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항주에 왔던 조선사신단
2. 청국 국수 서성우
3. 출가를 한 청나라 황제
4. 사고전서 속의 바둑책들
5. 대 기성 황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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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종(无聲鐘) : 무성종은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종이다. 무성종은 마음으로 치고 마음으로 듣는 종이다. 중국바둑은 일본바둑과 다르다.




1.  항주에 왔던 조선사신단


중국 남쪽 지방인 항주(抗州)는 문화와 문물이 성했던 강남 지방의 수도(首都)다. 역사의 기록을 중요시 했던 중국인들의 덕목이 만든 항주부지(抗州府志)는 1670년을 전후하여 항주에 왔던 조선사람들을 기록하고 있다.

- 조선에서 적수가 없다는 고려(조선) 사신단이 서원(徐遠)에게 모두 패했다.


항주부지는 지방관아의 공지(公誌)로 사서(史書) 못지 않은  신뢰를 받고 있음에도 이 기록은 조금 이상하다. 조선의 사신단이 북경이 아닌 항주에 출몰한 것이나 문장에 고려인이 등장하는 모습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러나 1670년대를 전후하여 조선의 사신단이 육로를 택하지 않고 해로를 택해 중국에 간 적이 있고 항주에 고려사(高麗寺)란 유서 깊은 절이 있을 정도로 항주사람들이 조선을 고려로 인식(?)하던 모습이 있었다고 할 때 이 기록이 전혀 동 떨어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항주부지가 말하는 서원은 1690년대부터 1720년까지 대략 30년간을 중국바둑의 대국수로 군림했던 서성우(徐星友)다. 원은 이름이고 성우는 호인 것이다. 서성우는 항주 출신으로 그보다 몇살 연상이던 황룡사(黃龍士)와 더불어 15세기 중국바둑을 쥐락펴락한 인물로 중국바둑 최고의 인물과 조선바둑의 역사적인 접점을 보여 준다.

1670년 초는 서성우가 20세 안팎으로 항주 일대의 최고수로  군림하던 때다. 이 당시 조선은 현종시대다. 현종은 효종이 심양 유배시절 낳은 세자로 재위기간 특별한 일 없이 지낸 인물이다. 소현세자와 자의대비 복상 문제로 서인과 남인이 첨예한 탁상공론을 벌인 사건이 기록에 남을 정도다. 1670년을 전후한 조선의 사신단은 총 5회 중국을 방문한다. 정사는 민정중, 이남, 김좌명, 정지화, 이경언이다. 이들 정사외에 주목되는 부사나 서정관으로 신경윤과 박세당 등이 보인다.

이들 중 필자는 복선군 이남(李枏 ? -1680)과 민정중(閔鼎重 1628-1692)을 주목한다. 이남은 왕손으로 중인이나 상인을 가리지 않고 재주 있는 사람을 아낀 사람으로 그의 심복중에서 역관 '장현' 이라는 조선 최고의 상인이 나오기도 한다. 민정중은 유머와 풍류를 즐기는 성격으로 바둑을 좋아한 기록도 남긴다. 아쉽게도 기록으로 찾을 수는 없지만 이 당시 항주까지 간 조선 사신이 있었다면 이남과 민정중이 유력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조선실록의 다음 기록이다.


1670년 2월8일 청나라에서 돌아온 민정중을 부른 현종은 남경과 운남에 1만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돌격훈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묻는다. 민정중은 마치 다년온 사람처럼 북경에 1만, 남경에 몽고군 1만과 청나라 군병 1만을 주둔시킨 이유는 정경(鄭經 대만)을 대비한 것이며 근방의 반란도 대비한 것이라 답변을 한다.

(上曰 南京雲南各留萬兵 往來馳突何耶 對曰 北京留萬兵 南京留蒙淸萬兵 雲南留萬兵 以禦鄭經 而中間或土賊 則以此突擊滅云) 



(겸산당혁보는 현현기경, 망우청락집과 보폭을 함께하는 명저다.)


과문한 필자의 식견과 자료 찾기는 여기까지다. 조선의 중국 정세에 대한 파악이 보통은 넘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항주는  당시 조선에 생소한 곳은 아니다. 15세기 관원 '최부'가 제주도 출장길에서 파도를 만나 항주에 표류하여 조선으로 돌아와 표해록을 쓴 사건도 있었다. 필자는 칼럼 '조-청 바둑비화'( 2009년 9월)를 통해 범서병 시양하 등과 연결이 되는 조선바둑을 말한 적이 있다. 서성우는 범-시 양인에 비하면 할아버지쯤 되는 사람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바둑의 고기록을 찾아 백방으로 탐문을 했다. 바둑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역사서와 각종 문적을 뒤지며 참으로 많은 옛기록을 수집할 수 있었다. 필자가 조-청 바둑비화에서 거론한  '한수대, 이세중'의 기록도 승정원일기, 오유당연행록, 안양군파세보 속에 단 몆 줄의 기록으로 파편처럼 산재한 기록들이 취합하여, 조선-중국 간의 바둑교류라는 큰 그림을 그려볼 단초로 삼았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서성우는 진정 반갑다. (2. 청국 국수 서성우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