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BC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16강전
○강동윤 9단 9단 ●한웅규 초단
장소: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
날짜: 2009년 4월 3일


실전 천재의 게으름

한웅규라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한 초단은 2008년에 프로에 입단한 새내기 기사로서 170cm 남짓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모범생’을 떠올리게 한다. 한 초단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뛰어난 기재로 바둑계의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마 그 이후에 재주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아 부진의 늪에 빠진다. 한 초단도 천재형 기사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한웅규 초단은 바둑계에 수재로 입문했으나 자신의 재주만 믿고 공부를 게을리하다 점점 후배들에게 밀렸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열심히 공부해서 19세에 프로가 됐다. 비록 입단은 늦었지만 그의 내공수위를 무시 할 수 없는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소문나있던 천재성 때문이다. 오늘 강동윤9단과의 대전은 그동안 노력했던 공부의 경지를 시험 받는 중요한 일전이 될 것이다.

강동윤9단은 한국 랭킹 2위이다. 강9단은 13세에 프로 세계에 입단하여 줄곧 엘리트코스를 밝은 바둑계 최고 수재이다. 180cm가량의 훤칠한 키, 샤프한 얼굴에는 바둑계 최고 수재로 인정받은 자부심이 선명하게 아로새겨있다. 강9단은 안경 너머로 지긋이 쏘아대는 예리한 눈빛이 매섭다. 대국 도중 눈길이 마주치면 온 몸이 얼어붙을 정도이다.

강9단은 자신의 기량을 현대 바둑에 최적화 시킨 기사이다. 현대바둑과 과거의 바둑을 경계 짓는 것은 TV바둑으로 대변되는 짧은 제한시간이다.

참고도1 정수

과거에는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많아 빠른 수읽기보다는 판 전체를 끌고 가는 대세관이 중요했다. 하지만 초읽기로 요약되는 현대바둑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른 판단력과 침착함이 생명이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거나 침착함을 놓치면 상대는 가차없이 약점을 파고든다. 시작부터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승리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 것이다.

그런데 ‘침착’이 말로는 쉽지만 실제 대국을 할 때는 굉장히 어렵다. 수많은 프로기사들이 평상심(平常心)을 승리의 첫 번째 덕목으로 삼고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으나 실제 대국을 할 때는 번번히 실패한다.

강9단은 현 바둑계에서 ‘침착함’으로 돌부처 이창호9단과 함께 당대 1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꾹 참다가 상대의 허점을 역습하는 능력이 뛰어난 기사로써 바둑이 아무리 불리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참고도2 약간의 실수

두 기사의 초반은 매우 신중하다. 강9단은 다른 바둑에서와 마찬가지로 급하지 않게 천천히 상대의 둘레를 천천히 돈다. 재미있는 것은 한 초단도 이에 똑 같은 작전은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강적을 상대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승패를 떠나 한 초단의 자심감을 엿볼 수 있다.

맞불 작전에 적잖이 당황한 강9단 쪽에서 먼저 실수가 나온다. 백34는 참고도1도가 정수. 흑35가 백의 실수를 응징하는 좋은 감각이었다. 백36도 약간 실수. 참고도2도의 진행이 실전보다 약간 더 좋았다.

<해설|김만수 7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