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엔 하나에서 여섯을 나타내는 점이 찍혀 있다. 이것은 고조선의 유물로 서역에서 들어온 윷판과 병합하여 유행했다. 아직 자식을 출산할 시기는 아니었으므로 사사는 주사위 놀이를 설명했지만 그게 본래 의도는 아니었다. 주사위 놀이는 윷판을 돌리는 효능도 있었지만 이것은 점법(占法)에 활용되었다. 즉, 하나(一)에서 여섯(六)의 숫자가 주는 남다른 길흉사가 있다고 본 것이다.

1은 태초의 시작으로 어떤 것으로도 나눌 수 없는 불가분의 본질을 나타낸다. 양(陽)의 수이며 남성이고 하늘이다. 도교에서는 도(道)가 1을 낳고 1은 2를 낳으며 2는 3을 낳으니 3은 만물을 낳는다고 했다.

2는 뭔가? 대립되는 쌍을 이룬다. 1이 점(點)이라면 2는 길이다. 2는 1에서 출발한 최초의 수이며 최초의 선(善)에서 일탈하는 의미의 죄를 상징한다. 더군다나 2는 순간적으로 타락하기 쉬움을 나타낸다. 연금술에서의 2는 태양과 달, 왕과 왕비, 유황과 수은 등의 대립물이다. 중원에서 가리키는 2는 음(陰)의 숫자이며 지상이자 흉(凶)을 의미한다.

3은 어떤 것인가? 다수이자 이원성을 극복한 전진운동이다. 이 숫자는 ‘모든’이란 단어가 붙을 수 있는 최초의 숫자로 하늘과 땅과 바다로 나타내는 힘의 보편성을 의미한다. 3은 천계의 숫자로 초승달, 반달, 보름달을 나타내며 영혼을 상징한다. 연금술에선 황, 수은, 소금으로 이것들은 영(靈) · 혼(魂) · 육체(肉體)를 나타낸다.  특히 불교에서는 불교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부처 · 부처의 가르침 · 승려 들이다. 3은 길(吉)한 숫자이며 가장 작은 홀수다.

4는 최초의 입체를 나타내는 수다. 완전성을 비롯하여 연대, 합리성 정의다. 불교생명의 나무 담바에는 큰 가지 네 개가 있고 뿌리엔 네 개의 성스러운 강이 흘러나온다. 이것이 자무량심(慈無量心) · 비무량심(悲無量心) · 희무량심(喜無量心) · 사무량심(捨無量心)이다.

자무량심은 안락을 베풀려는 마음이고 비무량심은 다른 사람의 고난을 덜어주려는 마음이고 희무량심은 중생이 기쁨을 얻는 것을 기뻐하는 마음이고 사무량심은 다른 사람에 대한 원한을 버리고 모두 평등하게 대하려는 마음이다. 기독교에서는 4가 육체의 숫자며 3은 영혼의 숫자라 한다. 특히 4는 주사위에서 이길 승산이 많은 숫자다.

도교의 하늘엔 네 명의 수호신이 있다. 옥으로 만든 탑을 들고 있는 이(李), 검을 들고 있는 마(馬), 두 자루 검을 들고 있는 조(趙), 못이 박힌 곤봉을 들고 있는 온(溫) 등이다.

5는 소우주인 인간을 나타낸다. 사지를 뻗어 오각형의 별 모양을 한 사람을 나타내는 숫자다. 오각형별은 끝나는 점이 없기 때문에 다른 별처럼 완전한 힘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5는 어떤 수인가? 5는 여성으로 짝수인 2와 홀수인 3의 결합이다. 또한 5는 명상 · 종교 · 섭리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5는 어떤가? 여기에선 타락 후의 임간 모습이다. 십자가의 다섯 개의 점, 십자가 형을 받은 예수의 몸에 난 다섯 개 상처의 숫자다.

6은 평형 · 조화를 상징한다. 1에서 10까지의 숫자 중 완전수(1+2+3=6)로 모든 수의 중심으로 가장 생산적이다. 서양에서는 주사위에서 6이 다른 숫자를 누르는 가장 강한 수다. 더우기 태양의 바퀴에는 6개의 빛줄기가 있다. 교차되는 두 개의 삼각형, 즉 ‘솔로몬의 봉인’이라는 여섯 개의 꼭지점을 가진 별은 완전한 균형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의 우주관은 6이라는 숫자에 의존한다. 네 가지 기본 방위와 하늘과 땅의 여섯 가지 방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사는 대충 여기까지 풀고 나서 자신이 주사위를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궁주님에게 주사위를 보여드린 것은 여러 뜻이 있습니다만 귀골(貴骨)을 생산하시라는 뜻과 한편으론 건강을 축수하는 도교의 남다른 의미 때문입니다. 이른바 <양생십이단(養生十二段)>이란 것이지요.”

양생십이단은 숫자가 열둘이기 때문에 주사위를 두 번 굴려 몸의 이상과 건강회복을 기구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양생묘결(養生妙訣)>에 있는 것으로 주사위 놀이와 맞아떨어지는 방법이었다.

첫째는 고치(叩齒)로 이를 두드리는 걸 의미한다. 사람의 몸에서 이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근골(筋骨)의 나머지로 항상 위 아랫 이를 마주쳐 근골을 활동하게 해 심신을 상쾌하게 한다(齒爲筋骨之餘常宜叩擊使筋骨活動心神淸)는 것이다. 이때 이는 매번 서른 여섯 번 마주치는 게 올바른 방법(每次叩擊三十六數)이다.

둘째가 연진(嚥津)이다. 이것은 침을 삼키는 것이다. 혀 끝을 위 잇몸에 올리기를 오래 하면 침이 생겨 입에 가득하다. 이때 곧 삼켜 꿀꺽 소리를 내면 진액이 오장 속으로 스며들어 절로 화가 내려간다. 이때 침을 삼키는 것은 많을수록 좋다(嚥數以多爲妙).

셋째가 욕면부(浴面部)다. 얼굴을 세수하듯 하는 걸 말한다. 양손을 비벼 열이 생긴 다음 얼굴과 목의 앞 뒤를 세수하듯이 문지른다.

▲양생십이단은 <양생묘결>에 나오는 장수를 누리는 열두 가지 비방입니다.

▲윷판은 고조선 때부터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