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SK에너지와 포스코켐텍의 6라운드 2경기 둘째날, 3국과 4국이 동시에 시작되고 있다. 앞쪽이 변상일-강동윤의 대국, 멀리가 나현-최철한이다. 두 판 다 포스코켐텍이 대마를 잡고 끝낼 수 있었으나 막판 실족으로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
5연패 수렁 포스코 탄식, '아, 안 풀리네'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6라운드 2경기 SK에너지-포스코켐텍
최하위 팀끼리의 대결은 처절하기 마련이다. 두 팀 중에서 한 팀은 사지(死地)를 벗어나는 기회가 되고 다른 한 팀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는 얄궂은 운명 때문이다. 개막전 승리 이후 포스코켐텍은 4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었고 지난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던 SK에너지 역시 2라운드 이후 승리를 맛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두 팀은 절박할 수밖에 없었고 그 처절험은 매 판 벼랑끝 승부로 나타났다.
6일~7일 이틀간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SK에너지-포스코켐텍의 6라운드 경기에서 SK에너지가 포스코켐텍을 3-2로 누르고 4경기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포스코켐텍이 이길 가능성이 컸던 경기였다.
첫 날은 한태희(SK에너지)가 양신 중 한 명인 신진서를 1국에서 꺾었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친 강승민(포스코켐텍)이 박정상을 누르면서 1-1.
둘째날, 분수령이었던 3국과 4국에서 포스코켐텍은 모두 대마를 잡고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막판 실수로 다 놓쳤다. 손에 들어왔던 두 판을 거꾸로 헌납하며 포스코켐텍은 5연패의 충격에 빠졌다.
■ 한태희, '밀레니엄 보이'를 울리다
SK에너지의 락스타 1지명 한태희는 지난 주 '장생' 경기 2국에 출전해 홍성지라는 월척을 낚았다. 윤현석 감독은 두말없이 이번에도 한태희를 스타팅 멤버에 올려 놓았다. 상대인 신진서와는 이번이 첫 대결. 자기보다 어린 상대와의 대국이 부담이 될 수 있었지만 한태희는 초반 우상귀 접전에서 크게 득을 본 후 한 순간도 불리한 적 없이 우세를 지켰다.
▲ <제1국>한태희-신진서.두 번째 출전한 한태희가 '밀레니엄 보이' 신진서를 상대로 완승에 가까운 내용을 펼쳤다. 나중 신진서가 반면 승부에 가까운 큰 차이를 확인하곤 돌을 거두었다.
▲ 지난해 롯데손해보험 4지명으로 활약했던 한태희(20). 당시 백홍석 원성진 같은 강자들을 꺾어 주목을 받았다. 목진석 해설자는 "이런 선수가 왜 락스타리그에 있죠?"라고 했다.
▲ 신진서(3지명.13)는 성장통에 팀 성적 부진에 따른 압박감도 느끼고 있는듯 하다. 6일, 3연패를 당하며 시즌 2승4패를 기록.
■ 강승민, 변신 로봇처럼
이번 실내무도 아시안게임의 대표이자 지난 해 락스타리그 다승왕(17승) 강승민의 데뷔 무대.김성룡감독은 결정적일 때 쓰려고 강승민을 아껴 두었지만 팀이 꼴찌로 추락한 지금에 와서는 그럴 여유도, 필요도 없어졌다.감춰뒀던 비밀병기 강승민은 팀이 위기에 몰리자 위력을 발휘했다.
초반 흐름은 두텁게 판을 짠 박정상의 우세. 하지만 강승민은 안전하게 이기려는 박정상의 심리를 파고들며 이리저리 변신했고, 하변 흑 대마 차단에 이은 좌변 침입으로 승기를 잡았다. 박정상은 자신의 대마를 사지로 몬 다음 수상전으로 역전을 꾀했지만 불발로 끝나자 192수 만에 항서를 썼다.
▲ <제2국>강승민-박정상.포스코켐텍의 비밀병기 강승민이 강적 박정상을 물리치며 팀을 한시름 놓게 했다.
▲ 강승민(락스타 1지명.19)은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변신을 거듭하며 승리를 엮어냈다. 현재 락스타리그에서도 4승1패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해설과 대국으로 바쁜 박정상(3지명.29)은 3승3패를 기록했다.
■ 강동윤, '다 잡은 대마를...'
살았다→죽었다→확실히 죽었다→그런데 다시 살았다. 강동윤이 아시안게임서 돌아온 변상일의 대마를 예리한 칼끝으로 찔러대자 덩치 큰 코끼리 같은 말이 비통한 숨을 토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죽지 않을 돌이었지만 그물에 갇혔다는 충격때문에 대마는 자꾸 사지(死地)속으로 들어갔다. 사냥꾼 강동윤은 이제 차분히 방아쇠만 당기면 될 터였다.
