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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리포트 …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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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원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단장님, 권PD와 함께 퉁퉁 부운 얼굴을 한 채 아침식사를 했다.
매일 먹는 정식에 질려 소바를 주문해 보았는데 내용은 기대이하. 덜렁 소바 한 덩이뿐으로 흔한 다꾸앙 한 조각 내어주지 않았다.
아참, 양실짱은 일본에 와 식당에 갈 때마다 느낀 점이 있었다.
세상 어느 식당을 가나 점원이 다가와 “더 드릴까요?”하는 사례는 반드시 등장하게 되는데, 한일 간의 매우 중요하면서도 치명적인(?)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 주인 또는 점원이 손님들이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가와 이렇게 말하게 된다.
“손님, 김치 좀 더 가져다 드릴까요?”
“반찬 더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런데 일본은 물론! 이런 일이 있을 리 없다. 단무지 한 조각조차 짤 없이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일본이 아닌가. 여기까지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
그러나 이들도 유일하게 “더 가져다 드릴까요?”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마실 것. 즉 맥주라든가 콜라, 주스 등이 바닥을 보일 때면 백이면 백 바람처럼 달려와서는 “한 잔 더 가져다 드릴까요?”
물론 다 돈을 내야 한다. -_-; (너무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묻지나 말지.)
아침을 먹고 나서는데 유창혁 9단이 홀로 로비를 배회하고 있다. 아침 산책을 다녀오는 모양이다. “식사는 하셨어요?”하는데 “머리가 아파서 …”한다.
선수의 불편함은 곧 수행원의 수치!! 바람을 안고 프론트로 달려가는 양실짱.
양실짱 : 두통약을 좀 살 만한 곳이 있을까요? (없는 거 다 알고 있음)
프론트 : 음 … 이 호텔에는 약방이 없습니다만 …
양실짱 : … … (부담 팍팍 주는 의도된 침묵)
프론트 : 저희에게 구비된 것이 있습니다만 두 알 밖에는 드릴 수가 …
양실짱 : 오오! 감사합니다. 얼른 주세요.
프론트 : ㅜ.ㅜ 여기 있스무니다. (아까운 표정이 역력하다 -_-+ 짠돌이 녀석 같으니라구)
후담이지만 이 두통약, 전혀 효과가 없었단다. 공짜로 준 거라 해서 약효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준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별로였다. 두통약은 역시 펜×이 짱인데 -_-
대국이 시작됐다. 그 동안 대만과 일본은 완파했지만 오늘 중국에게 진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 자칫 죽 쒀서 ×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노릇(실제로 그렇게 되었지만 -_-).
검토실로 와 기보 전송하고, 기사 메모 전하고, 사진도 보내고 … 한숨 돌리는데 낯익은 얼굴 하나가 검토실 한 구석에서 혼자 복기를 하고 있다. 엇! 누구시더라 ….
 “으악! 이세돌 사범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음 … 바둑 끝났어요.”
“뭐 벌써? 지금이 몇 시인데? 어떻게 된 거야?”
“졌어요.”
대착각을 했단다. “역시 선입견을 버려야 돼 …” 하길래 뭔 소리인가 했더니, 두면서 ‘이 대마의 공배는 한 수’라고 일단 생각해 놓으니 정말 한 수로 착각했단다. 우리가 봐도 두 수 맞는데 -_-;
사실 이세돌 사범의 판은 검토실에서도 무조건 이기는 바둑으로 보고 있었다. 서울의 오로 생중계 해설에서도 가장 먼저 승전보를 알릴 ‘보증수표’로 언급하고 있었다는데.
양실짱 : 이세돌 사범. 우리가 2승 3패로 지면 다들 이세돌 사범 탓이라고 달려들 텐데, 이를 어찌 할꼬?
이세돌 : 음 … 뭐 별 수 있겠어요? 유창혁 사범님과 이창호 사범님이 뭐라 하시면 그저 “잘못했습니다”할 밖에.
양실짱 : 최철한 사범이랑 송태곤 사범이 그러면?이세돌 : 나한테 무지 맞는 거죠 -_-+ 아예 오키나와 바닷물 속으로 집어던져 버릴 겁니닷!!
착각으로 놓친 바둑이 아쉽고도 아쉬운지 이세돌 사범이 내내 혼자 중얼중얼 하며 복기를 한다. 그리고 모니터를 통해 다른 선수들의 바둑을 보며 점점 얼굴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두 판은 졌고, 두 판은 이길 것 같고 … 유창혁 사범님 판이 승부판인가 …”
(20분 후)
“아무래도 2승 3패로 질 거 같은 데요 …”
(또 20분 후)
“음 … 잘못하다간 오대빵으로 질 것 같아요.”
아아 … 갈수록 김빠지는 소리만 하고 있는 이세돌 사범. 본인도 맥이 풀리는지 검토를 접고 방으로 올라가 버린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최철한 사범과 송태곤 사범이 나란히 검토실로 들어온다. 패장들의 얼굴이 밝을 리 없다.
“왜 이렇게 다 지는 거야?”
“뭐 안 되는 날도 있죠. 오늘 중국이 잘 두네요. 질 수도 있는 상대들이니까.”
