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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막식에서 이세돌 9단(가장 오른쪽)이 자신의 휘호가 담긴 바둑판을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에게 전달했다. |
위빈 중국국가대표팀 총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알파고의 끝내기 솜씨는 이창호 9단 전성기의 끝내기보다 뛰어나다.”
선실리 후타개 전법이 성공을 거둬 중반, 약간의 우세를 잡았던 이세돌 9단이었지만 후반에 들어가자 힘을 쓸 수 없었다. 역시 끝내기 단계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무대였다.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끝난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최종)에서 이세돌은 흑번으로 알파고에게 280수 만에 불계로 졌다. 계속 뒀다면 2집반 차이. 1국~3국은 0-3으로 끝나 이세돌은 우승을 놓쳤다. 이번 대회는 5판3선승제이지만 승부가 도중에 나더라도 나머지 대국을 모두 치르도록 했다. 이세돌은 1승이라도 거두는 걸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러나 알파고의 실력이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세계 최강일지도 모를 정도로 강력하다고 인정되면서 전망은 어두웠다.
그러나 이세돌은 기적같이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내며 4국에서 승리를 거뒀다. 알파고는 예측하기 어려운 착점을 만났을 때 역량의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 최종국이 열리기 전 대기실. 딸 혜림 양이 이세돌 9단과 장난치고 있다.
▲ 이세돌 9단이 딸의 손을 잡고 경호를 받으며 대국실로 향하고 있다.
이세돌은 지난 어떤 대국보다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 판을 주도했고 실리에서 앞서 나갔다. 데미스 하사비스도 자신의 트위터로 “초반에 알파고가 실수를 범했으며 추격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약간 앞선 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바둑은 소강상태에서 어느새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즉 알파고의 전공분야다. 알파고는 뛰어난 끝내기를 보여줬다. 종국이 가까워 오고 끝내기에서 더는 역전할 방법을 찾지 못한 이세돌은 불계패를 인정했다. 오로대국실에서 이 대국을 해설하던 고근태 9단은 “알파고가 적당히 물러서는 게 아니라 최선의 끝내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 혼신을 힘을 다하며 초중반 우세했던 이세돌 9단.
대국 이 끝난 직후 데미스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알파고는 지금까지의 다섯번 대결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알파고가 초반에 실수 했는데도 이를 극복하고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왼쪽)와 데이비스 실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두 사람은 동문(캠브리지)이기도 하다.
- 기자회견 -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 "사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대단한 대국을 지켜봤다. 손에 땀을 쥐었다. 우리 자체가 딱히 프로기사는 아니기에 컨트롤룸에서 알파고가 대국하는 걸 지켜보며 해설위원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초반에 알파고가 맥점을 놓치며 꽤 큰 실수를 했는데 나중에 회복했고 접전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매우 흥미로운 대국이었다."
(이세돌 9단) "대단히 아쉬웠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초반에 내가 유리하다고 봤다. 그런데도 졌다는 것은 나의 부족함이 다시 한번 드러났던 것 아니었나 싶다.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노력해서 더 발전하는 이세돌을 보여드리겠다."
(구글 영어 해설 진행 - 크리스 갈록)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대국들이었다. 바둑에 전례 없는 관심이 쏟아졌다. 감사하다. 바둑애호가들로선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없었을 것이다. 바둑은 늘 그랬듯이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우정과 선의로 서로를 도왔다. 이게 바둑이 가진 아름다움이다."
(구글 한국어 해설 - 김성룡 9단) "1국과 5국을 해설했는데, 대국 시작하던 때, 그러니까 0승0패였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은 우리의 예상을 정말 빗나갔다. 컴퓨터가 뛰어난 분야인 '계산'으로 맞대응 했다. 그 도전이 보기 좋았다. 이겼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거기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이세돌 9단 참 대단하다. 이세돌 9단의 승부사적 고뇌도 엿봤다. 4, 5국은 인간의 도전과 승부였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와 알파고의 친구 이세돌 9단에게도 감사하다."
<질문> 어릴 때부터 상수와의 대국을 즐겼다고 들었다. 알파고가 상수라고 느낀 적이 있나. 이 매치로 바둑에 대한 관점이 바뀐 것 있나?
(이세돌) "알파고가 아직 상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아직은 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쉽다고 생각한다'는 개인적 차원의 말씀을 드렸다. 바둑은 즐기는 것이다. 프로기사든 아마추어든 바둑은 즐기는 것이 기본이다. 나는 어느 때부턴가 바둑을 즐기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에서는 원없이 마음껏 즐겼던 것 같다. 또 이번엔 인간의 창의력이라든지 여러 가지 바둑 격언에 있던 내용에 의문이 들었다. 알파고의 수법을 보며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은 맞는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질문> 알파고와 싸우는 느낌은 프로기사와 싸우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그 느낌에 관해 듣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대국해 보고 싶은가?
