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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현기경제작 당시 元나라 출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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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元대의 출판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왕정(王禎)은 운(韻)에 따라 목
판 활자를 체계적으로 배열하여 필요한 활자를 편리하게 찾아낼 수 있게 한
‘회전자판법(回轉字板法)’을 발명했다. 당시 현현기경의 제작과 왕정의 인
쇄기술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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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현기경 제작 당시의 원나라 출판술
『현현기경』의 기보나 바둑 문제들은 판각에 새겨 제작했다고 한다. 수많은 바둑 모양들을 정리하고 수정해서 판각하고 이를 인쇄하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진대, 과연 그 당시 원나라 출판술은 어떤 수준이었을까? 원나라 시대에『현현기경』과 같은 기서류(棋書類)의 출판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기로 한다.
원대의 대표적인 과학자였던 곽수경(郭守敬)은 천문, 역법에 정통하여 그가 만든 수시력(授時曆)은 중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었다(신승하, 1998).
각종 역서(曆書)의 발간은 인쇄술과 상관되는데, 원대의 인쇄술은 목판 기술이 크게 발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각종 역서들은 판식(板式)이 복잡하여 고급스런 각판 기술이 아니면 출판이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는 위기서(圍棋書)도 마찬가지이다. 혁판(奕版), 또는 19로반의 바둑판 위에 무수한 ‘수(手)’를 내보여야 하는 최고의 각판술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바둑서들은 상감기법(象嵌技法 -상감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조판술(雕版術)에서는 잘못된 글자가 있다면 그것을 절단해 내고 그 틈 사이에 다른 조각자(彫刻字)를 끼워 넣어 전체의 판면을 회복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러나 위기서에서는 선과 순위를 매긴 모양들을 아울러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난해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도 적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대의 출판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왕정(王禎)은 운(韻)에 따라 목판 활자를 체계적으로 배열하여 필요한 활자를 편리하게 찾아낼 수 있게 한 ‘회전자판법(回轉字板法)’을 발명했다. 그는 문선과 조판 작업의 편리성을 개선하여 인쇄 속도를 배가시켰다. 즉, 전륜배자가(轉輪排字架)를 만들어 인쇄 방법의 새로운 전기를 이루게 했던 것이다(高信成, 2005).
왕정의 인쇄술에 관한 내용은 그의 농학 기술서인『농서(農書)』(1313)에 나온다. 이 책은 당시 22권으로 편찬되었으며, 모두 281폭의 그림(繪圖)도 수록했다(張秀民, 1989). 따라서 목활자가 주석이나 도자기로 된 활자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혀 낸 것도 이 책이었다. 이 시기에 가장 훌륭한 목판 인쇄가 이루어졌다.
원은 여러 출판 관련 기관을 운영했다. 태종 8년(1236) 10월에 경적소(經籍所)를 열었고, 이를 통해 도서 출판 사업을 관장하도록 했다. 이후로 비서감(秘書監), 흥문서(興文署)와 한림원(翰林院) 등을 두어 국가의 출판 사업을 추진했다(高信成, 2005). 원의 인쇄술 중에서 세계 최초로 색도 인쇄를 실현한『金剛般若波羅密經』이 1267년에 나왔다. 홍(紅)과 흑(黑) 두 가지 색으로 인쇄해 냈는데, 이는 독일의『마인츠 성시편(梅因玆聖詩篇, Mainz Psalter)』에 비해 116년이나 앞선 것이다(張秀民, 1989).
원의 이러한 출판인쇄술이 바둑서의 제작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바둑서는 난해한 제작 기술이 동원되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위기서는 이미 주조되었거나 별도로 조각한 활자를 뽑아서(文選) 조판하는 방식이 아니라, 철저한 새김만으로(고정된 기본 판 위에서) 여러 전략을 반영해야 하는 제작체제로 완성하는 서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다른 출판물들은 분리된 활자를 선별하거나 입력하여 그것을 배열함으로써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비하여, 다양한 바둑돌 모양을 입력해야 하는 위기서의 경우는 전혀 다른 형식을 취하게 된다.
