은 나중에 백A로 나와 B로 막을 때 C로 끊는 카운터펀치를 작렬시키면서 구리 9단의 의욕을 말살시킨다. 의외로 흑모양이 엷었다는 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참고도7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의 가치를 살렸다는 발상이 대단하지 않은가? 5연패의 수모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화끈한 KO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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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주무 |
｜ 2008-07-02 오전 8:4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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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원성진 사범 정말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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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리통 |
｜ 2008-07-01 오전 11:3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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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원성진~ 잘 생긴 원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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