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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연-박성수 조(오른쪽)가 1회전 상대팀을 지명했다. 바로 서능욱-이하진 조. 박지연이 지난해 지지옥션배에서 서능욱에게 진 빚을 갚겠다는 게 지명의 이유. 이에 서능욱은 가장 먼저 지명당한 순간 우승까지 해낼 예감이 들었다고 호기롭게 말했으며, 서능욱과 같은 팀 이하진은 자신에게 이겼던 사람을 고르다니 용기는 가상하지만 우리가 이겨주겠다고 선포했다. |
바둑 마니아라면 누구나 아는 ‘방내기’.
반집처럼 작은 집 차이라도 앞서기만 하면 이기는 일반적인 규정과는 달리 방내기는 많이 이겨야 가치가 있다. 1~10집은 한방, 11~20집은 두방, 91집 이상은 만방. 기원에서 내기꾼들 사이에 성행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방내기는 도박이라는 이미지와 부정적으로 맞물리면서 자취를 감춰갔고 그 명칭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금기시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하지만 방내기가 추구하는 방식 자체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냥 사라지기엔 아깝다. 그런데 이런 바둑 원리를 도입한 기전이 생겼다.
‘2013 팀서바이벌’은 시니어기사와 여자기사가 2인 1조로 한팀을 이뤄 집수 합산으로 승패를 겨루는 방식. 우리 편이 크게 불리하면 자신이 적게 이겨선 승산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대마 사냥 등 과감한 작전의 결행이 필요해진다. 이 때문에 우리 편의 대국 상황을 알 수 있도록 모니터가 배치된다.
팀당 2승을 하면 결선에 진출하게 되는 본선 대국은 두 팀이 남녀 크로스대결을 벌여 두 판의 집수 합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단, 승패가 불계로 갈리면 이긴 팀이 50집을 승리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2패를 당한 팀은 탈락하게 된다. 지지옥션배와 달리 시니어와 여류는 경쟁 상대인 것만이 아니라 힙을 합쳐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단체전과 개인전을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는 것도 이 방식의 묘미다. 팀 승패와 별도로 각 판은 공식대국이다.
이 대회 예선이 5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펼쳐쳤다. 예선에는 만 50세 이상(63년생 이상)의 시니어기사 65명과 여자 프로기사 49명이 참가해 각각 14명씩 총 28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렸으며, 남녀 1～2위인 조훈현․서봉수 9단과 박지은 9단, 최정 3단이 시드를 받아 본선에 직행했다.
지명식에선 여자기사들이 랭킹이 낮은 순부터 자신의 시니어 짝을 지명했다. 여자기사들은 무척 고민하는 가운데 쑥스러워하며, 시니어 기사들은 멋쩍게 뒷머리를 긁으며 지명하기와 지명받음을 진행해 본선 대진이 완성됐다.
본선을 통과한 팀들이 벌이는 결선은 8강 토너먼트로. 개막전은 추첨에 의해 출전이 확정된 박지연 3단-박성수 4단 조가 이하진 3단-서능욱 9단 조를 상대로 지명해 13일 오후 3시부터 바둑TV에서 열린다.
총규모 1억 3,000만원인 2013팀서바이벌은 한국기원과 바둑TV가 주최하고 바둑TV가 후원한다. 우승 상금은 2,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600만원이며 제한시간으로 각자 10분에 40초 3회를 준다.
▲ 본선 대진이 완성됐다.
▲ "16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가장 먼저 지명을 하게 된 오유진)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한테 선택받아 영광입니다"(시니어 조훈현)"
▲ "제가 가장 먼저 지명을 할 줄 알고 조훈현 사범님을 선택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서봉수 사범님으로 하겠습니다."(여류 김신영) "다 좋았는데 나를 선택할 때 약간 망설인 게 살짝 마음에 걸리네요^^ (좌중폭소)"(시니어 서봉수)
▲ "서능욱 사범님으로 하겠습니다"(여류 이하진) "꽃다운 아가씨에게 선택받다니 봄날이 오나봅니다. 우승해서 상금으로 좋은 일에 씁시다. (좌중폭소)"(시니어 서능욱)
▲ "실력 좋고 인품 훌륭하고 잘 생기신 안관욱 사범님을 선택하겠습니다."(여류 이영주) "이렇게 빨리 뽑힐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시니어 안관욱)
▲ "아가씨들이 이렇게 많은데 아줌마에게 선택받으시게 해서 약간 죄송하네요 ^^"(윤지희) "기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시니어 김동엽)
▲ "얼굴도 잘 생기시고 실력도 좋으시고 해서 지명했습니다."(여류 김나현) "기대에 부응해야 할 텐데..."(시니어 최규병)
▲ "(김)채영이랑 저랑 친해서 뽑았어요"(여류 박소현) "아까 우리 딸 채영이가 아빠는 본선에 오르더라도 지명에서 말번일 게 뻔하니까 자기가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이야...(좌중 폭소)"(시니어 김성래).
▲ "속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소문난 김기헌 사범님으로 하겠습니다."(여류 이민진) "마지막에 지명될 줄 알았는데 정말 기분이 좋네요"(시니어 김기헌)
▲ "3주 후 출산인데 저랑 편 되시는 분께 약간 미안한데요. 장수영 사범님으로 지명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실 것 같습니다."(여류 김은선) "아마 부군 박병규 8단이 우리 도장에 속해 있어서 편안해한 것 같네요."(시니어 장수영)
▲ "기풍도 저랑 맞으신 정대상 사범님으로 하겠습니다(어릴 적 스승임)"(여류 김윤영) "김윤영 3단이 초등학교 3학년일 때 봤는데 정말 영리하고 어린 나이에 이렇게 잘 둘 수 있나 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죠."(시니어 정대상)
▲ "원래 아빠(김성래)를 뽑으려고 했는데 먼저 뽑혀 나가셔서 선택이 굉장히 어렵네요. (잠시 고민) 백성호 사범님을 지명하겠습니다."(김채영) "장안의 화제인 루키 김채영 사범과 한 팀이 되었으니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백성호)
▲ 지명식에서 즐거워하는 여류 김미리.
▲ "사범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는 않았는데, 잘 생기셔서 뽑았습니다"(여류 김미리) "열심히 하겠습니다"(시니어 이홍열)
▲ "박성수 사범님으로 하겠습니다."(박지연) "기다리니까 뽑히긴 뽑히네요. (좌중 폭소)"(시니어 박성수)
▲ "굉장히 선택이 어렵네요. 이관철 사범님을 뽑겠습니다."(여류 조혜연) "어여쁜 아가씨에게 선택받은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시니어 이관철)
▲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는 유병호 사범님으로 하겠습니다(좌중 폭소)"(여류 최정)
▲ "바둑TV관계자에게 묻고 싶은데요, 제가 대머리라 모자를 쓰는데 TV대국에서 모자를 쓸 수 없다면 차라리 머리를 밀까요? 아니면 모자가 허용되나요?"(시니어 유병호) "시원하게 밀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바둑TV 임진영 팀장).
▲ 여자 랭킹 1위로 마지막에 지명을 하게된 박지은은 자동으로 시니어 고재희와 팀이 되었다.
▲ 진지하게 대진을 바라보는 각 팀들.
▲ 1회전에서 상대를 지명할 권리를 갖게 된 박지연-박성수 조가 고민하던 순간.
▲ 살아남아 우승하겠다고 다짐하는 시니어-여자 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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