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Home > 뉴스 > 국내뉴스
왕좌엔 누가 앉을 것인가
왕좌엔 누가 앉을 것인가
[기획/특집] 안형준  2018-02-15 오후 01:10   [프린트스크랩]
  • 트위터
  • 이메일
  • 카카오스토리+
  • 구글+
  • 페이스북
▲ 2018년, 세계 바둑의 헤게모니는 어디로 향할까.


우리설을 맞아 2018년 세계바둑의 헤게모니의 움직임을 예상해 본다. 안형준 4단이 분석했다.



왕좌엔 누가 앉을 것인가?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던 한 가지의 화두가 사라져가는 느낌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바둑을 잘두는 사람’은 누구인가?

알파고가 지구에서 가장 바둑을 잘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는 없지만, 알파고가 사람은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바둑이라는 게임이 만들어진 이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지만 실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논쟁을 이어왔는데, 세계대회가 존재하지 않았던 80년대 이전은 결론이 날 수 없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세계대회들이 열리면서 궁금증이 점차 풀리게 되었다.

▲ 안형준 4단이 분석했다.

지난 30년간 많은 세계대회를 통해 수십 명의 우승자가 탄생했지만 그중 왕좌에 앉았다고 선언할 법한 사람은 딱 두명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가 이창호를 좇는다고 표현했던 시절이 있기도 했으니, 이창호가 세계 1등이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90년대 초반부터 등장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을 완벽하게 장악한 세계 제1인자였던 이창호는 그 높은 자리에 앉아서 세계바둑 정상에서 군림했다.

이창호의 옥좌에 다가선 인물은 바로 이세돌이었다.
그렇지만 이세돌은 이창호처럼 모두를 압도하는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다. 라이벌 구리와 대결은 두 사람이 그들의 전성기가 끝난 후에나 결판이 났으며(10번기) 중간에는 쿵제의 ‘완벽했던 1년’도 존재했다. 이창호가 물러났다고 해서 이세돌의 독주체제라고 하기는 어려웠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시기 이세돌을 세계일인자로 꼽는 이유는, 가장 많은 세계타이틀을 획득했고 경쟁자들과의 전적에서 우위에 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백78’이라는 한수를 두며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사람이 되지 않았던가.

이창호에 비한다면 시대를 절대적으로 지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역시 옥좌에 앉은 사람으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렇게 강력했던 그들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서서히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옥좌의 주인은 사라지게 됐고 공석이 된 ‘세상에서 가장 바둑을 잘두는 사람’을 향해 달리는 고수들의 경쟁은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 경쟁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커다란 대결이 지난주 내내 여기 저기서 벌어졌다.
제일 먼저 살펴볼 대회는 하세배다.

▲ 박정환(왼쪽에서 두번째)이 하세배에서 우승하며 2018년을 상큼하게 시작하고 있다.

몽백합배를 가져온 후 한꺼풀 벗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1위’ 박정환과 ‘중국최강’ 커제가 초청된 하세배. 일본의 명실상부한 최강자 이야마 유타대신 이치리키 료가 참가한 것이 아쉽지만, 후술할 LG배 결승에 이야마가 올라가 있었기에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역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하세배에서 커제가 부전(실질적으로 부전패가 된다)을 뽑았음에도
별다른 문제없이 박정환과 커제의 결승전이 성사되었다.

이 대국 전 두 사람의 상대전적은 6승6패로 대등했기에 이기는 사람은 우승컵과 함께 상대전적에서도 앞서게 된다. 자연히 한중 바둑팬의 시선이 집중된 한판이었다.

바둑의 주도권을 먼저 가져온 쪽은 백을 잡은 박정환. 초반부터 기분 좋은 흐름을 이끌던 박정환이 확실한 우세를 잡기 위해 날린 한수가 <참고도1>의 △다.

▼ <참고도1>

프로기사의 일감으로 가장 먼저 떠오를만한 자리로, 급소를 강하게 가격한 박정환의 공세에 커제의 다음 한수가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하세배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30초 초읽기 1회와 고려시간 1분 10회로 두는 초속기 기전으로 순간적인 판단과 빠른 수읽기가 강조되는 대회다.

빠르고 정확한수읽기로 정평이 나있는 커제의 다음 한수는 과연 어디였을까?

많은 사람이 지켜보던 그 순간 커제의 손은 바둑판으로 향했고, 지켜보던 중국 바둑팬들은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한국에서 지켜보던 팬들은 반대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 <참고도1-1>

<참고도1-1> 흑1. 그냥 지켜둔 한수, 이 한수로 바둑의 승패는 결정되었다.

▼ <참고도1-2>

<참고도1-2>처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금은 일단 젖혀서 싸워야 했다. 그렇다고 하여 흑에게 유리한 모양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패배를 그냥 받아들이는 거나 다를 바 없게 된 실전진행은 너무도 무력한 선택이었다.

실전의 한수가 놓인 다음은 흑에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커제의 뒤늦은 승부수에 박정환은 본인의 수읽기 능력을 뽐내듯 대마를 잡아서 결판을 지었다.