바둑문헌의 생산은 각판(刻板) 작업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바둑의 도판(圖版)은 수많은 사례가 주어지므로 제한된 책면에 두루 반영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종선과 횡선의 선분을 넘나드는 끊임없는 전환은 매우 난해한 작업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정확한 표현과 질서의 구분이 명료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장(刻字匠)이 각도(刻刀)를 다룰 때 도촉(刀觸)이 기반상의 선분을 침범한다든지, 순위를 매긴 흑과 백을 혼선한다면 절대로 안 되는 작업이 위기판의 재현술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출판물로서의 위기서 제작은 매우 난해한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위기서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도록판(圖錄版)과 같은 기능도 겸했다. 이 같은 위기서의 출판은 특별히 목판 인쇄술이 크게 발달했던 송․원대에 왕성하게 생산되어 뒤의 명․청대로 이어진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기반(棋盤)을 제작하기 위해 판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비(榧), 회(檜), 행자목(杏子木) 등 특수한 재목을 필요로 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종의 전수물(傳授物)로 보장해 두는 경우였으므로 품위있고 견질의 재목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 문화가 발달할수록 여가 문화의 방법과 종류도 발전한다. 위기술은 그런 점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인들은 그런 위기(圍棋)를 말하여 문화의 ‘괴보(瑰寶)’라 표현하기도 한다(左興, 1999). 위기서(圍棋書)는 특히 목판 인쇄술에 의한 성편 활동에 힘입어 위로는 통치자와 사대부, 그리고 평민들에 이르기까지 널리 전파된 애독서로 전해 내려 왔다. 대부분의 바둑 관련 서적들이 도판을 겸해야 했으므로 이른바 ‘특수 제작’에 따른 성편물로 대종을 이룬다. 이는 이 분야의 도서들이 지닌 특징이다.
과거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서의 위기서는 쇠붙이에 판면을 조각하고 그것에 잉크(먹)를 발라 인쇄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줄곧 목판에 새겨 인쇄했다. 다시 말해서, 쇠의 부식(腐蝕) 처리를 응용한 도판 제작 기술이 개발되기 이전까지는 모두 나무 재료를 이용하여 각판, 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쇠의 부식 기술’이란 금속판에 화학 반응(이를테면, 동판(銅版)에는 염화제이철액, 아연판 및 마그네슘판에는 질산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동판 부식 기술은 20세기 초에 들어와 활성화되었다)을 일으켜 활자나 그림 등의 잉크가 묻는 부분만 남고, 나머지는 소거(消去)되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초보적이긴 하나, 그와 같은 방식에 따라 최초로 조각 동판을 제작한 사례는 1430년 독일에서였다(인쇄문화출판사 편집부,『인쇄대사전』 서울: 인쇄문화출판사, 1992, p.429.) 그 후 16세기 말에 영국에서 인쇄판을 만들 때 ‘부식액(腐蝕液)’을 작용시켜 선화(線畵, a line drawing) 제작을 고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오랫동안 실용화되지 못한 채 하나의 선행(先行) 사례로만 남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중국에서 탁월한 목판 인쇄술이 거듭되었고, 한국에서는 금속활자에 의한 인쇄술 개발도 실현되었는데, 이는 출판의 혁명(The Revolution of Printing) 그 자체였다(Winckler, 1978).
바둑 관련 문헌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에 전래되어 이것이 다시 일본으로 전수되는 과정에서 마침내 3개국에서 정립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각판 기술이 끊임없이 진전되면서 이 분야의 서적도 왕성하게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특별히 위기서는 특정한 도판 중심의 도서이다. 이 때문에 고도의 판식 배열 기술(판식의 진전 과정에서 적용된 각판술)이 아니고서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특히, 판세의 내보임도 낱개 활자로 조판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이처럼 바둑서의 출판술이 난해했음을 고려하면, 『현현기경』의 편저자들이 바둑문헌을 출간하려고 계획한 일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원나라 시대에 출판술이 발달되었지만, 『현현기경』과 같은 기서류(棋書類)는 각판 작업의 난해함 때문에 이 시기의 조판(雕版) 기술의 발전에도 기여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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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징이상훈 |
｜ 2015-09-02 오후 3:15:1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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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필자는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출판학을 전공 (석사)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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