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기사(碁師)의 노래
2 도사쿠 바다 너머와 악수를 하다
3 진정한 바둑마니아
4 오가사와라에서 만난 김옥균
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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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오로 창사10주년기념 특집칼럼
5편. 에필로그



무산의 나루터를 떠너온 일본바둑은 중세기를 지나 도쿠가와 막부시대로 온다. 기소(碁所)의 설치와 '이에야스'의 바둑지원으로 일본바둑은 '본인방'이라는 하나의 문화트랜드로 정착이 된다. '샨사'와 '이에야스' '사안가'와 '본인방' 등은 너무도 잘 알려진 에피소드는 사실 '좌은담총' '난가당기화'의 공헌이다. 특히 국내에 전하는 일본바둑의 야화는 이 두권의 책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들은 국내에 번역본도 없으니 모두 공개(?)된 것도 아니다.

이러한 실정에 일본바둑사 속에서 한반도 관련 기록을 찾아낸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겨우 일본 바둑잡지에 뜨는 한국관련 바둑기록의 소개만으로도 학자 대접(?)을 받던 시간이 너무도 길었던 탓에 한국의 바둑팬들이 손해를 본 감이 있다. 그나마 그런 호시절은 지나가고 지금은 그늘진 골목길 목로에 앉아 차 한잔으로 담소를 나눠야 하는 처지다.

심파는 접어 두고 간단한 실례를 하나 들어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히데 다태(秀忠)'로 이어지는 일본바둑 중흥사에 '아사노 나가마사(浅野長政)'가 있다. 이 사람은 히데요시의 오봉행(五奉行)의 일인으로 출발, 이에야스의 측근으로 이에야스 정권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된 인물이다. 아사노는 임진왜란에 참가, 일본 육군의 총참모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구로다 고오다카' 등과 진중에서 바둑을 탐닉하다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바둑마니아였다.

아사노는 이에야스의 바둑친구로 '덕천실기' 장전고보(考譜)'에 이에야스와 바둑을 둔 기록을 20여 건이나 남겼을 정도다. '아사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에야스의 아들 '히데 다태'와도 바둑기록을 수건이나 남긴다. 사실 히데요시는 바둑을 잘두지 못했다. 그의 육성도 바둑에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이에야스가 일본바둑의 대스폰서로 기려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바로 '아사노 나가마사' 이 사람 때문이다.

이 의문을  '임유' '안등여일' 등 일본바둑의 대이론가들도 제기하지 않는다. '아사노'는 한국은 물론 일본 바둑계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기록 속에서 찾아지는 '아사노 나가마사'는 엄청난 사람이다. 덕천막부가 바둑을 후원하게 되는 배후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김옥균의 또다른 기보



필자는 김옥균의 많은 자료를 접하고 동시에 그가 절대고독에 빠졌던 현장을 대면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바둑과 관련된 김옥균의 많은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태반이 과장 부회 그리고 오해의 점철로 얼룩이 졌음을 알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본인방 '슈에이'가 김옥균의 고상한 인격에 매료되어 그의 팬이 되었다는 것이다. 슈에이와 김옥균이 처음 만났을 때에는 김옥균에게는 인격(?)이란 것이 없었다. 김옥균은 피를 나눈 동지이자 친구였던 박영효와 윤치호 등으로부터까지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지탄을 받는 처지에 놓여있던 것이 김옥균의 현실이었다.

- 균은 사람이 아니다. 저런 비루한 자를 믿고 일을 도모했다니 (박영효 사화기략)
- 균은 그런 사람이었다. 염치를 모르는 자다 (윤치호일기)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을 정도까지 추락해 있던 김옥균의 일본생활은 방탕했다. 술과 여자 그리고 온갖 무뢰배들과의 서슴없는 교류는 김옥균의 인격(?)을 끌어내리기에 충분했다.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후꾸자와 유키치'나 '도요마 미쓰루' 즉 두산만까지도 김옥균에 대한 평가는 필설로 옮기기 저어할 정도다. 슈에이도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본인방슈에이는 바둑을 좋아하는 방탕한 조선의 정치망명객을 접대 바둑의 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 때 김옥균은 묻는다.

- 본인방은 일본바둑이 어디서 온 지 아는가?




슈에이는 침묵했다. 당대의 세계 최고수에게도 김옥균의 질문은 화두(話頭)였다. 자신이 세계최고로 잘 아는 분야의 시원(始源)을 묻는 가장 원론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못하던 슈에이는 그날부터 김옥균을 선생으로 모신다.  이들 사이에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우정이 싹튼 발단이 바로 바둑의 이해(理解)였다. 그들 사이에서 풀어진 '바둑의 이해'는  한일간의 바둑의 전설로 손색이 없다.

슈에이의 필체

(이청 작가의 취재노트. 일본측 자료의 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