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바둑학과 폐지문제, 입시에 관하여
새로운 바둑발전 방향에 대하여 논하다. (1)
*대바협 밴드 게시판에 올린 글을 발췌 인용하였음.
작년(2022년)말, 명지대에서 바둑학과를 폐지하겠다고 발표를 한 이후, 이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등 그간 온갖 말들이 무성했다.
명지대에 바둑학과를 처음 개설했던 전 명지대 총장(전 국무총리) 고건 님을 비롯하여 몇몇 전 총장들과 유명 거물급 인사들이 현 총장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서, ‘바둑학과 폐지 반대’ 의견을 강력히 밝혔다는 믿을 만한 소문 등….
그러나 한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교육부에서는 명지대에서 정식 제출한 ‘바둑학과 폐과’안에 대하여 답변 기한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도 확실한 결론(승인 여부)을 내려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
그만큼 교육부에서도 ‘명지대 바둑학과’ 폐과 문제에 대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후과(後果)를 염려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따라서, 아무것도 결정되지 아니한 현 상황으로 보건대, 명지대 바둑학과가 별안간 폐과된다거나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입학 정원이 감소되는 등 무리한 폐과 수순이 진행되는 일은 아마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뒷북을 크게 치는 꼴이지만,
세계 최초로 개설되고 또 세계적 인지도가 높은 명지대 바둑학과가 지금과 같은 이런 지경(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래 밴드 게시글을 보면 심00님과 조00님의 글이 유독 눈에 띈다.
심00님은 명지대 바둑학과의 폐과를 반대하는 취지로,
조00님은 바둑학과의 폐과를 찬성하는 취지로 게시글을 올리고 있는데 내 견해를 말한다면, 두 분의 주장에는 상당한 일리와 근거가 있다고 본다.
심00님의 ‘바둑학과 폐과를 반대’하는 글들은 구구절절 모두 옳기에 굳이 재론하거나 인용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조00님의 폐과를 주장하는 글에는 필자가 조금이나마 보충하고 또 해명할만한 필요성을 느낀다.
바둑백과사전 격인 현현기경을 전공했고, 이를 학위 논문으로 써서 바둑학박사라는 명예를 얻었던 필자의 견해를 솔직히 밝히건대,
일반인들이야 말할 필요 없을 테고, 심지어 우리 바둑인들조차도 바둑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강력한 인상 내지 느낌을 필자는 지울 수가 없다.
필자가 공부해 본 바둑사(史)로 보건대, 고대 중국 바둑인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일본의 바둑인들은 ‘바둑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날 선 비난의 소리가 튀어나올 때마다 슬기롭고 의연하게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또 대처해 왔었다.
특히, 고대 중국 바둑인들은, 당시 국교(國敎) 취급을 받았던 도교(道敎)를 십분 활용, 도사(교회로 치면 목사님, 천주교의 신부님에 해당)들에게,
‘도(道)를 수행(修行)함에 있어 크게 도움 되는 것은 바둑만 한 게 없다’라는 식으로 잘 설득하여 도교 사원을 아예 바둑 교습장이나 바둑시합장(대회장)으로 활용케 했으며, 바둑을 전쟁으로 빗대어 장군들에게 바둑과 함께 병법을 연구하도록 유도하기도 했었다. (기록에 의하면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고 있는 경영(經營)이라는 경제 용어도 바둑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그런데,
요즘 우리 바둑인들은 바둑을 중흥시킨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 바둑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바둑진흥법까지 만들어 놓고서 기껏해야 무슨 기전이나 바둑대회를 하나라도 더 만들거나 유치해볼 궁리나 하는 것이 거의 전부 아닐까?
즉, 우리 바둑인들은 바둑을 원유(原油- 땅속에서 뽑아낸 그대로의 석유) 자체인 땔감 원료 정도로만 활용할 뿐이지 원유를 정제하여 보다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만들어 볼 생각은 아예 안 하거나 못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우리나라 태권도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라!
만약 태권도를 단순히 격투기 일종으로만 여기고 오로지 선수 양성에만 목적을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과거 우리 태권도인들은 태권도의 이런저런 약점들을 잘 파악하여 선수 양성 목적 이외에 보편적인 국민 건강 체육과 다이어트용 등으로 그 활용 분야를 보다 넓혀왔기에 오늘날과 같은 태권도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된 것이다.
즉, 태권도라는 원유(原油)를 단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를 잘 정제시켜서 휘발유, 경우, 등유 등 그 활용도와 가치를 보다 크게 넓히고 높여 놨기에 그런 성공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초기에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힘들었던 4년제 태권도 학과가 오늘날에는 웬만한 대학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인기 스포츠 학과로 자리매김한 것은, 바로 이런 태권도인들의 숨겨진 공로 즉, 태권도를 적재 적소에 맞게끔 변신(變身)시켰던 노력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그런데,
바둑을 둘 때나 바둑을 가르칠 때는 상황에 알맞게 변신(變身)을 꾀해야만 된다고 입이 아프도록 떠들어 대면서도, 우리 바둑인들은 바둑 발전을 위한 변신(탈바꿈)에 대해서 왜 그리 겁을 내고 또 주저하는가?