한데 첫 번째 총알이 빗나갔다. 상처입은 대마는 헐떡이며 더욱 꿈틀거렸다.하지만 강동윤에게는 아직 하나의 총알이 남아 있었다. 곧 두 번째 총알이 나갔다. 이번엔 제대로 맞힌듯 보였다. 하지만 급소를 벗어난 엉뚱한 곳이었고,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대마는 사냥꾼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그물은 산산조각 찢기고 사냥꾼은 회복할 수 없는 내상을 입었다.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제3국>변상일-강동윤. 강동윤이 빈사 상태의 대마를 두 차례나 잡을 기회가 있었으나 다 놓쳤다. 중앙 한 점을 때리거나 좌변을 막지 않고 외곽 한 점을 잡았어도 흑승이었다.
▲ 강동윤은 간단히 한 두군데를 짚어보고는 굳은 얼굴로 자리를 떴다. SK에너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2-1로 리드했다..
■ 나현, '너마저도...'
순조롭게 긴 바둑 양상으로 흘러가던 바둑이 갑자기 긴박해졌다. 최철한이 우변에 이어 좌상귀까지 크게 챙기면서 대마를 '잡을테면 잡아 보라'고 배짱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대무리였다. 송태곤 해설자는 "제대로 하면 살길이 앖다"고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한데 상대의 갑작스런 올인 작전에 당황한 탓일까. 나현은 수순 미스를 범하면서 다 잡은 대마를 놓치고 말았다.
▲<제4국>나현-최철한. 나현이 대마를 놓치는 순간 바로 돌을 거두면서 133수 만에 바둑이 끝났다. 손 안의 승리를 놓친 김성룡 감독은 "어떻게 두 번이나 이럴 수 있지?" 탄식하며 머리를 감쌌다. SK에너지가 3-1로 7일, 승부를 확정지었다.
▲중대한 수순미스로 대마를 놓친 나현이 괴로워하고 있다.
▲<제5국>이태현-안형준. 애초의 예상대로라면 승부판이 되었을 대국. 치열한 난타전 끝에 안형준이 승리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8개임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2013KB바둑리그는 다음 주 중국서 열리는 몽백합배 세계대회로 인해 한 주를 쉰다. 18~19일 한게임-신안천일염. 20~21일 티브로드-정관장이 6라운드 남은 경기를 치른다.
▲변상일(16)은 실내무도 아시아경기에서 중국의 탕웨이싱에게 3연패를 당하고도 결승에서 설욕함으로써 한국에 값진 금메달을 안겨줬다. 지난 해 락스타리거에서 올해 일약 2지명으로 발탁됐지만 부담감 때문인지 현재까지는 2승3패로 그럭저럭이다.
▲ 최철한은 중국리그서는 7전 7승 펄펄 날고 있지만 KB리그에선 4라운드까지 1승3패로 부진했다. 지난 경기 장생 무승부가 계기가 되었는지 7일 대마 사활에 올인하며 2승째를 챙겼다.
▲ 안형준이 마지막 5국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번 경기에 출전한 양 팀 3명의 락스타리거가 KB리거를 상대로 모두 승리하는 이변 아닌 이변이 벌어졌다.SK에너지의 김형우와 더불어 대표적인 '양빵 리거'인 안형준은 락스타리그에서도 5승1패로 맴활약 중이다 . 본 리그 출장 성적은 2승 2패.
▲ 7일, 포스코켐텍 검토실에는 신민준(넷마블)이 찾아와 신진서와 자리를 함께했다.
▲신진서가 뭔가를 무릎에 놓고 만지적거리자 신민준이 신기한듯 보고 있다. 옆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최정의 표정이 천연덕스럽다.
▲이슬아는 KB리거가 아닌 탓에 가끔씩 모습을 드러낸다. 7일, SK에너지 검토진과 함께 했다.
▲내조 신공(神功). 윤지희 진행자가 나타나면 남편 최철한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 7일 윤 진행자가 나타나 검토를 시작하자 위태위태한 최철한의 대마가 극적으로 살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윤 진행자는 지난 경기 장생 무승부 사건 때도 최철한 9단과 함께 한 바 있다.
▲ SK에너지 검토진이 최철한의 대마가 경각에 달리자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자료·기사 협조 | 바둑리그운영본부(안성문KB바둑리그 전문기자)]
.gif){kind=logo}
;)
지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