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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바둑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신의 한 수’가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를 보면 바둑을 두는 장면이 극 전반에 걸쳐 나오는데, 어떻게 찍었을까? 그때그때 대충대충 모양을 만들어 찍었을까? 물론 그럴 리 없다. '바둑감독'이란 직책으로 스텝에 참여한 김선호 2단이 직접 프로의 바둑을 참고해 만든 기보라고 한다.
조범구 감독은 “‘신의 한 수’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고수다. 고수와 고수가 두는 바둑이니 전문가가 절대 필요했다. 전투바둑, 상대를 농간하는 기보, 프로들도 잘 봐야 답이 나오는 기묘한 사활문제 등을 준비했다. 기보 하나하나도 다 등장인물의 기력에 따라 다르게 만들었기에 중급자들도 이러한 다양한 기보에 충분히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에 나오는 대국 장면만도 18개. <영화 ‘신의 한 수’ 특집①>에 이어 영화사로부터 입수한 18판의 기보를 모두 소개한다. 스틸컷과 함께 김선호 2단의 간략 총평도 곁들였다.
○● <영화 ‘신의 한 수’ 특집> 1편 - ‘신의 한 수’에 이세돌 기보 있다? 없다? ☜ 못 보신 분들 클릭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살수아지트 VIP룸에서의 배꼽과 노사범의 대국>
노사범에게 큰돈을 잃은 살수일당은 급히 배꼽을 불러들여 대국을 붙인다.
노사범은 무난하게 판을 이끌어보지만 상대는 절대고수 배꼽. 중반부터 자신만의 스타일로 주도권을 잡는다.
당황한 노사범은 뒤늦게 쫒아가 보지만 실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
▼ <살수아지트 VIP룸에서의 배꼽과 노사범의 대국>
흑 노사범 백 배꼽
결과 : 160수 끝, 백 불계승
<기보 해설>
백14~16이 초심자들은 생각하기 힘든 유연한 수법.
흑47 행마가 무거운 수로 흑49로 둘 자리.
백50 이후로 형세는 급격히 백에게 기울었다.
백98까지 백의 승리가 확정적이다.
흑131은 승부수. 반전을 꾀해보지만 상대는 흔들리지 않는다.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과거 형을 잃었던 기원에서 태석과 아다리의 대국>
태석의 첫번째 복수의 대상 아다리. 태석은 어수룩하게 일부러 져주며 아다리의 기분을 맞춰주다가 이 판을 승리로 이끌어 ‘딱밤 내기’를 성사시킨다.
이 바둑은 상대가 더욱 ‘열불 나도록’ 딱 반집만 이기게 ‘설계’하여 고소한 복수를 펼친다.
▼ <과거 형을 잃었던 기원에서 태석과 아다리의 대국>
흑 태석 백 아다리
결과 : 155수 다음 줄임, 흑 반집승
<기보 해설>
태석은 상대방 실력에 맞춰가며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며 최대한 티 안나게 바둑을 미세하게 이끈다.
재미있는 아마추어 바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기보를 보시길 바란다.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관철동에서 태석과 주님의 대국장면>
태석과 꽁수는 절대고수인 관철동주님을 찾아 나선다.
태석과 주님, 꽁수의 첫 만남.
바둑이 진행 될수록 서로가 범상치 않은 고수임을 알아챈다.
때론 편안하게 때론 강렬한 수를 교환하며 승패를 알 수 없는 가운데 태석은 일부러 주님에게 반집을 져주고 주님은 그것마저 눈치 채고 태석의 의도대로 따른다.
▼ <관철동에서 태석과 주님의 대국장면>
흑 태석 백 주님
결과 : 256수 끝, 백 반집승
기보 해설
백56까지 서로 모범적인 진행.
백64, 흑65는 서로 기세싸움.
흑89 행마의 묘.
흑97 재미있는 응수타진.
백138이 좋은 끝내기 수법으로 흑이 끊을 수 없다.
결과는 백의 반집 승이지만 서로가 큰 실수 없이 잘 둔 바둑이다.
사실 영화에서 이 바둑만 수순 장면이 잘 맞지 않는다. 바둑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사전에 준비한 기보의 수순대로 촬영은 다 했지만 태석과 주님의 바둑적인 교감과 바둑과 맹기의 멋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에서는 달리 편집했다. 이 부분, 영화적 허용이라고 생각해 봐주시길 바란다.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꽁수가 살수의 아지트로 침투해서 살수파의 시선을 끄는 대국>
꽁수는 이 한판을 이기기 위해 상대꾼에게 계속 져주며 판을 키워왔다. 상대꾼은 역시나 자기가 이길 거라는 자만심에 대국을 시작하지만 꽁수 뒤엔 주님이 버티고 있다.
상대꾼은 무언가에 홀린 듯 바둑을 망치고 만다.
▼ <꽁수가 살수의 아지트로 침투해서 살수파의 시선을 끄는 대국>
흑 상대꾼 백 꽁수
결과 : 174수 끝, 백 불계승
기보 해설
백90이 무리수로 흑99까지 백이 망한 모양.
흑이 117로 일찌감치 승부를 내겠다는 듯 공격해온다.
