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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리포트 …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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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pm.
깊다면 깊고, 이르다면 이른 밤.
열어 둔 창틈으로 파도소리가 교교하다.
서태평양의 섬, 오키나와.
서울의 우상귀 상계동에서 좌상귀 인천공항으로,
인천공항에서 일본 관서공항으로,
다시 오키나와 나하공항으로 옮긴 뒤 버스로 이곳, 만자비치호텔.
길고도 지루했던 이동의 하루가 힘겹게 마침표를 찍는다. 어휴 ….
방울방울 떨어지던 비가 어느 틈엔가 그쳤다.
모두는 잠이 들었다 … 라고 생각했는데, 발코니로 나가보니 옆의 옆방엔 아직도 불이 들어와 있다.
송태곤 사범의 방이던가? 아니면 최철한?
누군가 역시 쉽게 잠이 들 수는 없었다 보다. 하긴 저 아우성의 파도소리, 초여름의 바람, 수줍은 듯 조용히 불 밝히는 해변의 밤 풍경은 이른 잠을 청하기엔 미안할 정도가 아닌가.
새벽안개 속에 잠겨 있던 인천공항이 마치 일주일전의 그림처럼 까마득하다.
이국의 밤.
LG의 붉은 딱지가 붙은(누가 이런 짓을 -_-;) 컴팩 노트북의 자판을 토닥이며, 양실짱의 오키나와발 리포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아침 8시. 인천공항 C카운터에는 정확히 8명의 출정팀이 집결했다. CSK배 선수단 5명과 단장, 수행원(접니다. 양실짱 -_-), 바둑TV PD.
여기에 출국 모습을 담겠다며 신생 바둑ch팀이 와서는 몇 컷의 그림을 담고 작별했다.
출정팀의 명단을 모를 분이 혹여 있을 법해 일단 밝히자면,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최철한, 송태곤.
단장에 양상국 8단과 수행원 양실짱.
그리고 바둑TV에서는 권정 PD가 이번 CSK배의 원정팀에 합류했다.
 일단 관서공항까지 비행한다. 인천공항에서 오키나와까지 직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3일만 운행하는 탓에 어쩔 수 없는 우회다. 관서공항에서 일본 국내선으로 갈아탄 뒤 다시 오키니와를 향해 날아야 한다.
처음에는 모두 이코노미 좌석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막판에 일본에서 비즈니스석 티켓을 보내주었다. 덕분에 양실짱도 팔자에도 없는 호사를 누려보게 되었다. ^^
이륙하기가 무섭게 스튜어디스 한 명이 이창호 9단에게 다가온다. 슬쩍 엿들으니 조카가 바둑을 배우는데 이창호의 ‘왕팬’이란다. 그래서 또 사인 한 장.
끝인가 싶었더니 이번엔 이세돌 9단에게 사인을 청하고, 내친 김에(?) 유창혁 9단까지. 다섯 명 중 세 명을 착착 꼽는 솜씨(?)를 보니 ‘호오, 제법이시군’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
2시간 남짓 날아 관서공항.
내리자마자 이창호 9단, 밥 생각이 난단다. 기내에서 주었던 식사가 영 아니었던 모양. 하긴 어지간한 양실짱도 간신히 목으로 넘겼다.
오키나와 행 국내선 티켓팅을 마치고 나서 공항 내 식당가를 뒤졌다.
“가볍게 우동이나 한 그릇씩 하지”라는 생각에 들어섰는데, 막상 자리를 잡고 보니 다들 생각이 달라졌다. 애당초 ‘밥 먹으러 가지’라 했던 이창호 9단이 예의 우동 한 그릇에 만족한 반면 젊은 쪽들은 메뉴판 들여다보기에 눈이 빠진다.
아니나 다를까. 네 명 앉은 테이블에 주문은 5인분. 예상대로 잠시 후 다른 점원이 와 재차 주문을 확인한다. 사람은 넷인데 음식은 5인분이니, 소식을 일생의 미덕으로 삼는 일본인들에겐 낯선 풍경일 터.
그런데 막상 나온 음식을 보고 이세돌 9단이 ‘악!’ 소리를 질렀다.
우동은 우동이되 국물 한 숟가락 뜰 게 없는 희끄무레한 면의 더미. 한 가락 집어보니 설상가상 냉기가 휙휙 돈다. 이건 뭔가? 냉 우동 스파게티라 해야 하나?
그걸 본 이창호 9단이 걱정 만땅의 얼굴을 한다. 본인이 시킨 오목우동(일본말로는 고모꾸 우동)도 저런 모양을 하고 있다면 과연 어떨까 싶은 모양이다.
다행히 곧이어 점원이 날라 온 우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 수준(?)의 모양새를 한 정상적인 우동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왜 오목인가 싶었더니 다섯 가지 재료가 들어갔기 때문이란다. 이창호 9단을 따라 시킨 양실짱도 젓가락을 들어 후루룩 ~ .
