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라운드 1경기> 충북 제일화재 vs 대구 영남일보
<제3국> 서건우 4단 vs 이영구 6단(백) - 188수 끝, 백불계승
<제4국> 조훈현 9단(백) vs 홍민표 6단 - 331수 끝, 백불계승
비중에서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승부! 영남일보도 제일화재도 승리의 축배를 들지 못해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영남일보의 '1위 수성'이냐, 제일화재의 '공동1위 진격'이냐가 걸린 처절한 몸싸움은 대회 이튿날에도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일진일퇴를 거듭한 끝에 중간 스코어 2 : 2로 동점을 이뤄, 부득불 최종국에서 승부를 가리게 된 것이다.
패턴 역시 어제와 같았다. 영남일보가 먼저 웃었고, 제일화재가 나중에 웃었다.
10월25일 저녁7시,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KB 바둑리그) 13라운드 1경기 3국에서 영남일보 1지명 이영구 선수가 제일화재 서건우 선수를 백불계로 물리쳐 팀이 2 : 1로 앞서나게 만들었다.
이에 밤9시에 이어진 4국에서는 제일화재 조훈현 선수가 영남일보 홍민표 선수를 맞아 백으로 10집반이나 남겨, 불리했던 저울추를 다시 원 상태로 돌려놓았다.
무엇보다도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 선수가 전성기의 기량을 보여주듯 멋진 행마로 반상을 흔들었다. 심지어 종반에 접어들어 우상귀 대마를 죽이고도 오히려 집으로 여유 있는 형세를 만들었다. 불리하던 바둑을 종반에 역전패를 당하던 최근 경향이 이 경기에서만큼은 무색할 정도였다.
조훈현 선수(왼쪽)가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승부는 26일 저녁7시부터 벌어지는 5국에서 가려야 한다. 이 한판에 양팀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남일보가 이번 경기만 이기면 마지막 라운드 승패와 관계없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기 때문. 제일화재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는 중요한 일전이다.
어제 대국처럼 오늘도 역시 양팀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영남일보는 물론, 제일화재도 이세돌 선수까지 일찌감치 검토실에 나오는 등 반외 응원전도 엄청 치열했다.
오더를 살펴볼 때 오늘 벌어진 경기 결과는 영남일보 쪽이 조금이나마 불만족스럽다 하겠다. 이유인즉슨, 3국은 아무래도 지명도나 최근 컨디션 등에서 앞선 이영구 선수에게 무게중심이 쏠렸다고 봐야 한다. 반면 4국은 반반 승부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1 : 1이라는 상대전적이 말해주듯 조훈현과 홍민표의 대결은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게 없는 대진이지 않은가.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이화여대생 두명도 구경차 나왔다.
고근태 선수의 팬인 한 여학생은 고선수와 몇마디 나누기도.
제일화재 이홍열 감독은 "이세돌 선수가 이영구 선수와 맞붙는 오더가 나왔어야 했다."며 불안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훈현 선수가 팀을 위기에서 건져 올렸으니, 제일화재 팀은 보험금을 타는 심정이었으리라.
한편 전기리그에서 제일화재는 영남일보에 영봉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경기에서 진 빚을 청산하고 동시에 9승 고지를 정복, 내친 김에 1위까지 넘보고 싶을 터.
시소게임으로 이어진 1∼4국. 백번 필승의 결과를 나아 최종국에서 누가 백을 잡느냐도 작은 관심사다. 최종국에는 제일화재 진동규 선수와 영남일보 김형우 선수가 맞붙는다. 공식대국에서 이번이 첫 대결이라 승부를 더욱 짜릿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팀이 최후에 웃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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