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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바둑인들이 제12회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 국수전에서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왼편은 마리사 그로츠네스키 씨와 그녀의 아들 발레리 군, 오른쪽은 한국 여자연구생인 마리아 자카르첸코 양과 그녀의 어머니 쿠즈 올가 씨. |
오랜만에 고향 사람을 만난 마리아 양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한국에 온 이유가 바둑 때문이라고 하니까 더더욱.
마리아 자카르첸코(Mariya Zakharchenko) 양(18)은 4년 전에 한국에 왔다. 당시 초단이니까 많이 약했지만 1년 후엔 여자 연구생에 들어갔고 지금은 여자연구생 2그룹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자 연구생은 5개 그룹으로 구성된다. 한 그룹마다 6명이 있다. 2그룹이면 세다.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6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아마대항전에서 1그룹 1위 김다영이 시니어 맹장 조민수 아마를 꺾는 걸 많은 이가 목격했다. 혹시 모를 일이다. 코세기 디아나 초단처럼 한국과 헝가리, 그리고 유럽의 가교 역할을 하는 프로기사로 특별 입단할지.
마리아의 미래를 굳게 믿고 어머니 쿠즈 올가 씨도 한국에 와서 딸과 같이 산다. 현재 거주하는 곳은 군포.
마리아는 하루 8시간~10시간 산본도장, 골든벨 도장 등을 오가며 입단 준비를 하고, 아마강자들이 총집합한다는 압구정리그에도 참가하고 있다. 바둑은 재미있지만 프로가 되는 길은 고되다.
또래는 아니지만 10살의 발레리 군과 그의 엄마 마리사 그로츠네스키 씨를 63빌딩 한화생명배 본선 대회장에서 만난 것은 그래서 마냥 반갑기만 하다. 동포다.
발레리 군은 이내 사라졌다. 한국 여러 친구들과 자유대국을 하느라 바빴다. 그동안 마리아 양과 그녀 어머니 그리고 발레리의 어머니는 오랜 만에 고향말로 한국과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발레리 군이 사는 지역엔 바둑교실이 있다. 전국적으로 15개 곳 정도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다. 체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바둑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발레리 군은 검은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지는 바둑이 예뻐서 좋다고 한다. 또 세계의 다른 어린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서로 다른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그것들은 이른 시간 내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손의 언어 바둑은 그 간격을 단박에 좁혀 놓는다.
우크라이나에서 존경받는 바둑 스타 아템 카차노브스키(20) 와 마리아에 대해 바둑에 관심있는 우크라이나의 부모님들과 어린이들은 알고 있다. 아템은 대학생 강자로 2010년 유럽바둑콩그레스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일약 바둑강국으로 올려 놓은 혜성 같은 존재다. 그 전에 유럽 바둑 강국을 꼽을 때 우크라이나는 논외의 지역이었다. 아템은 지난해 제24회 후지쯔배에서 김지석 8단과 겨뤘었다.
▲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윤영 3단이 지도다면기를 펼치고 있다. 김 3단 뒤로 루마니아에서 온 실베스트루 군이 보인다.
'프로기사는 어떻게 이렇게 강할까? ' 동경의 대상인 아템보다도 훨씬 강한 한국 프로기사들이 발레리는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번 한화생명배에서 같이 붙어다니던 루마니아 친구 실베스트루 스테이트 군(11) 역시.
실베스트루 군은 6인 지도다면기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윤영 3단에게 5점접바둑으로 지도를 받았다. 결과, 불계패.
실베스트루는 군은 “정말 숨쉴 틈 없이 모든 곳에서 공격이 들어온다. 막아내느라 바빴다”면서 프로와 대국해 본 소감을 이야기 한다. 김윤영 3단은 “실베스트루 군은 생각했단 것보다 셌다. 중앙의 흑의 실수만 없었으면 승부는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3단은 족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베스트루는 루마니아의 초등학교에서 바둑을 배운다. 지적인 게임 바둑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학부모들이 부카레스트(Bucharest) 초등학교에 바둑 수업 시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루마니아의 강자들이 바둑을 가르친다.유럽 바둑 최강 클래스 타라누 카타린도 수업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시간을 가르치니까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환경에서 실베스트루 군 같은 실력의 어린이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우크라이나 발레리는 6살 때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체스, 체커 등 보드게임이라면 뭐든지 익혀야 직성을 풀리는 괴짜 학교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어느 날인가 이 선생님은 바둑에 대한 정보도 입수했고 제자들에게도 가르쳤다. 그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발레리는 바둑이라는 게 무언지 모른 채 살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큰 인연이 아니면 저 서쪽의 어린이들이 바둑이란 존재와 조우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 "정말 모든 곳에서 공격이 들어와 정신 못차렸죠" 한국 프로기사의 매운맛을 본 실베스트루 군(왼쪽)이 김윤영 3단과 추억에 남을 사진 한 컷을 남겼다.
▲ 실베스트루 군과 그의 어머니 카멜라 스테이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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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애
안데스의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