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청’과 ‘Go'

2005-01-27 프린트｜스크랩

여자 프로기사이자 교수인 남치형 초단(명지대 바둑학과)이 독특한 노작을 내놨습니다. 제목은 .

풀이하자면 <현대 바둑용어> 정도가 적당할 듯싶은데, 남치형 교수는 ‘Contemporary’를 ‘잠정적인’이란 뜻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아직 한중일 사이에 바둑용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

여하튼 바둑의 용어를 풀이한 책이 영문으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의 일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해외보급에 관한 한 ‘지존’의 역할을 자임해 온 일본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 의의만으로도 이 책은 일단 묵직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해외 보급에는 인색하기만 했던 한국 바둑계로서는 모처럼 ‘선행’을 한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남 교수의 노작은 몇 년 전 문용직 5단(정치학박사)이 펴낸 저 빛나는 저작 <바둑의 발견> 이후 한국 바둑계가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썩 괜찮은 출판물이라 자부하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옥에 티(옥에 티치고는 꽤 크지만)를 논하자면, ‘바둑’을 표기함에 있어 ‘Baduk’ 대신 일본어 ‘Go’를 채택하고 있음일 것입니다.
남 교수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인터내셔널 감각이 뛰어난 그녀로서는 수십 년 간 ‘Go'가 쌓아 온 국제적 보편성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국의 전문기사가 모처럼 세계 바둑 팬들을 대상으로 내 놓은 영문 출판물에 ‘Baduk' 대신 ’Go'가 박혀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쓴 뒷맛을 남깁니다. 이를 놓고 팬들 사이에서도 꽤 치열한 논박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漢城(한청)’이냐 ‘서울’이냐를 놓고 한중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에겐 ‘서울’이고 ‘Baduk’이겠지요. 누군가 제 이름을 ‘양○○’가 아닌 ‘양지옹모(중국식 발음)’라 부른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기분이 상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을 남 교수가 간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명분과 현실.
그 갈림은 늘 선택이 어렵습니다.
바둑에 있어 ‘두터움’과 ‘실리’만큼이나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양실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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