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이사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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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이사하는 날
2004-05-17     프린트｜스크랩
한국기원 사무국 이사하는 날.
창밖으론 가는 비가 소리 없이 내렸습니다.

뜬금없이 웬 이사냐구요? 한국기원이 행정 수도 이전 따라 대전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아니냐구요? 설마요 ^^

5월 7일 금요일. 한국기원 3층 사무국에 스피커 소리가 웽웽 울려 퍼졌습니다.
“에에 ~ 오늘 밤부터 사무국 내부 공사를 개시하고자 하오니 각 부서는 짐들을 몽땅 박스에 집어넣고 퇴근해 주시기 바람다.”

그리하여 시작된 짐과의 전쟁.
‘까짓것 두어 시간이면 떡을 치겠군.’하고 슬슬 꾸리기 시작한 짐. 그런데 막상 손을 대고 보니 이거 뱃살과의 전쟁만 어려운 게 아니더이다. ㅜ.ㅜ

웬 살림은 이리도 많누. 평소 정리정돈 안 하고 살기로 유명짜한 양실짱은 남들보다 두 배는 더 품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양실짱의 럭셔리한 외모하는 다르다죠 -_-)

다 끝난 국수전 대진표? 이건 당연히 버리고 …
총재 이사장 축사 파일 … 이것도 일단 버리고 …
이 오래된 기보 복사 뭉치는 또 뭐야? 지저분하게 … 당연히 휘릭 ~
써지지도 않는 펜은 또 왜 이리 많은 거지? 휙휙!!
이건 또 언젯적 케케묵은 자료야? 좌아악~!!! 북북!!

양실짱 : 총무 부장님, 저 바쁘거든요? 공사는 언제까지 하는 거죠?
L부장님 : 토요일이면 완벽히 끝나지.
양실짱 : 그럼 일요일에 나오면 개인 짐 정리를 할 수 있는 건가요?
L부장님 : 핫핫핫! 당근이지. 짐 정리 뿐인가? 인터넷이고 전화선이고 완벽히 해놓을 테니 걱정 말게나.
양실짱 : -_-; 음 ~

뭐 별로 신빙감이 없었지만, 어쨌든 일요일에 출근씩이나 한 양실짱.
계단을 올라 3층 사무국에 들어서는 순간!
>.< 아아! 양실짱은 차라리 두 눈을 꼬옥 감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페인트 아저씨 : 누구쇼?
양실짱 : -_- 직원입니다. 짐 정리 하러 왔는데요.
도배 아줌마 : 짐은 무슨 … 밤 12시에나 되려나? 오늘은 힘들 걸요.
양실짱 : 저어 … 혹시 L부장님 안 나오셨나요?
페인트 아저씨 : 오늘 아무도 안 나왔는디. 그리고 L부장이 누구여?
도배 아줌마 : 거 왜 있잖아요. 말 많게 생긴 사람. 어제도 안 보이는 거 같던데.

눈물을 삼키며 돌아선 양실짱. 등 뒤로 페인트 아저씨의 말이 결국 양실짱을 두 번 죽입니다.

“어이! 직원 양반! 여기 밥은 어디서 시켜 먹어? 어디 자장면 잘 하는 데 없나?”

주말 내내 계속되었다는 공사는 월요일 아침에도 ‘Ing’.
화장실에서 마주친 L부장님. 양실짱이 들어서자 후닥닥 터시고는(?) 바람처럼 사라지십니다. -_-; 으으 ~ 부장니임 ~!!

결국 책상 자리 새로 잡고, 짐 정리 대충하고 나니 화요일 오전. 후유 ~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담배 한 대 맛있게 피워 물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며칠 새 내린 비는 그치고.
파란 하늘이 간만에 흩어진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어 밉니다.
그렇데 이상하군요.
가을의 그것처럼 파란 하늘 …
양실짱의 눈에는 노랗게만 보입디다. >.<


<피에쑤 컷>
양실짱 책상 옆에 아직도 대책 없이 쌓여 있는 누런 박스 아홉 개.
저건 또 언제 치우누 ㅜ.ㅜ



▲이번에 남는 공간으로 꾸민 접견실입니다. 물론 지금 상태로 봐서는 취조실에 가깝다는 … ^^;;



▲ 맨 구석에 숨어 있는 탕비실(이라고는 하는데 도대체 탕비실이 무슨 뜻인지 -_-).
한국기원을 방문하시면 우리 이쁜 여직원이 이곳에서 커피를 끓여 드린다는 전설이 …



▲ 이거 기억하시는 분 계실지 … ^^
컴퓨터도 전화도 불통인 이 전쟁터 속에서도 한 송이 꽃처럼 살아 숨쉬며 ‘밥값’을 하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 직원 출퇴근 기록기입니다 ㅜ.ㅜ



▲ 음 … 여기가 어딜까요? 여직원 탈의실입니다 (쉬잇!)
굿모닝오로 독자 여러분을 위해 양실짱이 ‘×태’로 몰릴 위험을 무릅쓰고 한 장 찍어 봤습니다 -_-; (사실 아직 공사 중이라 다들 들락거립니다만 ^^)



▲ 뽀너스 컷!! 한국기원 ‘객기맨’로 소문난 C차장. 새로 옮긴 자리가 햇빛이 너무 강해 모니터가 잘 안 보인다며 “창문에 썬팅해 줄 때까지 이러고 근무하겠다!”는군요 -_-;; 양실짱은 C차장님의 객기를 ‘존경’하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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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집 ｜  2004-05-17 오후 4:3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움...너무 재밌소. 양실짱이 럭셔리하다는 괴소문만 빼고(이거 양실쨩이 스스로 퍼뜨린 소문이라는 전설이...ㅡㅡ+) 근데 C차장님, 객기맨의 선글래스는 이용복패션 같아보입니당^^  
웃는향이 ｜  2004-05-17 오후 5:5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 웃음이 절로 나네요^^ 추억의 출퇴근 기록카드! 아직도 건재하군요! C차장님 선글라스 쓴 모습도 압권입니다! 양실짱님, 재밌는 글 좀 자주 올려주세요!  
오희 ｜  2004-05-18 오후 2:3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c차장, 혹시 j차장이 아닌가요...아무래도 쌍꺼풀 수술하시고 햇빛 운운 핑계를 대신 듯....^^ 그나저나 접견실은 평소 누구를 위한 공간이져...?  
소라네 ｜  2004-05-27 오후 3:5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머나먼곳 으로만 여겨지는 한국기원 이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되엇으면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사진까지^^  
크러쉬2 ｜  2004-05-28 오후 6:4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 쌍꺼풀에 넘어가네요..이뿌게 잘 나왔나요..? 잼있는 글 잘 봤습니다 양실짱님^^  
양실짱 ｜  2004-06-15 오후 1:1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 이 글 나가고 나서 C차장님으로부터 초상권 침해라는 엄청난 항의를... ㅜ.ㅜ 결국 소주에다 삼겹살로 합의를 보았다는... 희생된 제주 똥돼지 3인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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