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까지는 책을 읽거나 직접 지도를 받음으로써, 자동차를 탄 듯 향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앞은 자동차로 갈 수 없는 험한 산길.
자신의 두 발로 굳세게 걸어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다.”<호소카와 센진>




지난 12월 16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는 조촐하지만, 상당히 뜻 깊은
그런 행사 하나가 소리 소문도 없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름 하여 2004년도 하반기 입단자 축하연.
프로에 갓 입문한 여섯 명의 수졸내기들과
그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맘고생 마음고생을 가장 많이 하였을
부모님, 은사님, 그리고 지도사범님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습니다.

당신들의 자녀, 제자들의 모습이 영상물에 등장할 때마다
박수를 치며 좋아하시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 가슴도 난로라도 안은 듯 훈훈해졌습니다.

여섯 명의 수졸들은
2004년 한국 바둑계가 정성껏 골라낸 보석들입니다.
아직은 투박한 원석에 가깝지만
서로가 힘써 노력한다면 틀림없이 머지않아
그들은 한국 바둑계를 반짝이는 찬란한 보석들로 자라날 것입니다.

일본 관서기원의 중진 기사인 호소카와 센진 8단은
새롭게 스타트라인에 선 후학들에게 꼭 이 말을 해준다고 합니다.
호소카와 8단은 스승도 없이, 동료도 없이,
그저 혼자 공부하고 책을 읽으며 프로의 관문을 통과했고,
훗날 관서기원의 존경받는 중진기사가 되신 분입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책을 읽거나 직접 지도를 받음으로써, 자동차를 탄 듯 향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앞은 자동차로 갈 수 없는 험한 산길.
자신의 두 발로 굳세게 걸어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프로의 무대는 구름 속에 묻혀 정상이 보이지도 않는 태산준령.
누구라도 오를 수 있지만
누구나 정상을 밟을 수는 없는, 승부의 성지.

지금까지 역시 험한 산을 넘고 또 넘어 왔지만
이제는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정상을 향한
외로운 등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숨을 곳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건강한 두 발을 믿은 채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성 오청원도, 면돗날 사카다도, 이중허리 임해봉도,
바둑황제 조훈현도, 최강의 이창호도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그 길을 앞서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우리들은 그대들의 등정이 외롭지 않도록
늘 지켜볼 것입니다.
우리들은 그대들이 지쳐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 힘껏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낼 것입니다.

오늘의 이 글이
그대들의 첫 등정을 위한 튼튼하고 편안한
한 켤레 등산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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