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등서 기보 해설 40년
칼럼엔 세상살이 혜안 번뜩여
한국 바둑 '3중고' 타개 첫 행마
지금 한국 바둑은 ‘시장경제’와 ‘스포츠’라는 강적 앞에서 살아남기 위한 격투가 진행 중이다. 프로 기사의 수입은 100 대 1 넘게 벌어졌다. 스포츠의 경쟁을 당연시하는 젊은 기사와 아직까지 바둑을 예(藝)와 도(道)로 받아들이는 고참 기사와의 간극을 메우고 단합을 이끌어내는 과제 앞에서 박치문 부총재는 어떤 묘수를 내놓을까.
“세상은 승부가 나는 것과 승부가 나지 않는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승부가 난다는 건 참 명쾌하다. 재미도 있다. …사랑이나 결혼, 춤이나 음악, 교육 같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은 (조금 억울하더라도) 승부가 나지 않는 쪽에 그냥 머물렀으면 좋겠다. …인생이라는 종목이 아직은 ‘승부가 나지 않는 쪽’으로 분류되는 건 큰 위안이다.”(중앙일보 2010년 7월 19일자 ‘삶의 향기’ 코너의 ‘착한 고수는 없다’ 칼럼 중에서)
1992년부터 22년간 ‘문학적 아우라’ 빛나는 바둑 칼럼과 기보 해설로 중앙일보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박치문(66) 바둑전문기자가 펜을 놓고 ‘바둑 행정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 13일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한국기원 총재에 취임하면서 이사 겸 상근부총재로 임명됐다. 그는 17일자 중앙일보 기보해설 말미에 독자와 바둑 팬에게 “1975년 관전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40년 됐군요. 세월 참 빠릅니다. …어려운 바둑계에 힘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는 ‘하직 인사’를 조용히 쓰고 그날 서울 성동구 홍익동(왕십리)의 한국기원에 첫 출근했다.
박 부총재는 75년 조선일보에서 시작해 세계일보를 거쳐 중앙일보에서 바둑전문기자(국장급)를 마무리하기까지 40년간 바둑해설을 썼다. 특히 세상살이의 지혜를 담은 그의 문장은 울림이 컸다.
“바둑은 18급부터 시작해 1급이 되고 그 다음 1단부터 9단까지 이어진다. 실력 차이가 분명하다. 5급이 1급과 맞두어 이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5급이 1급과 내기바둑을 두려면 4점을 접어야 한다. 이런 걸 ‘치수’라고 한다. 골프에도 핸디캡, 즉 ‘핸디’라는 게 있다. 만약 1급이 실력을 숨긴 채 5급과 내기바둑을 둬 큰돈을 땄다면 무슨 죄목에 해당할까. 사법당국은 도박죄가 아니라 사기죄로 처벌한다. …인생살이가 게임이 되려면, 즉 인생살이가 굳이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라면 ‘치수’가 있어야 공정하다.” (중앙일보 2011년 3월 1일자 ‘삶의 향기’ 코너의 ‘인생살이 ‘치수’’ 칼럼 중에서)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박 부총재는 펜을 놓는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바둑에는 음미할 만한 인생의 가치가 많아요. 그런 게 없었다면 글을 쓰지 못했겠지요. 바둑이 좋은 점을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바둑이 좋은 점은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을 추구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바둑을 잘 둘 수가 없단다. 인문학적 가치가 풍부하다는 점도 바둑의 장점이라고 했다. 바둑은 인생과 많이 닮아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인생은 승부가 아닙니다. 그래서 인생을 알면 승부가 약해진다고 하잖아요.” 그가 ‘착한 고수는 없다’는 본지 칼럼에서 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그 얘기다. “바둑은 수없이 다시 둘 수 있으니 건곤일척의 승부수도 던질 수 있는 것이죠. 인생은 한 번뿐인데 그러기가 쉽지 않지요. 대부분 머뭇거리면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64년 전주고 2학년 때 바둑에 입문한 그는 68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한 뒤 한·일 대학생 바둑교류전 등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해외여행이 어렵던 시절, ‘외국 나가는 맛’에 바둑에 심취하다 보니 동양 3국 아마기전 우승, 전국실업연맹전 우승(3회) 등의 기록도 세웠다. 아마추어 7단인 그는 왜 프로 기사의 길을 걷지 않았을까.