하지만 백120, 122로 유연하게 대처하자 초조해졌는지 흑125로 무리하게 행마하다 고스란히 잡히며 망하게 된다.
백136~138절묘한 수순으로 이득을 챙김.
백174 이후론 흑이 해볼 곳이 없다.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육덕엔터테인먼트 트레일러에서의 꽁수와 선수의 대국>
이전에 꽁수는 살수의 아지트에서 흥청망청 돈을 잃어주며 선수의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전 판에서 선수는 꽁수에게 바둑을 져주며 판돈을 키웠고 이 대국을 이겨 큰돈을 따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자신이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패하고 만다. 환장할 노릇이다.
▼ <육덕엔터테인먼트 트레일러에서의 꽁수와 선수의 대국>
흑 선수 백 꽁수
결과 : 204수 다음 줄임, 백 1집반승
<기보 해설>
흑65까지 잘 어울린 형국.
백66으로 먼저 싸움을 걸었고, 흑91로 본격적인 전투 시작.
흑115 모양의 급소.
흑135는 낙관하여 타협을 한 수.
백148~152 변을 취해 미세한 국면인데, 백194의 끝내기 수가 남아 백이 조금 이기게 된다.
흑으로선 엄청 아쉬운 바둑.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육덕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의 선수와 꽁수의 두번째 대국>
선수는 앞선 판에서 꽁수에게 큰돈을 잃고 복수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왕사범을 뒤에 두고 대국을 시작한다. 하지만 꽁수 뒤에도 주님이 버티고 있다.
다시 말해 주님과 왕사범의 대결인 것.
예전에 주님과 왕사범은 붙은 적이 있어 주님은 왕사범의 바둑스타일을 잘 안다.
함정수와 지저분한 바둑스타일의 왕사범.
주님은 왕사범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으며 쉽게 승리를 거둔다.
▼ <육덕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의 선수와 꽁수의 두번째 대국>
흑 꽁수 백 선수
결과 : 153수 끝, 흑 불계승
<기보 해설>
백14 초반인데 너무 급하다.
흑27~37 발 빠르게 모양을 정비.
흑47 시점에서 흑이 벌써부터 바둑이 좋다.
백은 48로 흔들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흑79, 81의 결정타에 괴로울 따름이다.
백106~114 어떻게든 수를 내보려 한다. 하지만 흑의 수읽기는 완벽하다.
백이 처참히 무너진 바둑.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냉동창고에서 태석과 선수의 상의탈의 대국>
태석의 두번째 복수의 대상 선수.
태석과 선수는 밖에서 피 튀기는 난투 후 냉동창고로 들어온다.
물러설 곳 없는 공간.
태석은 선수에게 목숨을 건 대국을 제안한다.
궁지에 몰린 선수는 대국에 임하지만 선수는 태석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냉동창고 씬’이다.
▼ <냉동창고에서 태석과 선수의 상의탈의 대국>
흑 선수 백 태석
결과 : 104수 끝, 백 불계승
<기보 해설>
흑33은 대악수. 백 모양만 더 좋게 해준 꼴이다.
백74를 차지해 백이 많이 유리하다.
흑79는 승부수.
어떻게든 백 대마를 공격해보지만 백에겐 위협조차 되지 않았다.
백의 완승.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가데스에서의 태석과 배꼽의 대국장면>
배꼽의 가데스로 찾아간 태석이 배꼽과 처음으로 나누는 수담.
서로의 수를 보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한다.
배꼽은 일부러 져 주는데 태석은 배꼽이 일부러 져줬다는 걸 안다.
배꼽도 태석의 실력을 눈치 챈 상황. 이 대국으로 서로가 갖고 있는 미묘한 감정을 알게 된다.
▼ <가데스에서의 태석과 배꼽의 대국장면>
흑 태석 백 배꼽
결과 : 267수 끝, 흑 3집반승
<기보 해설>
흑23까지 흑의 대담한 포석.
흑45까지 흑이 기분 좋은 진행이다.
흑59~67 하변 두터움을 이용해 과감하게 전투를 연다.
흑91 맥점.
흑139까지 바꿔치기.
백180 패로 승부를 걸어보지만 팻감 부족으로 흑승.
흑이 초반 승기를 끝까지 놓치지 않은 바둑이다.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서예학원에서 태석과 왕사범의 대국장면>
서예학원에 왕사범을 일부러 묶어둔 태석은 살수에게 왕사범의 혀와 자신의 돈을 건 내기바둑을 제안한다. 왕사범은 보스인 살수에게 함정이라며 설득하지만 살수는 태석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태석과 사이버오로 대국실을 통해 온라인 대국을 두는 왕사범.
왕사범은 중반까지 승기를 잡으며 형세가 유리해지자 방심한다.
이 또한 태석의 계획.
태석은 중반이후 조금씩 따라잡으며 딱 반집을 남기며 이겨버린다.
▼ <서예학원에서 태석과 왕사범의 대국장면>
흑 왕사범 백 태석
결과 : 215수 다음 줄임, 백 반집승
<기보 해설>
백32 상대방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수.
흑61까지 깔끔하게 모양을 다듬었다.
