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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시허에겐 특별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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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시허에겐 특별함이 있다
| 한창규 2006-01-17 오후 02:36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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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은 짧다. 대개 초읽기에 몰린다. 1분초읽기를 지탱하는 능력을 지닌 일류들일지라도 동요가 인다. 뤄시허와 싸워야 하고 시간과도 싸워야 하는 이창호는 그 초읽기 때문에 첫 판을 내주었다.
‘속기 명수’ 뤄시허도 이번엔 초읽기를 경험했다. 이번 대회 들어 12판째 만, 처음이다. 330수까지 이어지며 점철된 주먹질과 패싸움. 그 속에서 상전이 벽해가 되고 파란이 만장했다.
제10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제2국
○뤄시허 9단(중국) ● 이창호 9단(한국)
- 장소 : 삼성화재 본관
- 날짜 : 2006. 01. 12
- 결과 : 330수끝, 흑3집반승
장면 (독창성의 절정)
뤄시허의 바둑은 감상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톡톡 튀는 감각은 현학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수에 대한 확고한 철학 없인 두지 못한다.
역시나 발상에 날개를 달았다. 우하 백을 수습할 상황에서 1부터 7까지를 서슴없이 늘어놓는다. 돌의 역행, 상식을 일탈한 행마. 상상을 초월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한다.
참고도1 (평범)
실전은 수레의 뒤를 힘들게 밀어가는 인상이다.
백1로 두칸으로 벌려 자세를 잡으면 가장 무난하다. 이 수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별난’ 뤄시허는 이와 같이 벌리고 벌려가는 ‘평범함’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참고도2 (성급)
서둘러 흑1로 젖힐 장면은 아니다. 이렇게 힘을 들여도 우하 백은 제압되지 않는다. 언제든지 백A로 막으면 산다.
백2로 힘차게 늘면 좌변 일대에 새로운 세계가 개척된다.
참고도3 (수긍)
실전은 급소를 맞아가며 갈라지는 모양을 자청하는 모습이어서 관객들이 눈이 휘둥그래해질 만하다.
이제라도 백1로 젖힌다면 수긍이 간다. 계속해서 흑A는 백2로 만족. 따라서 흑2는 기세의 끊음인데 백3부터 싸워 가는 진행이 은근하다.
실전진행1 (사납다)
궤도를 이탈한 듯한 독창적인 발상으로 매끈하게 이겨간다면 바둑의 패러다임마저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흑1로 머리를 통타당하는 모양이 사납다. 백8은 또 무언가? 저걸 두고 천재적 발상이라 해야 할지….
참고도4 (불만)
좌우 백의 라인을 연결지으며 두텁게 세력을 쌓을 작정이었다면 그 꿈은 벌써 깨졌다.
그래서일까. 백1로 ▲를 잡으며 정형하기엔 조금 억울했던 모양이다. 흑A로 밀어오는 수가 껄끄러울 테니까.
실전진행2 (잔재주)
흑1은 빤한 차단. 그렇다면 △의 존재는 뭔가. 뤄시허는 백2로 막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흑3이 시원하다. 백4, 6이 △를 둘 때부터 봐 두었던 맥. 그러나 잔재주를 부리는 듯한 느낌이다. 흑1이 놓이면서 좌하귀 백이 엷어졌고, 흑9로 움직이자 중앙의 발언권도 달라졌다.
참고도5 (활용)
뤄시허의 튀는 수법은 간혹 통할 때는 상당한 위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흑1로 잇는 것은 △의 꾀에 넘어간다. 이쪽저쪽을 활용당한 형태. 두점을 잡고 미생으로 쫓길 수도 있다.
뤄시허의 가벼운 재주는 요란하게 움직였지만 묵직한 이창호의 기량을 능가하지 못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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