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의 출생지에 대한 논쟁이 수면 아래에서 계속되고 있었음은 놀라운 일이다.

김옥균 연구논문이나 연구서 평전 등이 다수 출간된 상황에서 그의 출생지 논쟁이 종식되지 않고 공주, 대전, 옥천 지역에서 김옥균 출생 및 고향설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은 아쉽다.

한 역사의 인물의 총체적 삶에서 출신 고향의 특정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불과 1백년을 조금 넘긴 역사적 인물이고 그에 대한 많은 연구서가 쏟아져 나오는 실정에서 그의 출생지는 물론 유년기의 정보가 공백이라면 그것도 조금은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조금 더 이 점을 살펴보면 공주 대전 옥천 등 출생지를 놓고 여러 설이 난무하는 이 상황을, 오래전에 한 향토사학자가 종결(?)시켜 놓고 있음을 본다. 그는 신상구 선생으로 교직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지역 향토사를 연구하며 김옥균의 출생지에 대한 중요한 글을 지역향토지에 발표를 했다.

신상구 선생은 은진송 씨 족보인 '사우당효정공파보'에서 '송인덕(1818-1900)'을 찾아내고 그 밑에 '이조참판 역임 김병태 자 김옥균 호조참판 이사동 윗사리 음지뜸 출생(회상사 발간, 30페이지)'라는 기록을 공개했다. 송인덕은 김병태의 장인으로 김옥균의 외할아버지다. 이로써 김옥균 평전에 보이는 아버지 김병태와 어머니 은진송의 기록이 아귀가 맞는다. 회상사는 대전에 있는 유명한 족보전문 출판사로 족보출판으로는 전국적인 이름을 얻은 출판사다.

특히 창립자 박홍구 사장의 족보 사랑은 대전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그의 자제가 지역에서 4선 의원으로 활동하는 기반이 된 분이기도 하다.

신상구 선생은 안동김씨 대동보에서 김옥균의 출생지가 공주 정안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거론하면서도 김옥균의 출생지로 대전 대사동이 타당하다고 본다(대전 이사동은 당시 회덕현에 해당한다). 이유는 조선시대의 서류부가제도(棲留婦家制度)를 든다. 서류부가제는 조선시대 결혼 후 남자들이 처가에 가 2-3년 살던 풍습으로 김옥균의 아버지 김병태가 장인집인 송인덕의 집에 살면서 그때 김옥균을 낳았다는 것이다.

조선풍속사 연구가인 한상수(대전대 명예교수)는 서류부가제도를 말하며 조선후기의 호적제도는 오늘날보다는 많이 느슨했고 신생아는 부모의 관향이나 부모의 본적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다. 이런 배경이 김옥균의 출생지가 공주 대전 옥천 등의 설이 나온 이유다. 특히 옥천은 김병태의 일가들이 흩어져 살았던 탓에 살림이 궁했던 김병태가 여러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김옥균의 옥천 출생설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인 듯하다.

이런 이유를 들며 신상구 선생은 김옥균의 출생지를 대전 이사동으로 못을 박으며 더이상의 재론은 부질 없다 단언을 한다.

한 향토사학자의 연구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신상구 선생은 교직에 종사하며 향토사를 연구했고 국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으니 향토사학자라 하기에는 저어(?)한 분이다.

어쨌든 일본에 있던 김옥균의 유묵 25점이 공주시로 와 공개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 담담자에게 한국기원에 김옥균의 유품인 바둑판과 바둑알 한 조가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그 유품이 함께 공개 전시되기를 바라 본다. 


<참고>

한국기원 소장 김옥균 친필 바둑판은 1894년 제작된 것으로 두께 11.7㎝, 높이 23.4㎝의 비자나무 반이고, 뚜껑은 오동나무로 제작되었다.

바둑판 뚜껑 뒷면에는 『일본친구의 부탁을 받고 갑오년 봄 이 바둑판을

선물했다』는 내용의 70자 가량의 행초서 기반명이 있고 「고균」이란 김옥균의

호가 적혀 있다.

이 바둑판은 1894년 3월28일 중국 상해에서 홍종우에게 암살되기 3일전

일본을 떠나며 일본친구 미야케 고조(삼택)에게 선물했던 것으로. 이후 여러 경로를 돌다 1972년 사가미(상모)공업대학의 한 관계자가 일본기원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둑판은 지난 93년 바둑문화연구가 이승우 선생(80)이 일본기원 수장고에서

발견, 처음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이선생의 노력으로 한국기원에 기증되어 영구 보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