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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감각대결!! 우리는 진정한 천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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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감각대결!! 우리는 진정한 천재를 원한다!!
이세돌의 초대 우승이냐, 유창혁의 리턴매치 설욕이냐
| 한국기원 2002-06-17 오후 02:28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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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이다. 다들 아는 얘기인데 새삼스레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마인드 스포츠’란 결국 마음의 스포츠요, 정신의 스포츠이자 두뇌 스포츠란 말이다. 따라서 마인드 스포츠에서 이기기 위해 요구되는 가장 큰 미덕들은 이성, 냉정, 차분, 집중 등일 것이다. 반대로 흥분, 감정, 분노 등은 승리에의 가장 큰 걸림돌들이다. 오죽하면 수백 년 전 선인들조차 바둑판 앞에선 상대를 의식하지 말라는 ‘반전무인’의 경지를 바둑의 최고선으로 꼽았을까?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팬들의 심리는 거꾸로일 경우가 많다. 냉정하고 차분하고, 그래서 치밀한 계산이 앞서는 바둑보다는 아드레날린이 반상에 철철 흘러넘치는 감정적이고 혈기방장한 바둑에 더욱 열광을 보낸다. 이를 보고 있자면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둑의 이상이야말로 마인드 스포츠가 아닌 '아웃 오브 마인드(out of mind) 스포츠'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언젠가 축구해설가 신문선 씨를 사석에 가까운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그때 1시간 가까이 그의 축구론을, 그만의 독특한 억양을 통해(정말 TV에서 보는 것과 똑같았다!!) 들을 수 있었는데, 개중에는 축구와 바둑과의 그럴 듯한 비교분석도 들어 있었다.
바둑도 꽤 둔다는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기존 스포츠 중 가장 마인드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종목이라면 단연 축구를 꼽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축구는 바둑과 몹시 닮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작금의 한국대표팀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겨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황홀한 선전. 그리고 전 국민이 월드컵의 뜨거운 열탕 속에 온몸을 담그고 있는 이 시점에 이르러, 분명 축구에선 이성과 냉정, 차분의 요소보다는 감정과 폭발, 흥분, 열광의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사실 아웃 오브 마인드의 수준을 넘어선 ‘Crazy'의 경지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팬들의 심리는 축구나 바둑이나 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기기 위한 바둑도 나쁠 게 없지만, 질 때 지더라도 화끈하고 기세가 활어처럼 펄펄 살아 뛰는 바둑에 한층 열렬한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긴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요즘 우리 대표팀처럼.
조훈현 9단이나 유창혁 9단에 대한 우리의 한량없는 신뢰와 믿음은 바로 이런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냉철하고 돌처럼 차가운 이창호와 달리 그들은 툭하면 ‘마인드’의 끈을 놓는다. 두터운 양날 검을 두 손에 움켜쥔 채 마인드의 결계를 뚫고 뛰쳐나가기 일쑤다. 물론 때론 장렬한 전사를 피하지 못한다. 하지만 히딩크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을용의 페널티킥 실패가 그러했듯, 모든 것은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바둑 속에는 팬들로 하여금 박수 다섯 번을 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그것은 전사의 비극적 장면조차 우리를 ‘Crazy'하게 만든다.
2000년도 한국바둑계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불렸던 이세돌의 등장에 대해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포스트 이창호 시대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세돌에게서 풍기는 ‘out of mind'의 냄새. 예민한 팬들의 후각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조훈현과 유창혁이 한국바둑계의 공격라인을 대표하는 투톱이라면, 이세돌은 이들과 삼각편대를 이루는 ‘처진 스트라이커’쯤 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앙돌파와 볼 배급에 좀더 힘을 써줘도 좋으련만 이세돌은 체질적으로 전진! 또 전진! 해버리고 만다. 중앙에 머물러 있기엔 그의 공격 본능이 골에 대한 유혹을 견뎌내지 못하는 탓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마지막 한 판만을 남겨두고 있는 KTF배 프로기전의 결승 최종국에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전히 세계바둑계의 호랑이이자 전신(戰神)으로 추앙받고 있는 조훈현이 엄존하고 있지만, 결국 한국바둑계 최고의 공격수 자리는 유창혁과 이세돌, 두 사람 중 한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 외길수순마냥 훤히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초대 KTF배를 놓고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이번 승부는 여러 의미에서 흥행성을 보장하고 있다. 우선 -
1. KTF배의 정체성(?)
KTF배는 배달왕기전의 후신이다. 우여곡절이 다소 있었지만 여하튼 배달왕기전은 KTF배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마지막 배달왕 타이틀 보유자는 이세돌 3단. 한때 2관왕까지 올랐던 그였지만 지금은 다소 부진해, 신인왕(비씨카드배) 타이틀을 제외한 본격 타이틀로선 KTF배가 벗어버린 ‘옛 허물’ 배달왕기전 하나만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세돌이 KTF배에 대해 보이고 있는 강렬한 집착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2. 2연패냐! 리턴매치 설욕이냐!
공교롭게도 2000년 제8기로 막을 내렸던 마지막 배달왕기전의 도전기 대국자는 유창혁과 이세돌이었다. 당시 생애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이세돌은 배달왕 유창혁을 3승 2패로 꺾고, 천원에 이어 단숨에 2관왕에 올랐다.
따라서 유창혁으로서도 이번 승부만큼은 결코 호락호락 내어주고 싶지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낙관적인 그로서도 후배에게, 그것도 같은 기전에서 연달아 돌아섯!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
3. 감각대결!! 우리는 진정한 천재를 원한다!!
유창혁과 이세돌은 모두 천재과의 기사에 속한다. 천재과는 한결같이 수읽기가 강하다. 그리고 여기에 옵션이 붙는다. 수읽기가 강하되, a) 정확해야 하고 b)빨리 보아야 하고 c)감각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승전은 두 기사 서로간의 천재성을 비추어볼 수 있는 최고의 잣대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
a) 상기한 1, 2번 항목의 연유로 두 기사 모두 여느 때를 훨씬 상회하는 전의를 불사르고 있다는 점.
b) KTF배가 정확하고, 빠르고, 감각적인 수읽기를 겨루는데 최고의 링인 속기기전이라는 점.
결승 1국에서는 유창혁의 매머드급 펀치가 그대로 이세돌의 안면에 작열하며 통렬한 KO승을 끌어냈다. 하지만 2국에서는 ‘쎈돌’의 반격 성공. 초반 유창혁의 공격이 먹히는가 싶었지만, 이세돌의 카운터 펀치가 유창혁의 복부에 꽂히며 3집반의 역전이 이루어졌다.
두 기사의 역대 상대전적을 보면 모두 20번 싸워 유창혁 9단이 12승 8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눈여겨 볼 것은 최근의 성적. 이세돌이 제대로 힘을 내기 시작한 2000년도 이후에는 오히려 이세돌 쪽이 8승 7패로 근소한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는 2승 2패로 팽팽한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중.
과연 두 천재 파이터 간의 자존심 대결은 어느 쪽의 승리로 낙착될 것인가?
6월 24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질 결승3번기 최종국은, 세계사이버기원(www.cyberoro.com)과 한국기원 홈페이지(www.baduk.or.kr)을 통해 인터넷 생중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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