“다들 어려웠던 그 시절엔 프로기사에 대한 인식이 요즘 같지 않았죠. 한국바둑의 개척자로 불렸던 고(故) 조남철 9단이 수표교를 지나가면 주변에서 ‘노름대장’이 간다고 했을 정도였으니. 친하던 김인 9단도 ‘다른 길을 가라’고 만류했지요.” (박치문 부총재는 사이버오로의 취임 인터뷰 요청에 요즘 눈코 뜰 새 없다며 일단 중앙일보에 난 서경호 기자의 기사로 대신하고 차후 시간을 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프로의 길을 걷지 않은 건 '프로로서의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꼭 첨언해 달라 부탁했다. -편집자 주-)
박 부총재 앞에는 한국 바둑의 개혁이라는 힘겨운 과제가 놓여있다. 젊은 바둑팬이 줄었고, 프로대회 개최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정상을 지켰지만 이젠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는 “한국 바둑의 ‘3중고’를 타개하기 위해 바둑계의 단합부터 이루겠다”고 했다. 그는 2009년 한 칼럼에서 “바둑에 있어 최고의 경지란 바둑돌의 소리(석음·石音)를 듣고 돌의 마음(석심·石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가 이제 바둑계의 소리와 마음을 듣기 위해 첫발을 뗐다.
한국 기원의 부총재를 기자가 하다니... 참 아쉽군요...
바둑 기사가 몇 명인데...
박치문 기자 물론 유명한 바둑 기자이고 좋은 글을 써왔지만
총재 부총재는 바둑 기사들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마치 한국축구연맹부회장에 아나운서출신이 되는것 같네요.
좀...아쉽네요...
fmwson
각 스포츠연맹 회장은 대기업 회장들이 해야 활성화 되는거 아닌가요. 박치문 기자님은 바둑계에 오래 활동 하셧으니까 실무진으로서 부총재 하시는거라 생각합니다..
경북서점
한국기원은 프로기사를 위한 단체가 아닙니다.
박치문 부총재가 바둑계를 위하여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어느날
경북서점/많은 기사들은 한국기원이 자기들을 위한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송림유현
｜ 2014-03-24 오후 11:36:00 [동감0]
바둑철학이라는 과목을 만들어야한다.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있으리라. 또한 수리체계와의 관계성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판은 좁으나 풀어야 할 과제는 많으리라. 기대가 되는 취임축하합니다.
술익는향기
｜ 2014-03-24 오후 10:25:00 [동감1]
평소 존경하던 박치문 선생의 한국기원 입성은 좋은 소식인듯...
양재호 총재와 함께 말씀하신 3중고 중에서도, 한국 바둑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어린아이와 젊은층 저변화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착실남
양재호씨는 총재가 아니고 사무총장 아닌가요?
보도본부
｜ 2014-03-24 오후 9:27:00 [동감1]
한국바둑의 석음과 석심의 시작은
수년전 프로기사들의 투표를 통한 이세돌 기사에게 돌림빵놓아 한인간의
명예를 짓밟아버린 잘못된 석음과 석심을 바로잡는일일것입니다.
수정돌
박 부총재가 진정 분별력과 양식 있는 인사라면 자기 재임 중에 그 때 그 일을 어떤 식으로든 일리있게 수습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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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18급부터 시작해 1급이 되고 그 다음 1단부터 9단까지 이어진다. 실력 차이가 분명하다. 5급이 1급과 맞두어 이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5급이 1급과 내기바둑을 두려면 4점을 접어야 한다. 이런 걸 ‘치수’라고 한다. 골프에도 핸디캡, 즉 ‘핸디’라는 게 있다. 만약 1급이 실력을 숨긴 채 5급과 내기바둑을 둬 큰돈을 땄다면 무슨 죄목에 해당할까. 사법당국은 도박죄가 아니라 사기죄로 처벌한다. …인생살이가 게임이 되려면, 즉 인생살이가 굳이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라면 ‘치수’가 있어야 공정하다.” (중앙일보 2011년 3월 1일자 ‘삶의 향기’ 코너의 ‘인생살이 ‘치수’’ 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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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