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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사하공화국 북동연방대학교 관계자들과 이 나라 지적스포츠 책임자들이 바둑학과가 있는 명지대학교를 찾아 단기 바둑 강좌를 들으며 필기를 하고 있다. |
시베리아 북동부에 위치했고 북쪽 부분이 북극해와 맞닿아 있는 사하공화국(SAKHA)은 기온이 영하 40도에서 영하 65도 사이를 오르내린다.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때도 있다.
사할린처럼 폭설이 내리거나 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내린 눈은 어김없이 얼어붙는다. 4,400킬로미터나 되는 레나강이 그대로 거대한 얼음이 되면 12월 중순~2월 중순까지는 도로로 쓰인다. 꽝꽝 얼어붙어버린 강은 탱크가 지나가도 끄덕없다.
물론 녹는 계절도 있다. 이런 때는 얼음 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나므로 통행을 경찰이 통제하지만 규정을 지키지 않다가 변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
이 얼음의 나라 사하공화국에도 바둑의 봄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 구글 지도가 가리키는 사하공화국. 지도만 봐도 추위가 느껴진다.
사하공화국은 바둑불모지다.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이제는 웬만한 데는 바둑 강자가 있는데 사하공하국은 정말 눈씻고 찾아도 ‘없다’. 아니 바둑의 룰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다. 바둑인구가 생긴 지는 3년 정도. 최고의 실력를 가진 사람은 바둑 강사인데 15급 수준이다.
사하공화국은 엄청난 추위 때문에 실내스포츠가 발달했고 지적스포츠를 국가적으로 장려한다. 국가적 규모로 장려되는 지적스포츠 '러시안체스(샤흐마트, 샤슈키, 사노르, 민속놀이)'는 유치원, 슈콜라(초중고가 통합되어 있는 형태로 이렇게 부른다), 대학교에서 정규 과목 중의 하나로 가르치거나 방과후교실(우리 식으로 말해서)의 형태로 가르친다. 장애인들에게도 장려된다.
8개 러시아 연방대학교 중 하나인 사하공화국 북동연방대학교는 이 같은 지적스포츠 중에 새로운 것을 찾고 있었다. '러시안체스도 좋지만 좀 더 글로벌하고, 정신수양에도 도움이 되는 지적스포츠가 없을까.' '이런 걸 모든 계층에 가르치면 얼마나 좋을까.'
2008년 북동연방대의 바락사노프 블라디미르(55) 씨는 그런 게임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다. 그때 제1회 월드마인드스포츠게임즈가 열렸는데 대회에 참가한 바락사노프 씨는 종목 중에 바둑을 발견하고서 자신들이 그토록 찾고 있던 지적스포츠였음을 확신했다.
이런 계기로 사하공화국은, 정식으로는 아니지만 2010년부터 러시안체스와 함께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바둑 실력이 강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바둑 용품도 없었다. 바둑판이 없어 컴퓨터 그래픽으로 바둑을 가르치고 오프라인 대국도 컴퓨터로만 해야 했다. 외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러다 떠오른 게 한국이었다. 이들은 원래는 6•25 때문에 한국을 알지만 '한국은 바둑에서 세계최강국이기도 하다'는 게 이들이 얻어낸 정보였다. 또 한국엔 바둑학과가 있었다. 사하공화국은 한국과 교류하기로 마음 먹었다.
▲ 명지대학교와 북방연방대학교가 바둑교육 보급 및 학술정보 교환에 관한 협정 조인식을 가졌다.
바락사노프 블라디미르(55) 씨를 단장으로 해서 같은 대학 엘리자비에따 바락사노바(56) 씨, 초중고지적게임 담당 엘리자비에따 굴야에바(52) 씨, 북동연방대학체육학부교수•지적스포츠 총책임자 바실리이 블랴예프(54) 씨와 슈콜라,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30명은 바둑방문단을 이뤄 한국을 찾아 21일, 명지대학교(총장 유병진)와 학술교류협정을 맺었다.
오전 9시 30분, 명지대학교 서울캠퍼스 방목학술정보관 내 LG연암문고에서 바둑교육 보급 및 학술정보 교환 등을 서로 약속하며 조인식을 가졌다.
방문단은 한국에 있는 동안 방목학술정보관 국제회의장에서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의 바둑 강의를 듣고 단기코스 수료증을 받기도 했다.
사단법인 대한바둑협회는 사하공화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바둑용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바둑판•알 20조와 초급 교재(영문)20권을 전달했다.
북동연방대는 앞으로 학생 및 교원 교환, 바둑지도자 양성을 비롯해 바둑에서 긴밀한 협력과 교류를 해나갈 작정이다. 이번 협정은 두 학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과 러시아 양국의 학술 및 문화 교류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락사노프 블라디미르(55) 단장은 “공항에서 내리니 한국도 꽤 춥다는 걸 알았다”라고 조크를 던진 뒤 “앞으로 사카공화국에서 바둑이 더 활발해지면 바둑학과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가 사하공화국에서 온 바둑인들에게 바둑 단기 강좌를 하고 있다.
▲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사하공화국의 청소년들.
▲ 명지대학교가 북동연방대학교 바둑방문단에 바둑강좌단기코스수료증을 수여했다.
▲ (사)대한바둑협회 김원 전무이사(오른쪽)가 바락사노프 블라디미르 북동연방대학교 바둑방문단장에게 바둑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 바락사노프 블라디미르 북동연방대학교 바둑방문단장.
▲ 북동연방대학 관계자 엘리자비에따 바락사노바 씨.
▲ 바실리이 블랴예프 북동연방대학체육학부교수•지적게임 총책임자.
▲ 국가적인 장려로 지적스포츠 교육을 받는 사하공화국의 어린이들.
▲ 사하공화국의 어린이들은 바둑판이 없어 컴퓨터로만 바둑을 둔다.
▲ 사하공화국의 바둑방문단이 명지대학교 방목학술정보관에서 한국엔 온 것을 기념하는 단체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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