흑63이 급소로 백이 괴로운 모양.
흑75 또한 날카로운 수.
흑107까지 흑이 유리한 국면이다.
백124~132 선수로 큰 이득을 보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기 시작한다.
백190 자리를 백이 차지해선 백의 반집승이 확정되었다.
흑의 자만심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 주인공 태석이 왕사범과 복수대국을 벌인 장소는 서예학원 맞은편 건물 1층 카페였다. 이곳에서 주인공 태석은 태블릿PC로 오로바둑 대국실에 접속해 왕사범과 일전을 펼친다. 사이버오로는 영화제작을 위해 촬영에 용이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협찬했다. [이미지 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살수 아지트에서 살수와 주님의 대국장면>
점자바둑판도 없이 암기(暗棋, 머릿속으로 두는 바둑)로 대적하는 주님과 살수의 뒤를 봐주는 량량의 대국이다.
주님은 꽁수를 대신해 자신이 대국에 임한다. 그것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며 두는 맹기 바둑이다. 주님은 처음부터 도발을 하며 자신의 모든 실력을 죄다 발휘해보지만 상대는 순수한 어린아이 량량. 단 한번의 흔들림도 없다.
때묻지 않은 바둑을 이기긴 불가능이었다.
▼ <살수 아지트에서 살수와 주님의 대국장면>
흑 주님 백 살수
결과 : 250수 끝, 백 반집승
<기보 해설>
흑33까지 초반부터 흑의 행마가 거칠다.
흑59 본격적인 싸움을 걸다.
흑99 또한 과감한 공격.
흑101 조금 이득 보려한 엉뚱한 수. 흑229로 두어야했다.
흑105 변화를 만들어보지만 백112가 좋은 수.
백이 조금씩 계속 앞서나간다.
흑은 119~133으로 여전히 거칠게 몰아친다.
백146 자신이 이겼다는 확신을 가진 수.
백182 급소로 흑이 괴로운 모양이다.
흑이 초반부터 끝까지 거칠고 강하게 몰아치지만 백은 상대방의 의도대로 해주되 절대 손해 안보는 수를 구사하며 딱 반집만 이긴다. 백의 유연함이 빛나는 바둑.
▲ 영화에 나오는 대국 중 하이라이트인 태석과 살수의 '장생바둑' 촬영 현장. 조범구 감독이 두 주연배우와 연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영화 <신의 한 수> 중에서 /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태석과 살수의 마지막 대국>
태석과 살수의 뒤를 봐주는 량량의 대결이다.
태석이 이기면 사랑하는 배꼽이 죽고, 지면 본인이 죽게 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대국이자 교묘하게 장생을 도출하여 무릎을 치게 하는 일국이다.
태석은 처음부터 주님의 바둑보다 더 심하게 도발하지만 바둑은 불리하게 돼버린다.
바둑을 이렇게 두는 이유는 배꼽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중반에 천원(바둑판 중앙의 화점)에 두는 수를 보고 배꼽은 태석의 의도를 알아챈다.
량량에게 수신호로 메시지를 보내는 배꼽.
결국 바둑을 무승부(장생)로 이끌어낸다.
▼ <태석과 살수의 마지막 대국>
흑 태석 백 살수
결과 : 133수 끝, 무승부(장생)
<기보 해설>
흑17~19 초반부터 바둑을 복잡하게 만드는 작전.
백76까지 백의 모양이 너무 크다.
흑77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삭감.
흑79 변부터 백 모양을 줄여 나간다.
흑93 본격적인 승부처다.
백120까지 어려운 국면.
백122로 흑125의 자리로 두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변쪽 흑이 두터워지고 백 중앙이 엷어진다.
백의 장생(長生)은 어쩔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이 사활문제에 당신의 목숨이 걸렸다면?
▼ <사활문제>
<생사가 걸린 사활문제>
냉동창고에서 태석이 선수를 제압한 뒤 사활문제지 하나를 주고 나간다.
"살 수 있는 길이 하나 있을 거야. 자물쇠 비밀번호니까 잘 풀어봐!"
영하 20도에 가까운 냉동창고 안에서 나갈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활문제를 풀어야 산다.
선수는 어떻게든 풀어보려 애쓰지만 결국...
이후 살수는 같은 문제를 꽁수에게 낸다.
세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급박한 꽁수는 두번의 기회를 날리지만 마지막 운좋게 풀어낸다.
정답은 바둑판 좌표 6,12.
자물쇠 비밀번호는0612가 된다.
꽁수 실력엔 사실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지만 어차피 죽을 목숨, 한 곳을 찍었는데 운 좋게 맞혔다.
▼ <사활 정답>
<사활문제 해설>
흑선 삶의 문제다. 첫수가 기상천외한 수. 보는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첫수는 14,H의 곳. (영화에서의 좌표는 6의 12)
다음 A와 B의 약점을 보는 이 수가 유일한 활로다.
이후 변화도는 수십 가지가 나오지만 이 수로 결국 산다.
첫수를 알려드렸으니 여러분도 한번 풀어보시길!
[기보 제작, 해설/ 김선호 2단, 사진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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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