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투어의 열기가 채 식기 전에 서울로 돌아와 열린 한국바둑리그. 현재 1위에 올라 있는 충북 제일화재와 7위 한게임의 10라운드 3경기가 9월19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저녁7시와 밤9시에 두판 열렸다.
저녁7시 1국의 승리는 제일화재가, 밤9시 2국의 승리는 한게임이 각각 가져갔다. 두 판 모두 지명순위가 같은 6지명과 5지명끼리 대결인 데다가, 통산전적에서도 1 : 1로 절묘하게 같았다.
게다가 최근 10경기 성적마저 네 명 모두 5승5패를 기록하는 등 어떤 선수가 이기든 이상할 게 없는 경기였다. 따라서 1, 2국은 이번 라운드의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중요한 일전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첫판에 출전하는 한게임 김성룡은 자율지명으로 선발된 선수임에도 팀에서 가장 높은 승률(약67%)을 자랑할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물론 김성룡 선수에 맞서는 제일화재 진동규 선수도 결코 녹록치 않은 상대. 안달훈 선수의 후임으로 뒤늦게 합류한 진동규 선수는 Kixx 1지명 이창호 선수를 꺾으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바 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게 없는 판이었기에 양팀 선수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진동규 선수가 대각선 포석을 펼친 작전도 그런 부담이 나은 게 아니었을까?
전투 지향적인 대각선 포석이 암시했듯 초반부터 좌변 언저리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진동규 선수는 이곳에서 몰고 나온 백 대마를 끝까지 노리면서 김성룡 선수를 압박해 나갔다. 덕분에 상중앙 부근에서 쏠쏠하게 집을 만들고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 서건우 선수(왼쪽)와 온소진 선수가 의견을 나누고 있는 장면.
2국도 호전적으로 출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한게임 온소진 선수가 흑3으로 곧장 상대 귀에 걸치는 수를 들고 나온 것. 제대로 된 싸움은 좌하귀에서 벌어졌다. 순식간에 하변과 우하귀로 번진 끝에 일단락 됐다.
귀중한 선수를 잡은 온소진의 페이스라는 진단이 나오면서도 바둑이 의외로 미세해지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양팀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백으로선 182가 마지막 기회였다.
실전처럼 우변을 보강하지 말고 계속 중앙 흑 대마를 잡으러가야 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서건우 선수는 '잘 잡히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실전처럼 둬도 미세한 승부라고 생각했다.'고 국후 털어놓았다.
결국 막판에 온소진 선수는 중앙에서 수를 내며 서건우 선수의 항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한게임으로서는 자칫하면 0 : 2로 첫날 대국에서 막판에 몰릴 위기에서 건져 올린 값진 승리가 아닐 수 없다.
▲ 제일화재 이홍열 감독과 선수들이 검토에 열중하는 모습.
이번 오더는 아주 특이하게 짜였다. 두 팀 모두 6지명과 5지명을 전진 배치하고 주전을 뒤로 빼 놓았다. 1지명 이세돌, 원성진이 앞으로 나온다고 생각할 때 비주전 선수가 이겨주면 좋고, 져도 뒤에서 힘을 낸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의표를 서로 찔린 셈. 두 팀 다 놀랐을 가능성이 크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려졌다. 남은 세 판 중 먼저 2승을 보태는 쪽에서 이긴다. 통산전적만 놓고 보면 3국은 제일화재 조훈현 선수가 유리(원성진에 4승2패)하고, 4국은 간발의 차로 안조영 선수가 이세돌을 앞선다(안조영 기준으로 8승7패). 최종국까지 갈 경우 한게임 송태곤 선수가 김주호 선수에게 6승2패로 크게 앞서 있다.
이번 라운드는 두 팀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더는 여유가 없는 한게임은 이번 경기를 이겨야 턱걸이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제일화재로서는 자력으로 1위 자리를 지켜내느냐가 달려 있다. 9라운드까지 시종일관 1위를 한번도 내주지 않던 영남일보가 신성건설과의 10라운드 대결에서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는 바람에 제일화재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홍열 감독의 제일화재가 웃을 것인가. 정수현 감독의 한게임이 축배를 들 것인가. 사이버오로는 내일 열릴 3, 4국을 중계방에서 모두 실시간으로 수순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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