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스스로 도통군주였다. 자신은 공자 주자의 법통을 이어받은 유학의 본령으로 자부했다. 정조는 호학(好學)이며 벽색(避色)으로 오락도 즐기지 않았다. 바둑은 아예 두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정조는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바둑은 사소한 잡기인 탓에 사업과 학업을 방해하여 무시한다 했다.

그러나 정조의 사적인 모습은 전혀 의외다. 정조는 다섯 편의 바둑시를 썼고 수십 회 이상 바둑을 왕기(王記)에 남긴다.


물이 휘돌아 흐르는 곳 정자 몇이던고
그대 주인되어 그곳으로 돌아가는구나
고깃배는 비를 맞으며 밀물을 따라 들어오고
바둑판은 주렴 아래서 종일 한가하겠도다.
상산의 네 늙은이들처럼 사는 것도 좋겠지만
반백이 너무 노인을 흉내내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닐세.
와유정에서 좋은 경치 감상 마다치 마시고
저녁풍경 그림에 남기는 것도 잊지 말게나.

(幾處空亭抱水環 / 見君今作主人還/ 漁舟帶雨隨潮晩/ 棊局當簾盡日閒
 宜把賀湖差待老 / 却嫌潘鬢未全斑/ 臥遊不妨輸眞境 / 莫惜幽居入畫間)


홍제전서에 있는 정조의 시다. 측근으로 부리던 신하를 지방관으로 보내고 그 신하를 그리워하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참으로 군신간의 정이 아름답다. 바둑을 두던 사람이 떠났으니 주인 잃은 바둑판이 방안에서 혼자 외롭다는 묘사는 도무지 정조가 한 바둑을 모른다던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 

정조는 바둑을 문방아기(文房雅棋)라 했다. 문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고상한 취미란 의미다. 정조는 대학과 중용이 학인의 처음이자 끝이라 했다. 이상정은 대학의 중요성을 바둑에 절묘하게 비교하여 말했다.

대학의 본말과 시종은 바둑판과 같고 삼강과 팔목은 바둑알과 같다.


문방사우란 말이 있다. 문인의 곁에 항상 있어야 하는 친구라는 뜻으로 역사의 기록에서 문방아기와 그 선후를 따질 수 없는 말이나  사우(四友)는 살아있고 아기(雅技)는 죽은 말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바둑이 있기에 사람들은 행복하고 즐겁다.


2. 바둑 그리고 홍보

다시 맞이 하는 봄이다. 본 칼럼난을 통해 서광사의 바둑 템플스테이를 여러번 소개한 바 있다.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아주셔 고맙고 감사하다. 서광사 바둑 템플스테이는 그야말로 자발적인 아마추어 바둑인들의 노고(?)가 만든 결정체이다. 무조건적인 바둑사랑을 보여주신 도신스님이 든 깃발 아래 모여든 박성균 김종서 이청 등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힘과 정성이 모아져 발화(?)한 사건이다.

아무런 대가는 없다. 처음부터 무슨 대가를 바랐다면 이 사업은 출발하지 못했을 거다. 1회 2회를 거쳐 벌써 수백 명 이상의 바둑인들이 템플스테이를 거쳐 갔다. 아마바둑인들의 순수한 결집에 호응한 대한바둑협회에서 금년 여름 세계청소년 바둑축전을 '서광사' 일원에서 개최하여 바둑 템플스테이를 지원겠다고 하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그리고 전 불교인의 행사인 템플스테이 홍보관(전국 1백개의 사찰 중에 10여 곳의 사찰을 초청하여 전국의 사찰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에 당당히 편입한 바둑이 서광사 주도로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열게 되었다.

2월 23~2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바둑템플스테이 홍보관을 마련,
바둑홍보에  나선 서광사. 관심 있는 기우들의 관람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