커제의 무기력했던 한수. 속기대국에서 나온 이 한수로 커제가 내리막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망상일까? 적어도 세계 최고수의 자리에 가장 근접했던 커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반면 박정환의 기세는 무시무시하다. 단 한달 남짓한 시기에 타이틀을 무려 3개나 차지하는 폭풍 같은 질주를 펼치고 있다. 막혀 있는 혈이라도 뚫은 듯 바둑내용도 한껏 원숙해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지금 세계 최고수라는 옥좌에 박정환이 한걸음 다가섰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서서히 되살아나는 일본, 젊은 강자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는 중국과의 절체절명의 대결이 제22회 LG배 결승3번기였다. 중국 셰얼하오 5단과 일본 이야마 유타 9단의 결승3번기 최종 3국이 끝난 뒤의 모습이다.

이 하세배가 펼쳐지던 시기(2월 5일~7일) 일본에서도 커다란 승부가 열리고 있었다.
일본의 일인자 ‘거봉선생’ 이야마 유타와 중국의 ‘3하오’중 하나인 셰얼하오의 LG배 결승전이 열린 것이다.

장쉬의 LG배 우승 후 13년간 세계대회 우승컵을 가져오지 못한 일본은 한국과 중국의 세계대회 쟁탈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쉬 9단이 말한 대로 ‘굴욕의 시간’을 보내온 일본은 오랫만에 주인공이 될 기회를 얻었고, 자국 내 7관으로 정점에 서있는 이야마는 많은 기대를 받으며 결승전에 임했다.

89년생인 이야마에 비해 한참 어린 나이인 셰얼하오는(98년생) 중국의 떠오르는 샛별 중 하나. 중국의 무서운 점은 그 또래의 세계대회 우승자가 즐비하다는 것이다. 커제, 미위팅, 판팅위, 구쯔하오 모두 셰얼하오와 동년배. 셰얼하오는 동년배들 사이에 본인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의 희망이라는 무거운 부담감을 지닌 이야마와 동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싶지 않은 셰얼하오의 대결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결승 제2국. 초반부터 셰얼하오의 힘에 밀려버린 이야마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1국을 잃은 상태에서 2국을 내주면 시리즈를 패하는 것이기에 이야마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 <참고도2>

<참고도2>의 백1. 이야마 유타의 처절한 버팀의 시작이었다. 흑이 사방으로 두터운 중앙에서 외롭게 놓인 백 한점. 이 한수로부터 이 바둑은 크게 요동쳤다. (장면도 설명. 흑2는 불가피하다. 백이 둔 3으로 차단하면 바로 축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축머리도 보고 둔 수가 백1이다.)

실전진행에서 보듯 그대로 연결되어서는 백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때만 해도 여전히 흑의 우세였지만 상상도 못한 곳부터 싸움을 걸어간 이야마 유타의 독기에, 셰얼하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판 전체가 커다란 불바다로 변해버렸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던 육탄전 끝에 이야마는 딱 반집을 남길 수 있었다. 일본의 희망은 그렇게 하루 더 연장됐다.

바로 다음 날 벌어진 3국. 사실 필자는 이런 흐름이라면 이야마가 이기지 않을까 싶었다. 극적인 역전승 후 휴식일 없이 이어지는 다음 대국이기에 정신적으로 이야마가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일본의 희망은 맥없이 사라졌다.

필자의 선입견일지 모르나, 중국의 젊은 선수들의 대국패턴은 수많은 포석연구를 바탕으로 초반은 빠르게 진행하고 비축한 힘을 중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셰얼하오는 그런 필자의 예측(앞서 말했던 역전승의 흐름을 포함해서)을 산산조각내버렸다.

▼ <참고도2-1>

<참고도2-1> 1 그리고 3. 필자의 눈은 바둑을 보는 게 아니라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기술적으로 설명하자면 A 방면과 B를 맞보는 수라고 말하면 끝이다.
하지만 그런 표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싶을 뿐이었다.

‘우아한 감각’
아직 어리다면 어린 셰얼하오의 손끝에서 이 그림은 그려졌다.

물론 이 감각만으로 승부는 결판이 난 것은 아니었다. 이야마의 저력은 강력해서 <참고도2-2>의 장면에서는 서로 어려운 바둑이었다. 여기서 젊은 셰얼하오의 패기가 빛이 나면서 이야마 유타를 무너뜨렸다.

▼ <참고도2-2>

백1의 침투. 흑 진형사이로 마구 파고드는 무서운 강수. 이 한판에 우승컵이 달려있는 큰 승부에서 셰얼하오는 과감했다. 장면도 진행대로 흑의 우변이 산산조각이 나서는 승부의 저울추가 백쪽으로 기울었다(백23까지 정리되서는 백돌은 사실상 살아있다).

결승3번기 내내 이야마는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다녔다. 커다란 부담감을 어깨에 지고 싸웠던 것도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원인으로 인해 승부가 넘어갔다고 표현한다면 셰얼하오에게 큰 실례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셰얼하오가 보여준 우아한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을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셰얼하오라는 중국의 별이 세계바둑계에 새겨지면서 이번 LG배는 마무리됐다.

