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덟은 좌우녹로전(左右轆轤轉)이다. 양손을 구부린 후 먼저 왼손을 움직여. 어깨를 둥글게 해 차바퀴를 돌리듯 서른 여섯 번을 행한다. 오른손도 마찬가지로 왼손과 같이 한다. 이것이 수레바퀴 돌리는 녹노법이다.

그 아홉은 양각방서중(兩脚放舒仲)이요, 차수쌍허탁(叉手雙虛托)이다. 양다리를 앞으로 쭉 펴고 양손가락을 서로 깍지 낀다. 손바닥이 위로 가도록 하여 깍지 낀 손을 힘주어 위로 올린다.

그 요결을 살피면 무거운 돌을 손으로 밀어올리듯 허리와 몸에 맞는 힘을 주어 손을 위로 올리기를 한 후 손을 편히 머리 위에 내린다. 이것을 모두 아홉 차례 행한다.

그 열 번째는 저두반족빈(低頭攀足頻)이다. 양손을 앞으로 펴 양 발을 잡고 힘을 주어 잡아당긴다. 머리를 아래로 하여 절을 하는 자세와 같다. 모두 열두 번을 행한 후 발을 거두어 책상다리로 앉고 손을 거두어 깍지를 낀다.

그 열한번째는 재수재탄진(再漱再呑津) 여차삼도필(如此三度畢) 신수구차탄(神水九次呑) 연하골골향(嚥下汨汨響) 백맥자조균(百脈自調勻)이다. 다섯 번째의 행법을 세 차례 반복하여 행하는데 침을 모두 아홉 차례 삼키며 그것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듯 해야 한다.

그 열두 번째는 하거반운흘(河車般運訖) 발화편소신(發火遍燒身)이다. 이것은 마음으로 허리 아래 단전에 불과 같은 열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대변장(大便狀) 자세로 폐기(閉氣)하며 그 열기를 항문 위의 허리 사이로 올려 멈춘다. 이 기를 아래로 내리면 타오르는 불과 같이 열기가 온 몸에 통한다.

사사(四四)는 묘결의 설명을 마치고 나서 놀이 주사위 주령구(酒令具)를 가리켰다. 여느 것과는 달리 14면체의 깎인 면이 있고 그 자리엔 사행의 글귀가 쓰여 있었다.

그 첫째는 3잔일거(三盞一去)였다. 이것은 한 번에 세 잔을 거푸 마시는 걸 의미한다.

그 둘째는 음진대소(飮盡大笑)다. 술을 깨끗이 마시고 나서 웃는 걸 의미한다.

그 셋째는 임의청가(任意請歌)다. 마음대로 노래를 청하는 부분이다.

그 넷째는 자창자음(自唱自陰)이다. 혼자 마시고 혼자 마시는 걸 말한다.

그 다섯째는 금성작무(禁聲作舞)다. 소리를 금하고 춤을 춘다고 했는데, 이것은 노래없이 춤 추는 걸 말한다.

그 여섯째는 유범공과(有犯空過)다. 덤벼들어 범하기라고 할 정도로 상대가 아무런 저항을 못한다는 말이다.

그 일곱째는 중인타비(衆人打鼻)다. 여러 사람의 코 때리기다.

그 여덟째는 곡비칙진(曲臂則津)이다. 팔을 구부리고 술잔의 술을 모두 마시기다.

그 아홉은 농면공과(弄面空過)다. 놀이판의 여흥답게 얼굴을 간질여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 열 번째는 월경일곡(月鏡一曲)이다. ‘월경’ 한곡을 부르기다. 그렇게 보니 당시 월성엔 월경(月鏡)이란 노래가 유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놀이판의 주사위에 나올 정도여서 여간 끈끈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 열한 번째는 자창괴래만(自唱怪來晩)이다. 스스로 괴래만이란 노래 부르기다. 그렇다면 괴래만이란 어떤 내용일까? 추정하기로는 대단히 우화적이거나 속된 노래였을 것이다.

그 열둘째는 공영시과(空詠詩過)로 시 한 수 읊는 걸 말한다.

그 열셋째는 추물막방(醜物莫放)이다. 이것은 물건이라기보다 짝을 맞춰 택해진 상대다. 그 상대가 아무리 추물이라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열넷째는 양잔칙방(兩盞則放)이다. 두 잔 쏟아 버리는 걸 의미한다.

여기까지 들려주고 나서 사사는 은밀한 해설을 떨구었다.

“궁주께서는 무엇보다 해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설령 대왕이라 하더라도 때론 거부하여야 궁주님의 격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런 때를 위해 소인은 놀이 주사위 주령구(酒令具)를 생각했습니다. 술자리를 마련하시되 여섯째의 유범공과(有犯空過)를 일궈내기 전엔 결코 잠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마음을 찢어내는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평범한 음률이라기보다 정한(情恨)으로 인한 깊은 한을 고즈넉이 뿌려댔다. 어찌 들으면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달 밝은 밤 외로움에 몸을 떠는 것 같고, 어찌 들으면 사랑의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강물에 몸을 던져 이승에서의 슬픔을 마감하려는 탄식으로도 들렸다.

아, 사랑이란 게 무언가. 그리움은 또 무언가. 그것들은 모두 대나무 그림자다. 마음 속 깊이 정과 한이 쌓여도 대나무 그림자는 그것들을 결코 쓸어내지 못한다. 그게 슬픔이다. 그래서 달빛이 쏟아지는 처마 마루에서 서산을 바라보며 한숨짓는가. 그래서 ‘웃는 기와’란 말이 생겼는가. 이미 죽었을 거로 생각하는 기와 덩어리도 한숨 짓는 이들을 바라보며 내심 웃을 수밖에 없는가.

  방안엔 아지 못할 허전함으로 미실이 몸을 뒤척였고 보명궁 출입구엔 설원랑의 피리소리가 깊은 연모의 정을 뿌리고 있었다.

▲주령구(酒令具) ; 술을 마실 때 던지는 기구다. 오늘날의 주사위다. 로마에는 20면 주사위가 나타나는 걸 보면 술을 마실 때의 여흥은 예나 제나 마찬가진가 보다.

▲월경(月鏡) ; 신라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월경이란 곡은 일종의 서정시와 같다고 했다.

▲괴래만(怪來晩) ; 어떤 학자는 대중적인 노래지만 약간은 괴기스러움이 있을 것이라 했다.

▲놀이주사위는 예나 제나 분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