 속도 편하셔라 -_-; 하긴 이런 낙관이 썩 나쁠 것은 없다. 오늘 져도 내일 이길 수 있는 힘의 비결일 것이다.
유창혁 9단은 검토실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방으로 직행한 모양이다. 남은 판은 이창호 9단 뿐. 3일간의 대국 내내 한국팀 중에서는 이9단의 판이 제일 늦게 끝났다.
이창호 9단의 한 집 반승이라 하더니 단장님이 달려와 ‘불계승’이라 정정 하신다. 이창호 9단이 마침 대국장을 빠져 나오길래 연유를 물었더니 왕레이 8단이 계가를 하던 중 던졌단다. 한국에서야 이런 행위가 몹시 ‘괘씸한’ 무례인데 반해 중국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 하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 그래도 그렇지!! -_-+
결과는 다들 아시겠지만 1승 4패로 한국이 중국에 완패했다. 일본은 꼴찌. 주최국도 아프고, 한국도 아프다. 중국만 신이 나 희희낙락이다.
덕분에 시상식이 꽤 길었다. 개개인이 마이크를 잡고 장시간씩 소감을 풀었기 때문인데, 중국 사람들 말 많은 거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운이 좋았다. 이겨서 기쁘다. 이렇게 경치가 좋은 장소에서 대국할 수 있어 즐거웠다” 정도면 족할 텐데 ….
大오키나와 원정의 일정은 호텔 밖 별채의 중국식당에서 가진 리셉션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단상에 오른 CSK의 아오조노 회장님이 꽤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삼년간 오키나와에서 자알 치렀으니 내년 대회는 한국에서 치르겠다는 얘기.
서울 아니면 제주도에서 연단다. 꽤 긴 연설이었지만 마지막 멘트만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강코쿠데 아이마쇼! (한국에서 만납시다)”
 아아, 드디어 모두 끝났다. 오키나와 앞 바다에는 이미 어둠이 먼지처럼 내려앉아 있다. 초여름의 소슬한 밤바람이 땀에 젖은 일행의 얼굴을 슬쩍 건드리고는 시내 쪽으로 흐스스 달아나버린다.
젊은 기사들은 김현정 3단의 안내로 일본 기사들과 어울려 마실을 나설 모양이다. 김현정 3단도 내내 고생이 많았다. 고마움을 표했더니 “효정이에게 잘 해 주세요.”한다. 동생을 저리도 사랑하는 마음이라니 … 아이고 이뻐라 ^^
호텔방에 돌아와 짐을 대충 꾸리고 사다 놓은 캔맥주를 딴다. 어제의 용사들이 하나둘씩 양실짱이 쳐 놓은 베이스캠프로 모이기 시작한다.
양 단장님, 유창혁 9단, 권PD, 그리고 양실짱.
모두들 어제에 비해 한결 말이 없다. 열어놓은 창 사이로 멀리 등대의 불빛이 반짝이고. 하늘엔 보석 같은 별들이 가득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6일.
토끼 같은 아들놈은 차치하고 여우같은 마누라 얼굴도 가는 눈을 뜨게 하는 것을 보면 양실짱에게도 그리 짧은 여정은 아니었던 듯싶다.
오키나와의 마지막 밤.
비워가는 맥주잔이 늘어갈 수록
자근자근한 목소리로 나누는 대화의 폭이 깊어갈 수록
우리 넷의 마음은 어느덧 오키나와의 밤을 닮아가고 있었다.
사요나라, 오키나와.
간코쿠데 아이마쇼.
꼬옥 ~ 아이마쇼.
PS Cut.
양실짱의 오키나와 리포트, 여기까지입니다 ^^
사실 이 리포트를 매일 한 편씩 현지에서 전송해볼 요량으로 무거운 노트북을 짊어지고 도일했지만 글에서도 밝혔듯 열악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3월 19일 첫 날의 리포트 외에는 귀국 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 사정이 좋았다고 해도 과연 하루 한 편의 리포트 작성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썩 자신은 없군요. 이것저것 수행원으로서의 일정이 바쁜 터라 애당초 무리한 욕심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취재와 메모를 틈틈이 남겨 현장감을 살려보려 했는데 어쩐지 코끼리의 다리통만 긁다 만 것은 아닌지 …
오키나와의 5박 6일을 오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
▲ 제3회 CSK배 대국 현황판. 중국 1위, 한국 2위, 대만 4위, 일본이 4위로 최종 결과가 집계됐다.
▲ 제3회 CSK배 우승을 차지한 중국팀. 왼쪽부터 위빈 9단, 왕레이 8단, 딩웨이 8단, 콩지에 7단, 왕시 4단.
▲ 한국팀은 중국팀에 패배,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왼쪽부터 이창호 9단, 송태곤 6단, 최철한 7단, 유창혁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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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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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수고 많으셨구요.다음번엔 상비약정도는 챙겨가셔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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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구리7 |
｜ 2004-04-08 오후 12:0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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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난 이표정이 젤루 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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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용문9 |
｜ 2004-04-14 오후 10:25: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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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양실장님 수고많으셧습니다 한국이 우승햇으믄 더 좋앗겟지만서도.....또 다시 내일을 향해서 걸어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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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期一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