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박지은이 목진석-김혜민과의 16강 대국을 끝낸 뒤 눈을 들어 복기하고 있다. 바둑퀸 박지은과 짝을 이룬 이세돌은 우승에 대한 투지를 불태운다.
남자 최강과 여자 최강의 포스 앞에서 전기준우승 팀의 찰떡 호흡도 무너졌다.
2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기 SG배 페어바둑최강전 본선16강전에서 우승후보 이세돌-박지은이 목진석-김혜민을 상대로 207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이세돌-박지은의 진가는 중반에 들어서자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앙에 백이 약간 엷었다. 어디 하나 죽을 곳은 없었지만 이세돌과 박지은은 백에 십자포화를 쏟아부으며 반상에 수를 놓았다. 전기준우승팀 목진석-김혜민은 전열을 가다듬을 틈을 얻지 못했다.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김영환 9단은 “남녀일인자의 공격이 워낙 막강했다”고 했다.
■“백 잡을 이유 별로 없잖아?”
올해 페어바둑최강전의 묘미는 ‘덤 베팅’이다.
페어바둑은 남자 백의 착수를 여자 흑이 받아내야 하는 까닭에 백이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다. 그래서 흑백 간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서 백의 덤을 깎는데 보통은 4집반까지 줄여놓는다. 일반적인 덤 6집반보다 2집이나 줄은 것이지만 그래도 백이 좋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덤 베팅은 덤을 미리 정해놓지 않고 양 팀이 베팅을 통해 결정하도록 한다. 각자 카드에 마음에 정한 덤을 써내고 더 큰 덤이 채택된다. 더 적게 쓴 쪽은 백을 들게 된다.
▲ 대기실에서.
이세돌은 평소 이를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듯하다. 대기실에서 “왜 백을 선호하는 거지?”라는 독백을 한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김혜민, 박지은, 목진석이 위와 같은 이유를 말했다. 그러자 이세돌은 “이유가 별 거 아니었잖아. 뭐 (흑 백 어느 것을 잡든) 상관없잖아~”한다.
이를 들은 목진석도 “뭐, 그렇지. 큰 의미는 없지”라고 맞장구.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백이 좋다는 설이 버젓이 있는데야 백을 들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한데 목진석-김혜민은 어찌어찌하여 우연히도 이세돌-박지은이 덤베팅에 5집반을 써내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강력한 유혹. 덤5집반이면 페어바둑에선 후하다. 기실 4집반이 시세이지 않던가. 백을 들게 되면 이세돌의 착수를 김혜민이 받아내지 않아도 된다.
목진석-김혜민은 4집반을 써내어 보았다. 그런데 이세돌-김혜민은 정말로 5집반을 제출해 놓았었고 결국 목진석-김혜민은 바라던 대로 백을 들게 되었다.
▲ 목진석(가장 오른쪽) “세계대회다 뭐다 해서 컨디션 조절해야 하는 이세돌-박지은팀이 양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덤베팅을 하는 양 팀.
사실 이세돌-박지은도 페어바둑은 백이 괜찮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써 넣은 것인데, 목진석 김혜민은 더 적게 불렀던 것이다. 목진석-김혜민은 비교적 여유 있는 덤을 가져 다소 우세한 상황에서 대국을 시작했다.
아쉬운 것은 결과였다. 목진석-김혜민은 이른 시기에 돌이 몰려 고전해서 바둑을 계가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행운의 백번과 5집반의 덤은 결국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말았다.
■ 8강 모두 결정
한편 이어 열린 16강 마지막 대국 이성재-이영신 대 백홍석-박태희의 대결에서는 백홍석-박태희가 146수 끝에 백불계로 승리하여 8강행 막차에 탑승했다.
이로써 8강 대진은 이세돌-박지은vs조한승-오정아, 안형준-이다혜vs한웅규-김윤영, 유창혁-최정vs백홍석-박태희, 김영삼-조혜연vs황진형-김현아로 구성됐다. 이 중 프로+아마 팀은 두 팀(박태희, 김현아)이다.
제2회 SG배 페어바둑최강전의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10분 40초 초읽기 3회. 전기엔 한상훈-김미리가 목진석-김혜민을 꺾고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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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실에서. 
▲ 목진석(가장 오른쪽) “세계대회다 뭐다 해서 컨디션 조절해야 하는 이세돌-박지은팀이 양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덤베팅을 하는 양 팀. 
▲ 페어바둑은 보통 남자가 리드한다. 이세돌이 조심스럽게 착수하고 있다. 
▲ 목진석이 고압적인 어깨짚기를 시도하고 있다. 
▲ 대국이 막 끝난 순간. 대국자들의 볼엔 실전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 만나서 연습할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는 두 팀. 복기는 팀워크를 재정비할 기회. 
;)
7승3패
원펀치최고
별그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