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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단동기인 조한승 9단(오른쪽)과 이세돌이 9단이 국수전 도전기에서 겨루고 있다. 부드러움과 격렬함의 대결이라서 더욱 관심을 끈다. 조한승은 패 없이 2승을 거둬 아주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
‘국수전은 나의 무대!’
국수 조한승 9단이 이세돌 9단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새해를 맞은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열린 제57기 국수전 도전5번기 제2국에서 조한승이 231수 만에 흑불계승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3일 신안에서 거둔 1승에 더해 중간전적 2-0으로 앞섰다. 이제 1승을 추가하면 방어에 성공한다. 지난해 33승28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마감한 조한승이지만 국수전에서만큼은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반은 조한승이 실험을 하면서 격렬한 바둑이 될 것 같았다. 조한승이 오른쪽 아래 귀 화점을 향하여 두칸걸침을 한 뒤 왼쪽 변 귀에 눈목자로 씌운 것이다. 왼쪽 아래 귀의 변화는 대사백변이라고도 불릴 만큼 난해하기로 소문났는데, 과연 전투 중에 서로 몸집이 커져 하변 전체의 싸움이 됐다. 초반 변화는 조한승이 약간 우세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반상 전체가 불바다로 변할 것 같았던 바둑은 아래 변의 접전이 끝나자 웬일인지 잔잔해졌다. 이세돌은 우변에서 득을 보면서 조금 추격했는데, 미지수로 남았던 중앙에서 집을 얻은 조한승이 앞서면서 그대로 승리를 굳혔다. 이세돌이 후반에 돌을 거뒀는데, 계가까지 갔다면 반면 9집 정도의 차이였다.
바둑TV 해설위원 목진석 9단은 “조한승 9단의 작전이 좋았다. 격렬함을 피하고 유유자적한 자신의 스타일로 이끌었다. 이세돌 9단을 상대하는 법을 파악했다고 봐야겠다.”고 평했다.
한편 지난해 한 개의 타이틀도 따내지 못한 이세돌에 대해서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지는 것은 병가에 있는 일이라 예사로이 넘길 수 있지만 이세돌의 전공분야라 할 전투에서 이세돌답지 않은 수읽기(잔실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수전 도전2국에서도 수읽기 미스는 나왔다.
목진석 위원은 이세돌의 수읽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냥 평범하게 끝내기를 했더라면 이세돌 9단은 미세하나마 유리했는데, 수를 내러 가다가 실패했다. 문제는 초읽기에 몰린 것도 아니고 3시간짜리 여유 있는 바둑인데도 수읽기에서 예전 같지 않게 착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국수전은 이제 조한승의 스트레이트 방어냐, 이세돌의 위기탈출이냐의 양상이 됐다. 3국은 오는 7일 오전10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사이버오로에서는 이 대국을 대국실(오로 1서버)에서 오후1시부터 김영삼 9단의 해설로 중계한다. 김9단은 지난해 본격화한 한국 바둑의 위기, 이세돌과 조한승에 관한 뒷이야기 등도 한보따리 풀어 놓을 예정이다. 대국은 아침 10시 시작되며, 해설은 낮 1시부터 출발한다.
조한승은 55기와 56기에, 이세돌은 51기와 52기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 있다. 한국 최고(最古)의 기전 국수전은 드물게 도전기 방식을 지속하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제57기 국수전은 총규모 2억 5,500만 원이며 우승상금은 4,500만 원, 준우승상금이 1,500만 원이다.
▲ 부드러운 바둑으로, 격렬한 바둑을 구사하는 이세돌과는 정반대의 기풍인 조한승은 한때 이세돌의 천적으로 불렸다. 이번 국수전에서도 천하의 이세돌을 맞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초반 반상. 조한승이 참신한 포석을 준비해 나왔다. 이렇게 중요한 대국에선 신형을 시도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 바둑팬들의 우려를 받고 있는 이세돌. 지난해 말 삼성화재배에서 우승을 놓치면서 2013년, 한 개의 타이틀도 따내지 못했다. 이세돌의 명성답지 못했다. 실수도 전보다 많아졌다. 다가오는 도전3국은 이세돌에게 아주 중요한 일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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