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번기가 서울 중구 을지로1가의 삼성화재본사에서 1월 21일부터 시작한다. 2008년 처음으로 맞는 세계대회 결승이자 2억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승부. 하지만 이세돌 9단과 박영훈 9단의 결승3번기는 상금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07년 6관왕의 절대지존으로 우뚝 선 이세돌 9단이지만 박영훈 9단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이9단은 지난 연말 GS칼텍스배 도전기에서 2연승을 하고도 막판에 3연패를 당해 타이틀을 내준 바 있다. 2007년 도요타덴소배를 시작으로 타이틀전에서 무패행진을 달리던 이세돌 9단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번 삼성화재배 마저 박영훈 9단에 내준다면 반쪽 짜리 랭킹1위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할 처지다.
박영훈 9단도 급하기는 마찬가지. 삼성화재배를 차지해 4관왕에 오르면 메이저 세계타이틀을 2개나 보유하게 되므로 이세돌 9단에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번기에서 2연승을 거뒀다는 프리미엄은 2억원의 우승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닌다. 바둑을 시작한 뒤로 항상 꿈꿔왔던 정상의 자리가 점점 가까워 지는 것이다.
승부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세다. 이번 결승3번기는 두 기사의 2008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세돌 9단은 약 한달 뒤 한상훈 2단과의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을 준비해야 하고 비슷한 시기에 박영훈 9단은 농심배 출전과 더불어 맥심배 결승을 치른다. 기성전 도전기도 멀지 않았다. 특히 기성전은 이세돌 9단이 지난 18일 목진석 9단을 누르고 도전자 결정전에 올라있어 박9단과 타이틀을 다툴 가능성이 커졌다.
마왕(魔王) 이세돌
2연승 뒤 당한 3연패의 충격은 컸지만 아직 객관적인 전력은 이세돌 9단의 우세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세돌 9단을 괴롭혔던 대국수의 압박은 지난해 말 절정에 이르렀다.하루 걸러 해외와 지방을 오가며 분주한 일정을 보낸 이9단은 GS칼텍스배 도전5국을 마친 뒤 약 한달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고 기성전 4강에서 목진석 9단이게 산뜻한 승리를 거뒀다. 대회전(大會戰)을 앞둔 준비운동(?) 치고는 비중이 큰 대국이었다.
이세돌 9단이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대국에 임한다면 막아 낼 기사가 사실상 없지 않느냐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 특히 중반부터 등장하는 그의 변화무쌍한 마공은 한시도 쉬지않고 박영훈 9단의 심장을 노릴 것이다.
사신(死神) 박영훈
이세돌 9단의 빛에 가리긴 했지만 2007년은 박영훈 9단에게도 생애 최고의 해였다.
타이틀은 고작(?) 3개지만 최철한 9단(기성전), 이창호 9단(후지쯔배), 이세돌 9단(GS칼텍스배)을 차례로 이기고 얻어낸 왕관이다. 세 번의 결승 및 도전기에서 한국의 사천왕을 맞아 모두 승리한 것이다. GS칼텍스배 도전기 말미에 보여준 가벼운 행마에 이은 빈틈없는 종반은 이세돌 9단의 창칼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9단과의 전적도 2005년 이후 7승 6패, 2007년엔 최근 3연승을 포함해 4승 4패로 대등하다. 게다가 4강에서 황이중 7단을 2:0으로 이기고 올라온 이9단에 비해 구리 9단에 2:1로 힘겨운 역전승을 거둔 박9단이 기세나 흐름에서 앞서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승부가 갈리는 시점이 관건
두 기사 모두 큰 승부에 강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세돌 9단은 물론이거니와 박영훈 9단도 큰 판에서 진 경험은 조치훈 9단과의 제8회 삼성화재배 결승뿐이다. 조치훈 9단에 당한 패배는 박9단을 더욱 강하게 담금질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승부가 갈리는 시점이 관건이라고 이야기한다. 중반에 이9단의 창끝이 박9단의 급소에 꽂힌다면 당연히 이9단이 승리한다. 반면 이리저리 창을 휘둘러 만든 생채기만으로 이9단이 판정승을 거두기는 힘들다. 박영훈 9단은 명줄이 끊기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두 영웅이 벌이는 2008년 첫 번기는 앞으로의 바둑계 판도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승부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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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魔王) 이세돌
사신(死神) 박영훈
저질개구리
바돌황제
별그림자
공격의神
이쁜바둑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