2월 2번째주에 벌어진 세계바둑 쟁탈전은 어쩌면 지난 10여년간의 행보와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을 예고한지도 모른다.

이세돌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그를 끌어내리려는 중국의 강자들의 도전이 지난 10여 년간의 흐름이었다면 이젠 박정환이 선두에서 주도하면서 중국의 젊은 선수들과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진 전망이다. 물론 선두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세돌이 구리를 이겨내듯 박정환 역시 커제를 제압하는 게 우선과제로 보인다.

다만 10년 전과 다른 점은 박정환이 너무 외롭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95후’(95년 이후 생)에서 세계대회 우승자가 무려 5명이나 탄생한 중국에 비해 한국은 단 한명도 없는 게 현실이다.

신진서를 필두로 한국의 어린 기사들이 박정환을 보좌해주지 못한다면, 박정환은 이번 LG배를 임하던 이야마 유타처럼 무거운 부담감을 지닌 채 싸우는 입장이 되게 될 것이다. 부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

사족: 사실 더 쓰고 싶은 부분은 있었다. 박정환과 신진서의 크라운 해태배 결승전도 2월의 두번째 주에 마무리가 됐다. 연말연시에 걸쳐서 13연승을 달리던 박정환의 연승행진을 끊어낸 것은 다름 아닌 신진서였고, 결승3번기 내내 주도권을 쥐고 있던 기사도 신진서였다.

박정환의 자리를 위협하는 젊은 기사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던 시리즈. 앞으로 두 기사의 활약을 기대하셔도 좋을 듯싶다.
  • 페이스북
  • 구글+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트위터
┃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rene |  2018-02-18 오후 2:01:00  [동감0]    
기전정보를 세계, 국내, 중국 모두 업데이트 부탁합니다.
dugubee |  2018-02-17 오전 9:34:00  [동감0]    
안형준 사범, 근래 선보인 TV 해설도 수준급이었고 이번 기사에도 훌륭한 글 솜씨를 보여주
는군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바둑 실력도 보여주면 금상첨화일 듯.
흑백마스터 |  2018-02-16 오후 2:40:00  [동감0]    
신진서는 속기전에 강력함에 비해서, 세계대회에서는 기대에 못미칩니다.
킬러의수담 |  2018-02-16 오후 2:03:00  [동감0]    
나이서른에 바둑은 퇴보하지 않는다.
바둑이론이 빠르게 발전하고 후배들의 성장이 더욱 빠르기 때문에
최고의 기사가 정상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사실 이세돌의 레이팅은 5년전과 별반 다를바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송아지 3총사정도는 제압할 힘이있다.
박정환, 신진서는 5년전 이세돌보다 높은 레이팅에 올랐기에
이세돌보다 높은 랭킹에 있는 것이다.
서봉슈9단 |  2018-02-16 오전 8:46:00  [동감0]    
쿵제의 완벽했던 1년에는 이세돌의 휴직이 컷죠
흑백마스터 쿵제가 세계대회 3관왕 할때, LG배에서 이창호, 후지쯔배에서 이세돌 이기고 우승했는데요. TV바둑 아시아에서도 이세돌 이기고 우승했고.  
eflight 쿵제의 완벽한 1년은 쎈돌의 휴직이 없었다면 애초 불가능했어요. 휴직에서 돌아 오자마자도 쿵제에게 다 진 바둑 비씨배에서 뒤집었죠. 거의 천적이었던 겁니다. 말씀하신 엘지배는 이창호가 최고위에서 내려온지 몇 년 됐을때고 후지쓰 TV바 둑도 쎈돌의 휴직 전후로 심란하거나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죠. 쿵제는 쎈 돌의 휴직에 가장 큰 덕을 본 사람으로 봐야됩니다.  
cs1108 |  2018-02-15 오후 6:36:00  [동감1]    
잘 읽었습니다. 크라운해태배 결승 리뷰도 조만간 누가 써주기를 바라면서..
시무쿵 |  2018-02-15 오후 6:08:00  [동감0]    
잘 읽었습니다 글도 참 잘 쓰시네요^^
리보리보 |  2018-02-15 오후 2:58:00  [동감1]    
비록 1:2로 패하긴 했지만 천하의 박정환을 상대로 3국 모두 주도권을 쥐고 반면을 운영할 수있는 기사가 신진서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이페이에게 당했던 통한의 역전패 - 그 어이없는 실수를 박정환과의 번기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후반 집중력 부족인지, 유리한 상황에서 승부를 서두르다 범하는 실수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보강해야할 문제점인 것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새파란 18세. 날카로운 감각과 빠른 수읽기에 탁월한 타개능력까지 갖춘 신진서가 머지않아 세계 둑계의 최고봉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연이부 |  2018-02-15 오후 2:51:00  [동감1]    
안 사범님 평론 좋 왔읍니다 기단에 여러 뜻 되새김과 무궁한 발전의 토양이 되기를를 빔
FirstPage PrevBlock   1   NextBlock LastPage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
위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