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의 광태는 사람 죽이는 일로 주변에서 쓸어담아 주기 힘든 고약한 것이었다. 사도는 경진년(영조36년) 내시 '서경달'이 자신이 부탁한 내수사의 일을 늦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살해한다. 일국의 왕자이며 다음 시대를 책임질 국본이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사건이다.

사도는 이일을 발설하여 친모인 선희궁을 놀라게 했다는 이유로 선희궁의 궁녀를 또 한명 죽인다. 경진년 한해에만 사도는 미행 중에 백성 한명을 이유없이 죽이고 번을 서는 내시몇명에게 칼을 휘둘러 여러 명을 크게 다치게 한다. 사도의 광태는 해를 넘기면서 더욱 심각한 상태에 이른다. 이 광태의 일면을 사도의 지근이자 아내인 홍씨(1735-1815)가 증언한다.

- 그해 유월부터 화증이 더욱 더해지셔 사람 죽이는 것을 시작하더니 당직 내관 김한채를 죽여 머리를 잘라들고 다니며 나인들에게 돌려 보이더라. 그때 나도 사람의 죽은 머리를 처음 보았더니 그 흉하고 놀라운 것은 어디에다 비하리오. (한중록)

사도는 자신 주변의 사소한 일까지 부왕 영조에게 보고되어 사사건건 간섭을 받고 있다는 스트레스를 내관이나 궁녀들을 죽이거나 상하게 하는 것으로 푼다. 사도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인명을 재천이라 하여 존중하는 유교사회에서 한 나라의 왕자이자 국본이 사람목숨을 파리목숨 대하듯 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고 이해를 받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사도는 자신의 아이까지 생산한 침방나인 빙애(氷愛)를 죽이고 자결을 하겠다며 스스로 궁안의 우물에 투신하기도 한다.

사도는 10세부터 큰아버지 경종(숙종과 희빈장씨 사이의 대군)의 원수를 갚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여 집권당이던 노론의 눈총을 받는 중이었다. 부왕 영조까지도 노론인 정치지형에서 사도의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것이었다. 사도는 궁안과 바깥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고 소원(?)대로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다.

사도는 자신의 거처 궁인 '저승전'에 무당을 들이고 점을 치게 한 후 점괘가 맞지 않는다며 무당을 죽이고 '화완' 옹주를 불러 부왕에게 나쁜 말을 옮기지 말라며 실컷 때리는 등 폭력을 지친에게까지 행사하는 지경에 이른다. 화완은 영조의 후궁인 선희궁 이씨의 소생으로 사도의 동복 여동생이다.

사도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부왕에게 불려가 크게 혼난다. 세상의 어떤 부모가 사람 죽이는 것을 밥먹듯하는 자식을 꾸짖지 않을 수 있는가. 더구나 일국의 내일을 책임져야할 국본의 난폭한 살상행위는 영조의 입장에서 도무지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고 정치행위를 업으로 삼는 당파의 신료들에게 사도는 공포 자체였을 것이다.

영조는 사도를 내놓은 자식취급을 하며 아예 사람대접을 하지 않는 단계에 이른다. 남편의 광태와 그런 남편을 인정하지 않는 사이버지 사이에 낀 홍씨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은 날들이었다. 홍씨는 사도와의 사이에서 낳은 어린 세손(정조)을 끌어안고 조마조마 하루하루를 견뎌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홍씨는 사도의 방으로 뛰어가야했다. 궁안에서 사도가 광기를 부리면 말릴 사람은 홍씨와 선희궁 이씨뿐이었다. 급한 전갈은 사도가 화완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도착해 보니 사도는 화완을 실컷 구타를 한 후 칼을 목에 겨누고 협박을 하고 있었다.

- '목숨만 살려주시오.'

'대궐에만 있으니 갑갑하다. 니가 나를 온양으로 가게 해다오.나의 다리와 허리에 난 종기를 너도 알리라.'

'그리하겠나이다."

 일이 있은 후) 옹주가 대조께 어찌했는지 동궁께서 온양으로 가시라는 허락이 떨어지더라. 과연 신통하다. (허락이 나자) 동궁은 가만히 서있는 나에게 '너는 무엇하는 사람이냐?'하며 바둑판을 집어던져 왼편 눈에 맞아 눈망울이 터질 뻔한 일을 당했다. 상처가 깊었으나 다행히 눈망울이 빠지는 일은 피했다. 동궁의 온양행차도 보지 못하고 선희궁께 부끄러워 살맛이 없더라.

 죽고자 해도 차마 세손을 어찌 버릴까. (한중록)

사도의 방에 바둑판이 있었다. 사도는 바둑, 궁술, 탄기 등에 취미가 있었다. 홍씨는 사도가 영조의 눈 밖에 난 것을 한중록에서 동궁이 기예부치(바둑, 탄기, 궁술 등)에 빠진 탓이라 믿고 있었다. '심수온'은 '유한잡록'에 나라 풍속에 바둑 장기 쌍륙을 잡기라 한다 했다. 사도는 잡기에 빠져 있고 사람 죽이기를 업으로 삼은 탓에 영조의 미움을 받은 것이다. 사도와 홍씨가 바둑과 연결되는 것은 이 기록이 유일하다. 사도는 소망대로 온양온천을 다녀온다. 사도가 궁으로 돌아오자 '나경언' 사건이 기다린다.


나경언 옥사는 사도가 서북의 군대와 내통을하여 반정을 도모했다는 고변사건으로 조사결과 무고죄로 결론이나 나경언이 참수되어 끝난 일이다. 사도는 이 사건에 화가 나 나경언의 친동생 '나상언'을 잡아다가 궁안에서 죽이고 당시의 영의정인 '신만'과 화협옹주의 남편인 '신광수'를 죽이겠다며 망종(?)을 떨다가 수구(水口)를 통해 윗대궐로 가 영조를 결단하겠다며 궁안을 공포에 떨게 한다. 이 과정에서 내관 몇과 궁녀들이 또 상한다.

이런 광태를 보면서 조정과 주변에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조정은 혼돈이었다. 이 위험천만한 시국에서 사도세자를 가장 먼저 결단하자고 청한 사람은 놀랍게도 사도와 화평 화완옹주의 친모인 선희궁 이씨다. 그녀는 영조를 독대하고 '종묘사직을 위해 대처분을 하소서'라며 주청을 한다.  (4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