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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탐험]바둑천재의 흉내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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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바둑 대국실에 운영자로 접속해 있는데, 한 사용자로부터 메모가 왔다. '상대가 장난 대국을 두며, 매너가 빵점이니 상대를 조치하라'는 내용이었고 그 대국실로 이동하니, 한눈에 척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백 을 든 상대가 자기와 똑같이 둔다는 것이다. 즉 '상대가 비겁하게 두고 있는 것이고, 자신이 기분이 나쁘다,..... 상대는 매너빵점. 흉내바둑은 비겁한 짓이라는 것'이 운영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흑 대국자의 변이었다.
사실 흉내바둑은 반칙이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둘 수는 있는데, 남의 것을 똑같이 따라한다는 것이 별로 개운치 않기 때문에, 잘 시도를 하지 않는 것 뿐이다. 마치 인터넷 바둑에서 흉내바둑을 대면한 네티즌과 같은 마음을 대다수가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은 20세기의 살아있는 기성(棋聖)으로 평가받는 우칭위엔과, 그의 라이벌중 하나였던 기타니 미노루가 대국한 1929년의 기보이다. 잘보면 흑▲를 제외하면 나머지 돌의 배치가 모두 흑의 천원을 대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음을 알수 있다. 흑 대국자는 우칭위엔. 흑의 첫점(A)을 천원(天元)에 두고 계속해서 따라두고 있다.
젊은 프로기사중의 한 명에게서 '정선인 경우(흑 공제가 없는 경우, 현재 한국기원룰은 흑공제 6집반)흑은 천원에 첫점을 두고 나머지는 모두 백과 똑같이 따라둬도 하나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IDEA를 가장 먼저 행동에 옮긴 것이 1929년 일본 바둑계의 우칭위엔이다. 당시의 공식 대국규정에서는 흑의 선착의 유리를 인정한 덤제도가 없었으므로, 흑은 백을 따라만 둬도 된다는 아이디어를 직접 실천했던 것이다. - 결국 이 대국은 백에게 덤이 필요함을 입증하는 이론적인 실증의 의미를 가지는 상징적인 대국이 되었다.
당시의 다른 기사들은 우칭위엔과 같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아마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다만 흉내바둑이 비겁하다는 의식을 뛰어넘어, 이런 IDEA를 실천에 옮길 용기나 모험심은 우칭위엔에 비해 부족했을 뿐이라는 추측이 든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상징적인 대국의 주인공이 우칭위엔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고.
한국에서도 흉내바둑이 간혹 시도되었다. 주로 승부의 반전을 기획하기 위해서 였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80년 15기 왕위전도전기인데, 왕위(王位)보유자인 조훈현 9단에게 타이틀전에서 줄 곧 밀리던 도전자 서봉수 9단이, 백번일 경우 모두 흉내바둑을 두어서 타이틀 획득에 성공한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조,서 두사람의 대국은 물론이고 다른기사들의 대국에서도 흉내바둑은 잘 등장하지 않는다. 남의 것을 따라한다는 비겁함의 의미때문일까? - 기사들이 잘 두지 않아서 그럴 뿐이지 흉내바둑은 사실 매우 유용한 바둑의 전술중 하나일 것이다.
참고로 기보의 대국결과는 백의 승리. 백을 든 기타니 미노루가 흉내바둑을 선보인 우칭위엔에게 고전하다가 중반전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기타니도 우칭위엔의 흉내바둑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매우 분노했었다고 한다. 천재의 흉내바둑이라도 상대가 열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것 같다. 아마 이런 생각이었지 않을까? - 분명 저 자식이 나를 희롱하는 것일게야'
기보의 총 수순 감상은 하단의 관련기보를 클릭하시면 된다.
[C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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