●명지대 바둑학과 입시 제도 변신에 관하여
필자는 바둑적사고방식에 의거하여, 명지대 바둑학과 입시제도가 이렇게 변하였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주관에 의한 것이므로 독자께서는 흔하디 흔한 여러 의견 중 한가지로 여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바둑학과 입시제도 개선에 관련하여 이보다도 훨씬 더 좋은 의견들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둑학과의 입시 합격 커트라인 즉, 입학 정원이 30명이라고 가정을 할 때,
1) 입학정원 전체 3분지 1에 해당하는 10명의 합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누구나 똑같은 수험생 자격으로 동일 선상에서 공정하게 호선 승부 시합을 벌이게 한다. 그래서 그들 중 1~10순위까지 합격시킨다. 물론 여기에는 학과 성적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하며, 프로니 연구생 출신이니 아마추어 강자니 하는 따위의 유불리 조건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 즉, 바둑의 승부답게 바둑 실력만으로 합격자를 가려내는 것이다.
2) 바둑 승부(실력)로 10명의 합격자를 먼저 추려낸 다음, 3분지 1에 해당하는 10명은 오로지 학업 성적 순위만으로 정해야 한다. 바둑에 대한 상식이나 바둑 역사 등은 입학을 한 후 학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바둑의 승부답게 오로지 학업 성적 순위로 10명을 뽑는다.
3) 나머지 3분지 1의 합격자들은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평소 그가 가지고 있는 바둑에 대한 비전이나 열정 따위를 확인하여 순위를 정해 뽑는다. 그런데 한국바둑중학교나 한국바둑고등학교 졸업자들에겐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들(바둑고등학교 출신들)은 바둑에 대한 열정이 공식 확인된 셈이기에 바둑학과에서 입시 가산점을 준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 최철한 프로나 조혜연 프로들을 명지대 바둑학과가 아닌 타 대학 학과(외대, 고려대) 등으로 빼앗긴 것은 바둑계로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바둑학과의 설립 취지와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입시 제도로 이창호 프로나 홍맑은샘 프로(일본)를 명지대 바둑학과에서 수용치 못했던 것은 아쉬움을 넘어 결정적인 실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우리 바둑의 중흥 발전에 바둑교육 전문 기관인 명지대 바둑학과가 일정 부분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명지대 바둑학과에서는 보다 폭넓게 수용했어야 했고, 또 이들로 하여금 타 대학 바둑학과 개설을 주도케 하는 데 도움을 줬어야만 하는데, 기존 구태의연한 입학제도와 시대에 따르지 못한 학과 과정으로 말미암아 현재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짙다.
바둑이 점점 쪼그라드는 전망 없는 사양산업이기에 인재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장차 어느 누가 무슨 비전을 보고 명지대 바둑학과에 들어오려 하겠느냐고?
천만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짧아서이지, 실제 바둑은 사양산업이 아닌 엄청난 블루오션이다.
바둑 발생지인 14억 중국이 버티고 있는 한 꾸준히 그 명맥을 넉넉하게 이어갈 것이며, 바둑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들과 매력을 현시대에 알맞게 제대로 응용하고 활용하기만 한다면 단기간 내에 놀라운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바둑을 종교와 학업, 예술 심지어 스포츠(정신 스포츠가 아닌)에도 자연스럽게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폭발적인 호기심과 관심을 얻어 바둑인의 저변확대가 저절로 이루어질 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 방법은?
필자는,
단지 문제나 비전만을 제기하고나서 구체적인 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바둑인답지 못한 행동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따라서 필자는,
다음 회부터 이에 대한 해결책(바둑으로 종교, 예술, 학업, 스포츠 등에 자연스럽게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데,
필자가 이를 공개 발표하기에 앞서 여러분께 한가지 과제를 먼저 드리고자 한다.
요즘 각지에서 바둑대회가 열리고 있다.
바둑대회가 열리면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승자들이야 별 상관 없겠지만, 문제는 패자들이다.
힘들게 먼 곳까지 찾아와서 바둑 한두 판만 두고 패자의 모습으로 돌아선다면 어느 누구나 허망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게다가 함께 따라온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패자들은 더욱더 민망하고 처량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패자들과 그 가족을 적절히 위로해 주고, 또 대회를 주최했던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최소한의 보람 정도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묘안(묘수)는 없을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에 대해 적절한 아이디어를 아래 댓글로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
만약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아이디어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필자가 직접 농사지은 햅쌀을 공개 증정토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 11. 04. 바둑학박사 이상훈 올림
*주: 여기서 말하는 ‘바둑적사고방식’은 바둑백과사전격인 '현현기경적 발상'이라고 표현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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