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으로 한국기원이 마련한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이 26일 오후 1시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 조훈현(왼쪽) 대 조치훈. 돌을 가려 조치훈의 흑번.
▲ 한국기원 앞엔 특별대국을 소개하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 한국기원 내부가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을 소개하는 장식으로 꾸며졌다.
사이버오로 대국실서 서봉수 해설 사이버오로는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을 앞두고 해설자로 누굴 섭외할지 고심했다. 바둑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조훈현과 더불어 조치훈을 깊숙이 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러곤 찾아냈다. 서봉수였다.
조훈현을 필생의 라이벌이자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서봉수야말로 조훈현을 속속들이 잘 설명해 줄 수 있으리란 건 말할 필요도 없이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치훈은?
걱정할 필요 없었다. 서봉수는 같은 세대의 승부사 조치훈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조치훈은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 시대에 ‘승부사’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젊은시절 그를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대국시각 2시간 전에 도착해 딱딱한 나무 위에 앉아 묵상했다. 대국 전후로 그는 몹시 외로워 보였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는 지면 죽음을 생각했다.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기도 했다. 내리다 택시에서 굴러떨어진 적도 있다.
평소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한번은 조치훈이 술을 사겠다고 해서 따라갔다.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그 술집은 야쿠자가 관여된 술집이었다. 이럴 땐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그랬는데, 주인이 조치훈을 알아봤다. 팬이었던 것이다. 외려 깎아주더라. 하하하. 나한텐 누구에게도 조훈현과 조치훈이란 기사에 관해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가득 있다. 이번 해설 기대하셔도 좋다.”
서봉수의 사이버오로 생중계 해설은, 특급 레전드들의 대국만큼이나 독특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 서봉수와 조치훈과 추억이 담긴 사진도 곁들였다. 해설을 보려면 오로대국실로 오면 된다. 제한시간은 1시간 40초 3회다.
▲ 한국기원 현지에서 한국바둑 70주년기념 조훈현-조치훈 특별바둑을 오로대국실에서 해설하고 있는 서봉수. 오른쪽엔 김인 국수가 찾아와 있다.
▲ 1980년말 조치훈 9단이 명인을 획득하고 금의환향했을 때 반가이 맞아주고 있는 서봉수 9단.
▲ 1976년 4월, 도쿄 제국호텔에서 둔 조치훈-서봉수 특별대국. 장발의 조치훈이 인상적이다.
▲ 서봉수-조치훈. 제2회 응씨배 준결승 3번기. 당시 예상을 깨고 조치훈을 이긴 서봉수는 결승에서 오다케 히데오까지 꺾고 우승했다.
▲ 1976년 3월, 유선으로 둔 조치훈-서봉수 전화대국. 한국일보 앞에 마련된 14미터 대형자석판으로 실황을 중계했다. 국후 패인을 설명하는 서봉수 9단.
조훈현-조치훈, 전설의 스토리
한편 ‘전설의 귀환’의 중계에 앞서 바둑TV가 바둑계 인사들을 모아 조훈현-조치훈 두 거인이 활약했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사이버오로 정용진 상무, 일요신문 이광구 바둑 전문기자, 장수영 9단, 김성룡 9단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바둑TV에 정오부터 방영한 프로그램 <한국현대바둑70주년 조훈현 조치훈 전설의 스토리>를 아래에 싣는다.
실로 오랜만에 ‘전설’이 마주 앉았다
조훈현 vs 조치훈.
이들이 열 네번째 대결을 벌인다.
9살 때 입단(세계최연소 입단 기록)해 프로 통산 160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조훈현 9단(1953년 3월 10일생)은 80년대 초중반 국내기전을 전부 석권하는 전대미문의 전관왕(80년 9관왕, 82년 10관왕, 86년 11관왕)을 3차례 기록했다. 특히 89년 열린 제1회 응창기배에서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바둑 변방국의 설움을 떨치고 우승을 일군 한국 최고의 레전드 기사다.
조훈현 9단보다 3살 아래인 조치훈 9단(1956년 7월 23일생) 역시 6살 때 도일(渡日)해 일본바둑을 평정한 대한민국의 천재 기사다. 80년에 일본 최고의 타이틀인 명인을 거머쥐어 “명인을 따지 않고서는 돌아오지 않겠다”던 바둑팬들과의 약속을 지켰으며 90년대 중후반에는 절정의 기량으로 기성(棋聖), 명인(名人), 본인방(本因坊)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삼관(大三冠)을 무려 4차례나 기록한 특급 레전드 기사다.
지금까지 두 특급 레전드 간의 대결은 총 11차례 열려 조훈현 9단이 8승3패(비공식대국 포함)로 크게 앞서 있다.(역대전적은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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