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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제열풍! 중국이나 한국이나 바둑계의 관심은 지금 온통 커제 9단에게 쏠려 있다. 이창호-이세돌 이후 가장 강한 승부사의 등장을 눈앞에 두고 팬들의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
[김구라의 썰전說戰 - 스무번째 '썰']
'반상의 구라' 김성룡 9단. 막강한 입심을 자랑해 얻은 별명이지만 화려한 애드립이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곁들이는 수준이 아니다. 판에 박은 해설과는 거리가 먼, 솔직발랄직선적인 어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매주 사이버오로가 멍석을 깐다. 주간관전평 '김구라의 썰전'.
2014년 2월 안성준, 이동훈, 신민준을 데리고 바둑연수차 베이징으로 갔다. 한창 중국에 밀리고 있을 때였고 국가대표가 꾸려지기 전이라 우리 신예기사들은 중국과의 교류전을 간절히 원하던 시기다.
이동 중에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했다. 요즘 인터넷에선 중국의 커제가 무적이라고.
“그럴 리가...오버 아니냐?”
전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대국을 하면서 몸으로 느낀 우리 기사들에겐 커제는 아직 국제무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중국 최고의 신예는 몽백합배에서 구리를 이기고 세계정상에 오른 미위팅이었고 커제는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기대주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커제는 어떻게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세계1위를 넘보는 기사로 성장했을까?
1. 자신감
프로에게 자신감은 승리할 때 얻어진다. 결국 실력이 강한 상대를 넘어설 때 생기기 마련이다. 무명이었지만 인터넷 대국을 통해 일류기사들과의 경합을 많이 해보고 거기에서 무한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컸다. 이 점에서는 랭킹10위에 오른 신진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도 커제는 왜 고비 없이 올라서고 있나? 누구나 고비가 있기 마련인데 마치 나에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라는 듯이 말이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올해 우리 기사 중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기사는 LG배를 우승한 박정환이었다. 한국리그와 중국리그를 자기 손바닥에 올려 놓고 주무르고 있지만 세계대회에서는 모두 탈락할 만큼 난조의 연속이다. 커제의 기세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우리 입장에서는 써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박정환이라는 걸림돌이 안 보이는 세계대회에서 커제는 그만큼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 다음은 이세돌이다. 10번기 이후 멋지게 컴백했다고 보여질 만큼 분위기 좋았다. 제2의 전성기가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얘기는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삼성화재 준결승에서 커제에게 2패를 당한 내용이 너무 허무했다. 커제의 이름이 더 무서워진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세돌을 이긴 커제. 더구나 가장 강력한 상대인 박정환도 없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걸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 톡톡 튀는 개성에 타고난 달변까지. 겸손함과 조용함을 넘어 지루함과 판에 박힌 인터뷰에 지친 이들에게 커제는 특별한 선물이다. 11월14일 현재 삼성화재배 4강, LG배 8강, 몽백합배 4강에 올라 있는 커제는 "이 가운데 몇 개 우승할 수 있겠느냐?" 묻자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워 보였다. 겸손한 자신감?
2. 스타성
커제를 보면 우선 가수 박진영을 참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우선 받는다. 익살스런 웃음을 보면 귀여운 막내 동생 같은 느낌을 받게 할 정도로 편한 함을 느끼게 해준다. 거기에 타고난 달변이라는 점이다. 거침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나이에 맞지 않게 임기응변도 능하다. (이 부분만큼은 확실히 이세돌을 앞섰다.) 겸손함과 조용함을 넘어 지루함과 판에 박힌 인터뷰에 지친 이들에게 커제는 특별한 선물이다. 우리 일류 기사들 중 이 정도로 인터뷰 할 수 있는 기사는 강동윤이 유일하다. 카리스마 이세돌, 훈남 김지석과는 또 다른 스타성을 갖춘 기사가 바로 커제라는 점이다.
3. 천재성
커제의 바둑이 신들렸다는 느낌을 받았던 때는 지난해 9월 백령배 준결승에서다. 상대는 박정환.
▼ <장면도1> 흑 박정환 : 백 커제
<장면도1>
커제의 백1로 단수치고 3으로 끼우는 한 수는 면도날 사카다가 울고 갈 타개의 묘다. 프로들은 이런 수를 볼 때 전율을 느낀다. (와! 이럴 수가!) 이럴 때 또한 바둑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왜 묘수인지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장면도2> 흑 추쥔 : 백 커제
<장면도2>
백령배 결승5국, 추쥔에게 승리한 결정적인 한방은 초반에 나왔다.
흑1의 붙임. 아마 추쥔은 순간적으로 이 수를 두며 세계정상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희열에 가득 찼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커제는 2,8,10으로 상대의 필살기를 완벽히 피해내며 거꾸로 흑 요석 두점을 잡아 승기를 휘어잡았다. (참고로 초심자를 위해, 흑A는 백B로 아래 흑▲ 두점이 잡혀 있다.)
▼ <장면도3> 흑 이세돌 : 백 커제
<장면도3>
이번 삼성화재배 준결승 1국에서 이세돌을 상대로 한 그의 멋진 임기응변이다. 이세돌의 흑2로 찔러 오는 공격에 오히려 백3의 응수타진. 이런 수법을 당대 최고에게 선보였다는 점만 해도 대단한데 승리까지 했다. 그의 자신감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커제는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이세돌과 달리 항상 시간을 남겼다. 역대 삼성화재 역사상 가장 싱거운 승부였다고 보여지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시간에 있다.
시간을 남기는 이유는 한가지다. 수가 잘보이기 때문이고 자신의 수를 믿기 때문이다. 커제 나이 때 이세돌도 마찬가지였다. 이창호를 상대로 시간을 남기기 일쑤였다. 이세돌보다 14살 어린 커제가 2000년대 초 이세돌같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세 가지다. 자신감, 스타성, 천재성이다.
▲ '세대교체의 가늠자가 될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던 이세돌-커제, 20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뭔가 한칼 보여줄 것이라 믿었던 이세돌 9단마저 2-0으로 완패하면서 커제의 존재감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박정환은 자신의 패배가 마치 대한민국의 패배라는 부담감에 휩싸여 있다. 커제는 그런 부담감마저도 덜하다.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이 커제의 상승세를 더 불붙게 만들고 있다.
커제는 11월16일 월요일, LG배에서 강동윤과 대결한다. 치열한 바둑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동윤이다. 재미있기로 말하면 최고의 바둑이 될 수 있다.
이어 1주일 뒤 11월23일부터 몽백합배 4강에서 박영훈과 대국한다. 노련하고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의 박영훈이 타이트하고 물러섬 없는 바둑에 익숙한 커제를 저격하기엔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동윤에게 먼저 바란다. 꼭 이겨주기를! 또한 한 수 앞선 인터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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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P
高句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