(이세돌) "다르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아니지 않나. 두는 스타일부터 생소한 환경 등 모든 것이 너무나 달랐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끝없이 집중하는 (알파고를 상대로)... 글쎄... 다시 붙어도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은 든다. 확실히 실력적인 부분보다도 심리적인 부분에서, 집중력과 같은 부분에서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이기기는 쉽지 않은 상대인 것 같다."
<질문> 알파고에 대한 계획은?
(데미스 하사비스) "우리는 이 대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딱히 명확히 계획을 수립하진 않았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알파고를 어떻게 개발해 나갈지 파악할 수 있었다. 런던에서 분석을 마친 뒤 향후 행보를 고민하겠다. 관련 기술을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와, 추가로 바둑 경기를 이어갈 것인지도 결정하게 될 것이다."
▲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오른쪽)가 구글 딥마인드 CEO 데이비스 하사비스에게 상패를 전달했다.
▲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가 알파고에 대한 명예9단증을 주고 데이비스 실버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와 기념 촬영에 응했다.
기자회견 후 열린 폐막식에서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가 우승한 ‘알파고’를 대신해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딥마인드 CEO에게 우승 트로피를,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 ‘딥마인드’ 팀 리더에게 명예 9단증을 각각 전달했다. 명예 아마단증이 아닌 명예 9단증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세돌은 다섯 차례 대국한 바둑판에 친필 휘호를 해 하사비스 CEO에게 전했고, 하사비스 CEO는 기념 사진 액자를 전달했다. 한국기원도 바둑팬이 밤을 새워 만든 4국 기보가 새겨진 넥타이를 딥마인드와 이세돌에게 증정했다.
▲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가 폐막사를 하고 있다.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는 폐회사에서 “세계 최강의 실력을 보여준 딥마인드 ‘알파고’ 개발팀에 경의를 표하고 이에 맞서 초인적인 정신력과 창의성을 보여준 이세돌 9단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인공지능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번 대회가 단지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대결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인류에 기여할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의 제한시간이 주어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중국룰을 채택해 덤 3 3/4자(7집반)가 주어졌다. 모든 대국은 바둑TV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특히 최종국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JTBC, TV조선, 채널A등 종합편성채널에서 모두 생중계했고 YTN, MBN, 연합뉴스TV 등 뉴스전문채널에서 모두 실시간으로 대국장 소식을 속보로 전하는 등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에 쏠린 국민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바둑TV와 K바둑, 사이버오로 등 바둑전문 매체에서는 1∼5국을 모두 생중계했고 네이버, 다음tv팟, 에브리온TV 등도 중계에 동참했다.
▲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가 바둑계의 마음을 담아 대표로 '신의 한수 넥타이'를 구글 딥마인드 측에 선물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가 대표로 받았다.
▲ 한국기원이 구글 딥마인드에 선물한 '신의한수 넥타이'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보여준 끼움의 묘수(78)가 들어 있다.
▲ 이세돌 9단과 데비스 하사비스 박사가 들고 있는 것은 이들 둘이 1국이 시작되기 직전 악수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담긴 액자.
알파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번 대회의 우승상금 100만 달러(환율 고정 11억원)는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ㆍ기술ㆍ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세돌 9단에게는 다섯 판의 대국료 15만 달러(1억 6500만원)가 주어졌으며 판당 승리 수당 2만 달러는 별도로 책정됐다.
▲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오른쪽)가 이세돌 9단에게 꽃다발을 주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 이세돌 9단의 휘호가 담긴 기념반. 국제바둑연맹(IGF) 이하진 사무국장은 "프로기사가 휘호가 담긴 바둑판을 줄 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영어로 세계인들에게 설명했다.
▲ 왼쪽에서 3번째가 이번 매치로 유명해진 아자황(Aja Huang) 박사다. 알파고의 개발자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알파고의 착수를 옮기는 역할을 맡아 훌륭하게 수행했다. 5시간 안팎의 대국 시간 동안 한 번도 화장실에 간 적이 없었다. 대국 내내 표정이 하도 없어서 네티즌들은 "아자황이 알파고인 것 아니냐, 정말 사람처럼 잘 만들었다."고 유머스런 평가를 하기도 했다.
▲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팀.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 기업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는 지난 1월 28일 과학 기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최초로 프로바둑 선수와의 대국에서 호선에 승리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최초로 공개했다. ‘알파고’는 최첨단 트리 탐색과 두 개의 심층 신경망을 결합해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바둑 경기를 펼친다. [PHOTO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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