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부. 전영선을 찾아가다
2부.  강호전류(江湖田流)
3부.  바둑을 넘어 저쪽
4부. 눈물의 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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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바둑을 넘어 저쪽

조남철은 '기사는 기생이고 풍류객이다' 말했다고 한다. 조남철은 60년대 한국바둑의 거의 모든 기전을 독식하며 그 상금을 기사들의 술값과 용돈으로 허비(?) 했다고 한다. 지방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20여 명의 동료기사들이 요리집에 진을 치고 앉아 있고 그 자리에 합석한 우승자는 참석자 모두에게 차비조로 먼저 봉투를 돌리고 먹고 마신 값을 계산하면 정작 상금은 몇푼 남지 않았다고 한다. 김인국수도 비슷한 경우다. 초창기 한국바둑의 낭만적 모습이라 하겠다.

이 낭만바둑의 마지막 계보가 김희중이나 전영선이다. 지금은 한국기원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사도 짜장면을 더치페이 하는 세상으로 변할 정도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에피소드다. 필자는 얼마전 한 행사장에서 김희중사범을 만났다. 마침 같은 자리에 앉게 되어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김희중은 조남철의 초창기 기사시절 보여준 바둑의 풍류담을 잘 구현한 인물이다. 전영선은 이 김희중과 둘도 없는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49년(전영선), 50년(김희중) 출생으로 1살 차이다. 입단은 69년 입단한 전영선이 70년 입단한 김희중보다 1년 선배다.

월간바둑 홈페이지에서 과월호보기를 검색하면 1967년 9월호에
당시의 우승사진과 대회관련 기보가 실려 있다.

두 사람은 아마시절 접바둑의 마귀로 소문이 난 사람들이다. 세기와 힘을 고루 겸비한 강자였다. 프로생활의 성적은 김희중이 한발 앞섰으나 초기의 모습은 전영선이 두각을 나타낸다. 67년 '한국바둑선수권'에 참가한 김희중은 중도 탈락을 했으나 우승자가 전영선이다. 한국바둑선수권전은 한국일보가 주최한 기전으로 당시 아마대회로는 최고의 대회였다. 프로입단도 전영선이 한발 앞선다. 다음의 기보는 1970년 각기 2단인 전영선과 김희중의 실전보다. 명인전 본선리그로 두 사람 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1970년 6월26일 관철동 한국기원 명인전본선리그전

전영선의 눈은 정확했다. 이창호의 성공은 차치하고 박성균과 도신스님이 20년 세월동안 변하지 않는 우정으로 아직도 바둑에 무엇인가를 기여하겠다는 사람으로  남은 것만 보아도 그렇다. 전영선의 마지막을 지켜본 사람들도 이들이다.

전영선은 영면하기 얼마전에  서광사에 있었다. 몸이 극도로 안좋아졌을 때 서울의 병원에 있었는데 그 병원을 서운(학인)이 수없이 문병을 다녔다. 서운은 바둑마니아로 바둑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김희중 전영선 등에게 바둑을 배우며 서광사에 와 있었다. 서운은 전영선의 마지막 모습을 선연하게 기억했다. 다음날 6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왔는 데 김희중사범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영선이가 갔다."

서운(書雲)은 그로부터 몇년 후 출가를 한다. 서운은 도신스님의 제자로  중앙승가대학 졸업반이다. 지금 서광사에서 바둑템플스테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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