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역사에서 즐기던 실내놀이 중 바둑만한 것이 없다지만 중국의 마작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중국의 마작은 전 중국인의 오락이라 할 정도로 보편적이고 광범위 하다.

사실 마작은 바둑 못지않은 재미와 흥미를 동반한 게임(놀이)이다. 4개씩 한 조를 이루는 130(혹은 136)개의 패를 나눠 가진 후 자신의 벽을 구축하고 이 패를 지키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무궁무진한 응수방법이 나온다. 이것이 실내게임의 지존인 바둑과 자웅을 겨루는, 바둑과 더불어 모든 반상게임의 쌍용(雙龍)으로 존재하는 것이 마작이다.

중국에서  바둑과 마작 등 인간의 심리가 발동하는 게임이  발생하고 유행한 것은,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 때문은 아닌가 싶다. 중국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할 정도로 격동이 심했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 '두보'는 중국천하가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라도 올라치면 흐느끼는 귀신 소리로 가득하다(天陰雨濕聲啾啾)라며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했고, 중국 속담이 전하는 태평시대를 사는 개가 전쟁통을 사는 사람보다 낫다(寧爲太平狗不作爲亂世人) 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다.

필자는 '중국회화사'가 전하는 두 점의 고대 그림을 좋아한다. 한 점은 돈황석굴에서 발굴된 '바둑두는 여인'이고(위 그림) 다른 한 점은 같은 시기에 그려진 '궁중영락도'가(아래 그림) 그것이다.
돈황 187호분에서 발굴된 바둑두는 연인은 가로 세로가 62세티와 54센티의 크지 않은 벽화로 한 관원의 부인인 듯한 여인이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으로 바둑두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는 세계 최고다. 그림은 매우 세밀해서 바둑판의 도수(줄수)까지 선명하다. 가로 세로가 17도, 16도로 되어 있으나 17도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바둑판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론은 바둑이 17도에서 19도로 바뀐 시기를 수당 교체기로 꼽는다. 이 그림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비슷한 시대 당나라 궁중 안에서 여인들이 게임에 열중인 모습의 그림 한 점이 더 있다. 여인들이 커다란 반상을 에워싸고 게임에 열중인 모습은 오늘날의 카지노를 방불케 한다. 바둑 마작 쌍륙 장기와는 다른 반상게임으로 그림 속의 열기가 자못 뜨겁다. 당나라 시대 남성에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았을 성싶은 여인들이 거침 없는 바둑과 반상게임에 임하는 모습은 색다르다.

                                                  (당나라 시대 그림 궁락도)

중국의 게임은 대부분 도박과 관련이 깊다. 바둑이나 마작도 도박의 속성과 함께 발전해 온 것도 사실이다. 도박을 좋아하는 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한중일 모두 비슷한 현상이다. 중국인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 세계관 속을 살면서 내원외방(內圓外方)의 인생관을 추구한다. 나와 가족 이웃에게는 둥글게 그리고 타자에게는 네모지게 대응하는 생활관이 그것이다.

바둑은 '천원지방'의 게임이고 마작은 '내원외방'한 게임이다. 사각의 바둑판과 원형테이블이 적당한 마작의 속성이 그렇다.  바둑과 마작은 마음 속에서 뿔로 치받고 싸우기 전에 모략이 필요한(圍馬句心鬪角前爭有謀略) 게임이다. 이곳에 무엇인가 재물이 걸리고  그곳에 하늘의 무엇을 담고 있다는 철학까지 운운하는 지경에 발전과 유행이 없었다면 그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림 두 점을 보며 해보는 철없는 소리다. (그림의 출처는 중국회화사다. 상해서관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