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목되는 두 편의 바둑논문이 나왔다. 전국에 산재한 돌바둑판을 조경의 시선으로 바라본 논문과 바둑계에 전해오는 설화와 전설을 스토리텔링으로 바꾸어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만들자는 덕목의 두 논문이 고려대와 명지대에서 각각 박사학위로 나왔다. 이 사실은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본격 바둑을 연구하여 나온 박사논문이 10여 편에 달하지만 정작 바둑의 고향을 자처하는 한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가 이제야 뒤늦게 바둑 담론의 가치에 주목한 것이어서 참으로 반갑다.

먼저 강나연의 스토리텔링에 주목하는 논문은 주제어의 연성화로 '논문=딱딱함'을 연상케하는 편견을 깬 매우 읽기 쉬운 내용이어서 즐겁다. 학위를 준 문예창작학과의 장점일 것이다. 강나연은 국내에 전해오는 바둑설화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고안하면 바둑계의 새로운 실용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둑설화를 만화 소설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탄생 시키자는 것이다.  바둑설화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경제적 이익창출을 제시하는 논점이 신선하다.

다만 삼국사기에 전하는 역사적 사실을 설화로 치부한 점 등은 눈에 거슬린다. 신화와 전설류를 역사로 편입시키는 연구는 셀 수 없을 만큼 보았어도 역사를 설화로 격하(?)시키는 연구는 못본 탓이다.

돌바둑판을 연구한 박주성의 논문은 신년초 '문화재지(44권 4호)'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박주성 외에 노재현 심우경 등 교신저자들의 공동연구로 재생산된 것이다. 논문의 내용은 이렇다.

국내에는 18곳의 돌바둑판이 있다.

국내의 돌바둑판 18곳 중 순장식 장점이 있는 판은 7점, 장점이 없는 판은 11점이다.

돌바둑판은 고대로 갈수록 산의 8부능선 위에 만들었고, 후대로 오면서 하류 계곡에 위치한다.

18곳의 돌바둑판은 도교의 신선사상과 유교의 역(易)과 역(歷)의 사상과 관계 있다.

돌바둑판은 중국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특징이다.

중국 일본에 돌바둑판이 없다는 부분만을 제외하면 공감이 간다. 중국 일본에도 돌바둑판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역사도 오래되었다.

논문은 위의 주제어에 18곳의 돌바둑판이 문화재보호법과 기타 지방문화제관리 조례 등에서 제외되어 오랜 시간 방치된 탓에 마모 파괴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논문은 18곳의 돌바둑판의 현장을 직접  탐사 조사를 한다. 금강산의 유선대와 언양 대교천 반구대 바둑판만 탐사를 못했다 한다. 북한지역이란 특성과 탐사불가능한 상태의 반구대암각화인 탓인 듯하다.

반구대 암각바둑판으로 알려진 돌바둑판은 경상남도 울산 언양의 대교천변에 있는 바둑암각화로서 아쉽지만 지금은 멸실되어 역사와 현장에서 사라진 상태다. 돌바둑판은 반구대암각화와 진천리 암각화 사이를 흐르는 계곡에 있었던 것으로 불과 근래 10년사이에 관리 소홀로 멸실되었다. 18곳의 돌바둑판 중 반구대바둑암각화의 뒤를 따를 바둑판이 서너 개는 된다. 그중 한두 개는 수년내로 본다. 필자는 18곳의 돌바둑판의 현장을 10곳 탐사를 했다. 못 가본 곳의 상태도 아마 그럴 것이다.

필자는 5년전인가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유물들 바둑기물이 있다는 것을 지면에 공개를 하자 "그것이 사실(?)이라면 획기적인 일이다"라며 비틀린 반응을 보이는 학자를 본 적이 있다. '황남대총유물보고서'라는 자료만 한번 읽어도 쉽게 확인되는 일을 아직도 그 바둑학자는 확인중(?)이다. 이론만으로 학문은 되지 않는다. 현장만으로도 학문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론과 현장의 결합은 학문의 튼실한 기초다. 현장이 괴리된 학문은 탁상공론에 불과 할 것이다.

어쨌든 바둑이 문화재연구지에 정식으로 논의된 것은 큰 수확이다. 이런 논점이 촉발됐을 때 바둑계에서 논쟁을 더 해줘야 한다. 신문, 바둑방송은 물론 인터넷사이트, 월간바둑 등에서  돌바둑판의 현장을 생생하게 조명하여 멸실되어 가는 문화현장의 참담한 모습을 보여주어 바둑팬과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래야 문화재청에도 그 의견들이 전달되어 보호대책도 나올 것이다.

근래의  중국에서 좋은 바둑학술 성과가 나온다. 남화대학에서 나온 중국바둑통사를 써서 나온 석사논문은 경탄을 자아낸다. 이런 학도가 있다는 것이 경외롭다. 중국바둑은 승부와 학술 두 분야에서 비상하고 있다. 분명 중국바둑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발걸음은 너무도 굼뜨다. 수백년전부터 있어온 바둑 유물마저 관심부족으로 사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