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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바둑, 유럽으로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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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도 판 '기전도(棋戰圖)'란 책이 있다. 장기를 다룬 책인데 조선에서 바둑과 장기를 대하는 양반층과 평민층의 생각이 살아있어 흥미를 끈다. 기전도의 인식을 1902년 서울에 와 수년간 이탈리아 영사를 지낸 '로제티'가 그의 책 '코리아나 코리아니'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로제티는 외교관이자 지리학자로 중국, 조선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며 양국의 문화를 묘사한 몇 권의 책을 출판했는데 조선에서 바둑을 알고 바둑을 배우고자 조선인 고수를 선생으로 모시고 고군분투(?) 했던 바둑 배우기를 기록하고 있다.
[한 가지 중국에서 와 다른 점은, 한국에서는 장기를 두는 사람들 중에 연기에 그을린 커다란 안경을 쓴 아주 교양 있는 사람들이나 비단옷을 입은 고상한 양반들을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 놀이를 경박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관심을 쏟고 자신들과 같이 수준 높은 사람들이 할만한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둑'이다. 이 놀이는 내가 보았던 놀이 중 가장 짜증스럽고 끝이 없는 놀이다.
이 놀이는 일종의 공명상자 위에 그려진 324개의 칸에서 행해진다. 그 공명상자 안에는 풀린 용수철이 들어 있어 판에 돌을 놓을 때마다 멀리서 가벼운 종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들린다. 사용되는 돌은 약 300개 가량이며, 뼈로 만든 검은색과 흰색이 원형이다. 이것들은 판 위에 그려진 선들의 교차점에 하나씩 놓인다. 따라서 그것들이 놓일 수 있는 위치는 361개이다.
두명이 번갈아가면서 판 위에 돌을 하나씩 놓는다. 이 놀이는 누가 더 많은 수의 상대편 돌을 자신의 돌로 둘러싸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포위된 돌은 판 위에서 빠지고, 그 공간은 자신의 돌로 그들을 둘러싸는데 성공한 사람의 소유가 되면서 빈 채로 남겨진다. 모든 돌을 다 사용한 후 자기 소유의 빈공간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된다. 이대로라면 이것은 아주 쉽게 느껴질 것이다. 또는 적어도 커다란 능력이 필요한 놀이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
이 놀이는 역시 중국에서 유래되었다. 일본과 한국에도 존경받는 바둑의 고수들이 있다. 아마추어들은 그들 앞에 시험을 치르고, 능력에 따라 이 놀이의 애호가들을 구분하는 9급 중에서 하나의 급수를 획득한다.
일반적으로 극동아시아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사람들 중 한명으로 알려진 챔벌린(Chamberlain) 교수에 따르면, 그가 알기로 일본에서 바둑자격증을 획득한 유럽인은 자기뿐이었다고 한다. 나는 다른 어떤 사람도 시도할 수 없었던 놀이를 그 신사가 해냈다는 데에 찬사를 보내마지 않는다. 나는 그 지겨운 놀이를 앞으로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미스터 양(양홍묵)은 여러 가지로 재주가 많은 사람인데, 바둑의 고수이기도 했다. 그는 아주 높은 급의 자격을 갖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바둑을 가르쳐 달라고 솔직히 부탁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승낙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게 보였던 연민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가엾은 미스터 양! 그는 내가 이해할 능력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아주 열심히 도와주었다. 그러나 곧 그는 그만 두어야 했다. 그가 옳았다. 바둑은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로제티는 조선에서 바둑을 보고 동양의 고상한 놀이에 매료된다. 로제티는 영사관 안에 바둑을 잘 두는 통역을 바둑고수로 대치를 한다. 로제티가 바둑을 배운 고수가 양홍묵(梁鴻默)이다.
양홍묵은 당시 평범한 양반이었는데 영어를 조금 안다는 이유로 이태리영사관에 초빙되어 로제티의 바둑선생이 된다. 양홍묵은 매일신문 사장과 몇 곳의 군수를 지내는 등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양홍묵이 신문을 창간했을 때 입사한 기자 중에는 훗날 대통령이 된 이승만이 있다.
로제티는 바둑을 배우는 데 실패를 한다. 그에게 바둑은 너무 어려운 무엇이었던 듯하다. 반상을 324칸으로 보고 361로에 바둑알을 놓을 수 있다는 기록은 치밀한 서양인의 관찰력(?)을 엿보게 한다. 로제티는 본국으로 돌아가 여러 권의 책과 논문을 발표했는데 몇 곳에서 동양문화의 하나로 바둑을 꼽는 등 유럽에 바둑을 소개한 공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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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교수는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이 한국에 왔던 최초의 외국인이라 하던데 맞나요? 그리고 하멜의 기록에 바둑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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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교수가 하멜이 최초의 외국인이란 말을 한적이 없습니다. 우선 박연이 같은 화란인으로 훨씬 전에 온 기록이 한교수 글에도 있습니다. 하멜표류기에 바둑 얘기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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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령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