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의 청군에 대한 대처는 불가사의라 말한 바 있다. 김옥균과 개화파는 청군에 대한 증오심 외에는 오불관언(?)이었다. 임오군란과 함께 한양에 들어온 청군의 행패는 자심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청나라는 조선에 대해 일종의 우월의식을 갖고 있었다.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알고 있던 청나라에게 조선은 식민지(?)나 한가지였다.

청군의 행패는 우리나라 자료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행패를 당해도 대국의 처분(?)이라 생각한 때문인지 구체적인 행패의 모습을 남기고 있지 않다. 오히려 중국의 자료에서 이 부분을 확인 할 수 있다. 신보(新報)는 중문(中文) 신문으로 영국인(major)이 1862년부터 1872년까지 발행한 신문이다. 이 자료에 1882년 1월21일의 한양 풍경이 들어 있다. 이 자료는 '김성남'의 논문으로 정리가 된 바 있다.

중국 군영에서 고시를 했다.
총을 들고 야간에 군문을 나가 부녀자를 희롱하거나 재물을 강탈하거나 백성을 잡아 가두거나 아편을 하거나 술을 폭음하는 자는 귀를 자르겠다. 특히 양가의 부녀자를 희롱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자는 곤장으로 다스린다.

청나라 군사들의 행패를 청군에서 인지하고 고지(告誌)하는 대목이다. 신보의 기록으로 알 수 있는 청군의 고지는 마지못한 공표(?)였다. 부패한 청군의 기강이 지휘부의 고지로 시정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청군은 한양 시내를 돌아다니며 여자아이들을 잡아 중국 상인들에게 파는 일에 전념했다. 이 사업은 당시 수지가 맞는 사업이었던 듯하다. 신보는 이런 류의 기사가 여러 건 보인다. 심지어 청군은 한양 곳곳에 도박장과 아편 흡인장을 만들어 한양을 더욱 소란스럽게 한다.

탈영병들은 도성 곳곳에 도박장을 차리고 원성을 산다. 이런 자는 잡아 형틀을 씌워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신보

청군의 행패는 단순한 행패와 약탈에 머물지 않았다. 일명 연관(煙館)이란 아편굴을 만들어 한양 백성들을 상대로 아편을 급격하게 퍼트린 일은 큰일 중의 큰일이었다. 아편은 한양 인근의 제물포와 개성까지 퍼져 나가게 된다.

아편문제는 1882년 이후 조선의 골치거리가 된다. 아편은 이미 아편전쟁을 치를 정도로 중국대륙의 뼛속 깊은 병증이었다. 이 아편이 조선에 들어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 1886년 12월31일자 신보는 불과 수년 사이에 조선 전역에 퍼진 아편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일반 백성들도 아편을 한다. 부자집 부녀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몇년이 지나면 동방의 깨끗한 나라 하나가 아편소굴로 변할 것이다.

그랬다. 청군이 한양에 뿌린 아편은 조선의 또 다른 사회병증인 도박과 창년들의 창궐과 함께 사회를 골병으로 이끌게 된다. 특히 1881년과 1883년 조선을 휩쓸고 간 전염병은 조선을 반송장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놀랍지만 외국인이 중국에서 발간한 중문 신문은 이 시대의 조선의 모습을 가감 없이 오늘에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