캬아! 국물은 담백하고 면발은 향긋한 가운데 찰기가 숨쉰다. 과연 우동이 일본음식이란 걸 다시 한 번 혀끝으로 인정하고 만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책을 끼고 있던 이창호 9단은 내내 책에서 눈을 놓지 않는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출국 심사대 줄에서도, 게이트 앞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음식을 주문한 뒤 고 잠시를 아껴가며 독서, 독서, 독서다.
무슨 책을 그리 읽고 있나 슬쩍 보았더니 아하, 베스트셀러인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십니다’.
독서라면 유창혁 9단도 빼놓을 수 없다. 이창호 9단이 한 권을 들고 와작와작 씹어 먹는 정독파라면 유창혁 9단은 완연한 다독파. ‘음식, 그 상식을 뒤엎는 역사’를 들고 있나 싶었는데 잠시 뒤에 보면 ‘한눈으로 보는 조선실록 500년’을 보고 있고, 또 잠깐 눈을 떼었다 싶으면 이번엔 ‘미야모토 무사시’를 들고 있는 식이다.
이세돌 9단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나 싶었더니 공항 흡연실. 그런데 이 흡연실이 또한 신기하다.
어딜 가나 흡연자를 범죄자시하는 한국풍토(-_-+)와 달리 일본공항은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지 않은가. 흡연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환기설치를 갖춘 곳에서 편하게 끽연하면 그만이다. 아하! 거참 편하네.
기분 좋게 연초 한 대 꺼내 무나 싶었는데 자그마한 일본 여승무원이 노란 얼굴로 달려왔다. 인천공항으로부터 짐 하나가 왔는데 미스터 권(바둑TV PD)의 것이란다.
권PD는 “짐을 부친 일이 없는데 뭔 소리”란 표정. 하지만 여승무원이 내민 용지에는 분명 권PD의 영문이름이 나와 있다.
아하! 감이 왔다. 인천에서 짐을 부친 것은 이창호 9단 뿐이므로 뭔가 혼동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음 … 수행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가 봅시다’하고 여승무원을 앞세워 가보니 과연 묵직한 가방 하나가 놓여 있다. 그런데 이것이 이창호 9단의 짐인지 겉으로 봐서야 양실짱이 알 도리가 있나요. 설상가상 가방에 적힌 영문이름 약자는 L.C.H가 아닌 L.K.H였다. -_-; (혹시 이창호 9단의 본명이 이강호?)
다시 먼 길을 돌아와(ㅜ.ㅜ) 이9단을 동행하고 재차 일본 항공사인 ANA 체크인 센터로 가 다시금 짐을 체크 인. 양실짱도 여승무원도 ‘휴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짧은 일본말로 ‘수고하셨습니다’하니 환하게 웃는다. 음, 시간 있으시면 차라도 한 잔 … 이란 말을 일본말로 어떻게 하더라 -_-;
오키나와에 도착하니 CSK배란 팻말을 든 남자 두 명이 보인다. 반갑게 악수하고, 명함을 주고받고. “요쿠 오넹아이 시마쓰(잘 부탁드립니다”하고는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른다.
“화장실 다녀오실 분 미리 다녀 오세요”하는 마중자의 말에 “안 가도 돼요”하던 선수들이, “한 시간쯤 걸려요” 소리에 두 명이 바람처럼 화장실로 달려간다. ^^
 대회장인 만자비치호텔에 도착하니 5시 30분. 시차가 없으니 한국도 5시 30분이다.
각자 방으로 흩어져 숨 좀 돌리고 로비에 7시 집결. 첫 날이니 만큼 모두 함께 모여 저녁을 먹기로 한다.
일식당으로 가니 얼핏 요다 9단의 모습이 보인다. 자리를 잡고 이 식당에서 제~일 잘 하는 정식을(가격은 제~일 적당한 -_-) 주문한다.
긴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내일은 대국도 없으니 편히 한 잔.
너나할 것 없이 생맥주 한 잔씩을 주문하고, 유창혁 9단은 니혼슈(일본술)를 시켰다. 양실짱은 유창혁 9단의 정종을 얻어먹는 한편, 최철한 사범 앞에 놓인 맥주를 ‘맛 좀 볼게’하며 절반가량 마셔버렸다 -_- V
식사 후 모두 해산. 편히 자고 내일 봅시다.
호텔 내 슈퍼마켓에서 안주거리와 맥주를 사서는 몇몇이 단장실에 다시 모였다. ‘면세점에서 사뒀지’하며 단장님이 발렌타인 17년산을 뻥! 따셨다. ^^
12:30 pm.
이제 양실짱도 슬슬 잠을 청할 시간이다.
내일은 일단 오후 6시의 개막식 전까지는 공식 스케줄이 없단다.
두 다리 주욱 뻗고 달콤한 늦잠이나 자야지.
양실짱의 오키나와 리포트.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 /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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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바로 그 내일인데요, 아직까지 2부가 연재되지 않네요. 애타게 기다립니다. 빨리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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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봤습니다 양실짱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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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