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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달> 온소진이 불을 토했다. 신안천일염 4지명 온소진은 2-2 상황에서, SK에너지 2지명 변상일을 제압하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
신안천일염이 이세돌과 온소진의 수훈으로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20일과 21일(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어진 2013KB바둑리그 1라운드 4경기에서 신안천일염이 SK에너지에 3-2로 승리했다.
첫째날 스코어는 1-1이었지만 상대팀 주장 최철한을 꺾은 신안천일염이 우세한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둘째날 3국에서 박정상이 강유택을 꺾으면서 저울추는 다시 SK에너지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신안천일염은 주장 이세돌과 4지명 온소진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결국 나란히 승리했다.
이세돌과 온소진의 수훈은 값졌다. 하위지명자들의 반란이 드센 이번 시즌이지만 이세돌은 주장 노릇을 톡톡히 했고, 온소진는 2지명 변상일을 제압했다.
1국 '무늬만 락스타' 김형우, 류재형을 상대로 완승
(1라운드 4경기 제1국 김형우vs류재형)
SK에너지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무늬만 락스타일 뿐 과거 영남일보의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김형우(25)가 신안천일염의 노장 류재형(36)에게 한 번도 불리해지지 않고 완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최근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김형우는 초반 우상귀에서 류재형의 실수를 포착해 일찌감치 우세를 잡은 다음 계속 격차를 벌려나가 7집 반이라는 큰 차이로 첫 승을 알렸다.
“김형우 선수를 얻은 것은 우리 팀의 큰 복이지요.”
만만치 않으리라 보았던 첫 판이 순조롭게 흘러가자 윤현석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흘렸다. 윤 감독은 2국엔 주장 최철한이 출전하니 2승은 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봤고, 관심을 내일 일정으로 돌리고 있었다. 윤 감독뿐 아니라 대국장의 모든 사람이 그런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 2013 KB리그는 상위 랭커들의 무덤? 1라운드 마지막 경기 첫 날, 제2국에서 신안천일염의 3지명 김정현이 SK에너지의 1지명 최철한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김형우와 류재형이 1국 종료후 서로의 집을 확인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 날의 심판인 박상돈 7단.
▲SK에너지의 주전급 락스타 김형우. 최근 상승세여서 앞으로도 자주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신안천일염의 5지명 류재형. 7년 만에 리그에 복귀했지만 승점을 따내지 못했다.
2국 '최철한, 이럴 수가'
(1라운드 4경기 제2국 최철한vs김정현)
최철한(28)은 이 날 LG배 3차 예선을 치르느라 오후 5시 반까지 진땀을 뺀 다음 저녁 무렵 검토실에 들어섰다. 상대는 중국의 신예 옌환이었는데 중반에 끝난 바둑을 끝까지 두자고 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결과는 최철한의 7집반 대승으로 끝났고 약간 피곤한 기색은 있어도 컨디션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상대인 신안천일염의 김정현(22)은 2011년 포스코LED가 한국바둑리그에서 우승할 당시 포스트시즌 MVP를 수상한 바 있는 젊은 강자. 하지만 지난해에는 별다른 실적이 없어서 랭킹이 31위까지 내려갔고, 올해 성적도 6승 4패로 그저 그런 편이었다. 이런 이유로 최철한과 김정현의 대국은 하나 마나 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국이 시작되자 김정현은 요즘 유행인 미니 중국식 포석에서 연구한 수를 들고 나오며 최철한의 예봉을 피해 나갔다. 그 결과 포석이 끝날 무렵에는 최철한이 좋아하는 공격 대상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거꾸로 최철한이 타개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최철한이 가장 싫어하는 형태로 판이 짜인 것이다.
▲종국 후 결과를 확인하는 김정현과 최철한
하지만 최철한은 역시 최철한이었다. 중반 들어 김정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최철한은 이리저리 흔들며 판을 복잡하게 만들어 갔고 그 결과 역전에 성공한듯 보였다. 하지만 좌변에서의 간단한 끼움 수, 프로의 맹점이라는 한 칸 행마 가운데가 끊기는 것을 보지 못헸고, 그 때문에 손 안에 들어온 승리가 저만치 날아가고 말았다.
계가를 해보니 백을 든 김정현의 2집반 승. 이 순간 상대의 1지명을 낚은 신안천일염에선 환호가 터졌고, SK에너지 검토실은 찬물을 끼얹은 양 침묵속으로 빠져 들었다. 2013KB바둑리그가 시작된 후 최대의 이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결과를 확인하고 힘없이 판을 보고 있는 최철한. 대국 전 중국 선수에게 시달린 게 컸던 탓일까. 평소의 집요함이 보이지 않았다.
▲신안천일염의 '저격수' 김정현.
▲패한 최철한을 김지석(왼쪽)과 박정상이 위로해 주고 있다.
▲ 김정현의 승자 인터뷰. "최철한 9단이 좌변을 침입을 미리 보강했다면 제가 이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 날 KB리그 경기 현장에는 LG배와 관련해 한국기원에 온 외국기사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왼쪽은 대만 천스위안의 부인 장정핑 초단.
▲최철한이 지기 전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던 SK에너지 검토실. 최철한의 부인 윤지희(가운데)가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나와 있다.
▲바둑 요정 이슬아(왼쪽)가 KB리그 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신안천일염의 이상훈 감독과 류재형이 1국의 패인을 분석하고 있다.
