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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유단자부에 참가한 둘째아들 쥬이 밍 보(왼쪽)의 대국을 유심히 관전하고 있는 어머니 티 단 하 씨. |
충남 공주시에서는 2013 무령왕배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가 한창이다. 낮에는 간헐적으로 장대비가 쏟아져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대국 분위기를 식혀주기도 했다.
대회취재를 하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아니 바둑기자 생활 처음으로 목도한 이 장면!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엄마가 어린 아들이 대국하는 옆에 서서 한 수 한 수 기보를 뜨고 있다. 외국 어머니의 치맛바람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 사진의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온 아홉 살 바둑소년 쥬이 밍 버(DUY Minh Vo)와 어머니 티 단 하(THI DAN HA, 44세) 씨.
그런데 쥬이 밍 버 소년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 골똘히 생각해 보니 사이버오로에 두어 번 소개되었던 보 녁 밍(VO NHAT MINH, 11세, 한국나이로는 12세다)과 판박이였다. 베트남 최초의 프로기사 꿈을 안고 올 여름 권갑용도장에 입문한 그 베트남 소년이 이번 대회에 나온 줄 알았다. 한번 비교해 보시라. 착각할만 한지, 안한지, (가뜩이나 외국인, 그 아이가 그 아이처럼 보인다. ㅡ.ㅡ;;; )
▲ 왼쪽이 한국에서 바둑공부를 하고 있는 형이고, 오른쪽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동생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더 어린 티가 난다. 그랬다. 보 녁 밍의 바로 아랫동생이었다. 형제만 셋인데 막내 덕 밍(DUC MINH)도 바둑을 둔다. 여섯 살이라고 한다. 이제 바둑인구 3000명에 불과한 불모지 베트남에서 아들 셋에게 바둑을 배우게 한 어머니. 큰아들은 한국에 유학 보냈고, 이번엔 둘째를 데리고 한국대회에 참가했다. 뒤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한화생명배에까지 참가하고 돌아갈 예정이다.
바둑은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처음 배웠다고 한다. 거기서 장기나 체스뿐 아니라 바둑도 가르쳤다. 큰애가 여섯 살 때 손을 잡고 가선 처음엔 남들처럼 체스를 배우게 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둘째아이가 바둑에 먼저 흥미를 느끼고 일주일 일찍 배웠고, 첫째도 따라가며 모두 바둑으로 전향했는데, 베트남에서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강욱 프로의 말에 따르면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하니 어머니의 안목과 교육열이 보통은 아닌 듯하다. 어떻게 아들 셋 다 바둑 가르칠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첫째가 본격적으로 하니 자연 아래로 줄줄이 하게 되더라”고 답한다. (사진 왼쪽 여성은 한국대학연맹 김향희 부회장. 태국의 한 바둑대회에 참가했다가 알게 된 후 친구로 지낸다며 친구를 보기 위해 기꺼이 달려와 통역 등 이것저것 도와주었다.)
어머니는 영어교사다. 베트남의 방학은 두 달 반이나 되어서 함께 걸음할 수 있었다고. 권갑용도장에서 공부하는 큰아들은 제주도 수련회에 가 있어 서울에서나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둘째 쥬이 밍 버도 형 못지않게 바둑을 잘 둬 호치민 시 11세 미만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이제 아홉 살인 데도 '매~우' 세서 11세 이상 그룹에나 참가를 받아준다고 한다.
그런데, 기보를 적던데 그렇다면 어머니도 상당한 기력? 바둑은 애들 배우는 데 같이 가면서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고 기력은 베트남 현지에서 8급 정도로 통한단다. 둘째에게 몇 점 놓으냐고 물으니 까무잡잡한 얼굴에 하얀 이를 살짝 내보이는 웃음을 잔뜩 버무려 “9점”이라 말한다. 초등유단자부에 참가한 2단 아들의 바둑을 9점 깔고 두는 어머니가 기보(棋譜) 하는 열성이면 머잖아 지성이면 감천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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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무령왕배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백제체육관에는 쥬이 밍 버의 베트남 모자(母子) 말고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중국에서 온 여러 가족이 보였다. 자녀 보호자로 동행한 어머니들은 바둑을 둘 줄은 몰라도 한국문화를 즐겼다. 대국 첫날 저녁에 잡았던 마리아 아동센터 난타 동아리 ‘단’의 공연이 급작스런 우천 예고로 스위스리그 2국이 끝난 후 대회장에서 펼쳤다. 3회전 들어가기 전 막간공연을 한 셈인데 다들 강강수월래를 하며 신명난 한국전통문화를 보고 듣고 느꼈다. 이 역시 영상에 담았다.
▲ 우천 예고로 대회 중간에 펼친 어린이 난타 공연.
▲ 어린이 혼성 응원단의 멋진 율동도 펼쳐졌다.
▲ 공연 대미는 관객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하나 된 강강수월래.
▲ 베트남 어머니도 우크라이나 어머니도 다 함께 강강수월래~
▲ 다시 대국 재개. 예쁜 머리띠를 한 소녀도 보이고.
▲ 우크라이나에서 온 소년도 보인다.
▲ 공주시민부에 참가한 어른들도 여름날 정자에 모여 바둑 한판 두듯 즐겁기만 한데.
▲ 대국을 끝낸 아이들은 한켠에서 세계 각국 보드게임과 알까기를 즐긴다.
▲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온 한 가족은 아이가 둔 바둑 복기에 여념이 없고.
▲ 대진표 앞에서 "언니 이겼어?"라며 엄마에게 묻는 동생의 마음, 이런 것이 바둑두는 이들의 마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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