3국 박정상, 정상 컨디션 회복
(1라운드 4경기 제3국 박정상vs강유택)
▲최근 살아나고 있는 박정상. 강유택을 힘으로 밀어 붙여 낙승을 거두었다.
SK에너지로선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 제3국. 상대가 신안천일염의 젊은 강자 강유택인 만큼 부담이 클 걸로 예상됐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간 박정상은 초반부터 펄펄 날았다. 박정상은 전 날 있었던 LG배 통합 예선 3회전에서 지난 해 BC카드배 준우승자인 중국의 당이페이를 잡았는데, 그 상승세가 중요한 이 판에서도 이어졌다.
백을 든 박정상은 중반 들어 우하귀를 상대에게 모두 내주면서 일발필도로 흑 대마를 모는 모험을 강행했는데 이 배짱이 그대로 통했다. 상대인 강유택이 살기에 급급하는 동안 좌하 일대를 모두 집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바둑이 바로 막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얼마 후 강유택이 묘수를 터뜨리며 백진을 폭파하자고 나서면서 국면은 혼돈으로 빠져들었고, 박정상에게도 일촉즉발의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마지막 초읽기 상황에서 강유택이 중앙 대마를 차단하자고 둔 수가 패착. 순간 박정상이 맛 좋게 하변을 해소해 버리니 금방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134수 만의 종국. 박정상의 이 승리로 SK에너지는 2-1로 앞서면서 4국에 큰 기대를 걸어 볼 수 있게 됐다.
▲SK에너지의 3지명 박정상. 한동안 부진했으나 결혼 후 정상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다.
5국 속전속결 이세돌, 89수 만에 대마잡고 끝!
(1라운드 4경기 제5국. 이태현vs이세돌)
온소진과 변상일의 장고대국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인 저녁 9시. 신안천일염의 마지막 주자 이세돌(30)이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잠깐 진행중인 판을 훑어 보더니 자리에 앉는다. 이 무렵은 혼전 끝에 온소진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본인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대국에 임했을 게 분명하다.
SK에너지 4지명 이태현(23)과의 승부는 초장부터 서로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맞붙으면서 승부가 일찌감치 판가름났다. 한때 타협의 여지도 있었지만 이내 태도를 바꾼 이세돌은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백을 잡으러 갔는고, 그 결과 이태현의 대마가 숨도 못 쉬고 죽어버렸다. 대국이 시작된 지 불과 50여분 만의 종국. 이로써 승부는 2-2가 됐고, 마지막 5국이 4국보다 먼저 끝나 장고대국이 승부판이 됐다.
▲ 복기하는 두 선수. 이세돌이 일직선으로 이태현의 대마를 잡으며 50여분(89수)만에 판이 끝났다.
▲'칼을 뽑으면 상대는 반드시 죽는다'는 걸 보여준 이세돌.
4국 '온달의 힘' 신안천일염을 구하다
(1라운드 4경기 제5국 변상일vs온소진)
신안천일염의 4지명 온소진(27)의 별명은 '온달'이다. 드문 성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겠지만 실제로 온순한 성격이기도 하고 예측 불허의 괴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포스코LED가 우승할 당시 주전으로 활약했고, 올해로 일곱 차례나 KB리그에 몸을 담고 있으니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이 축적된 노련함이 올해 본 리그에 처음 얼굴을 내민 변상일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온소진과 변상일의 승부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 하는 한 편의 액션 드라마였다. 대마를 몽땅 잡자는 온소진의 완력에 어린 변상일 역시 곡예 같은 솜씨로 위기를 벗어났고, 그때마다 보는 이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패로 연단수 노리기’, ‘석점 자충으로 치받기’ 등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막힌 수단들이 생사를 건 공방에 동원되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치열했던 이 승부의 결과는 노련함에서 한 발 앞선 온소진의 승리. 온소진은 중앙 변상일의 대마를 패로 살려주는 대신 우변에서 큰 대가를 구함으로써 불가능해 보였던 미션에 종지부를 찍었다(176수 백불계승). 3-2 신안천일염의 승리. 약체로 여겼지만 의외로 강했던 SK에너지를 신안천일염이 힘들게 따돌리는 순간이었다.
▲ 신안천일염의 '믿을 맨' 온소진. 온순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막강 파워를 지녔다.
▲SK에너지의 2지명 변상일(16).
▲제3국에서 박정상이 강유택을 줄곧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안도하는 SK에너지 검토진.
▲마지막 변상일의 대국에 눈을 떼지 못하는 SK에너지 관계자. 윤현석 감독은 차라리 눈을 감고 있다.
●○... KB리그의 말·말·말
“무슨 소리 ? 내가 이래 봐도 '내조의 여왕' 이야”(응원 나온 최철한의 부인 윤지희. 요즘 낭군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박정상의 말에)
"김미리가 세계 최강이네!" (김성룡 포스코켐텍 감독. 낮에 있었던 락스타리그 경기에서 김미리가 LG배 통합예선에서 장웨이지에·창하오를 꺾은 최홍윤을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서)
“이제 가셔도 되겠습니다.” (윤현석 감독.마지막 변상일의 대국이 가망이 없어지자 SK에너지 관계자에게)
[자료협조 | 바둑리그 운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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