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이 센돌을 상대로 선취점을 올렸다.

2월 25일 여의도 LG트원타워에서 열린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3번기 1국에서 한상훈 2단이 260수 끝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1:0으로 앞서나갔다.

거짓말 같은 완승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이 우세한 가운데 후배기사를 상대하는 부담감이 최후의 변수라고 내다봤고 그 예상은 비교적 적중했다.

돌을 가려 선택권을 잡은 이세돌 9단은 흑을 선택했다. 초반부터 단단하게 실리를 차지하고 두터움을 중시하는 진행을 보인 이세돌 9단은 중반까지 호각의 형세를 이끌었다.

흑이 기분좋은 흐름이라는 평을 뒤로한 채 이9단은 연이어 두터운 자리를 차지하며 다소 둔중한 움직임을 보였다. 충분히 한수의 가치가 있는 착점이었지만 마치 이세돌이 아닌 이창호 9단의 수를 보는듯했다. 한참 후배인 한2단의 중후반 뚝심을 의식하는 듯한 행마였다.

마지막 하변 몸싸움에서 실리의 우세를 차지한 한2단은 중앙에서 끈질기게 버티는 이9단의 승부수를 끝까지 막아내고 천금같은 1승을 거뒀다.

한상훈 2단은 이세돌 9단과의 첫 번째 공식대국에서 백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타일로 승리를 이끌어내 거품이 아닌 정상급 기량과 함께 두둑한 배짱을 보유했음을 증명했다.

국후 한상훈 2단은 "초반은 유리했는데 중반 이후에 조금씩 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패싸움이 끝나고야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며 검토실과는 조금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어 "이전에도 조금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나 큰 차이가 아니라 확신하긴 힘들었다. 우변 접전 이후 크게 싸울 곳이 없었던 것이 주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세돌 9단이 흑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2국때 바꿔 잡으니까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백을 선호하지만 흑이라고 꺼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국에 대한 각오을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오늘 이겼으니 2국에서도 이길 수 있다."며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검토실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입회인 김인 9단과 함께 일찍부터 나온 차민수 4단이 검토를 주도했고 사이버오로와 바둑TV의 해설을 맡은 이성재 8단, 유창혁 9단, 한해원 3단등이 오전에 모습을 보였다. 비해설자(?)로는 이정우 6단과 이현호 초단만 대국을 지켜봤다. 오후에는 지지옥션배 예선을 마친 LG배 해설위원 최규병 9단이 검토실에 들어왔고 대국이 끝날 무렵 김승준 9단과 강동윤 7단이 합류했다.


이어지는 2국은 이틀 뒤인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한상훈 2단이 흑을 잡는다. 이번 LG배 본선에서 한2단은 모든 대국에서 백을 잡고 결승에 올랐고 이세돌 9단은 반대로 흑으로 전판을 이겼다. 흑백을 바꿔진 두 기사가 결승 2국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상훈 2단이 2국마저 승리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면 최단기간, 최저단 세계타이틀 기록을 경신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게된다. 대국을 마친 한2단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직은 번기승부가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세돌 9단도 패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은 듯 밝은 표정으로 복기를 주도했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LG가 후원하는 LG배 세계기왕전은 제한시간 3시간에 초읽기 1분 5회이며 돌을 맞힌 사람이 흑백 선택권을 가진다. 결승전은 3번기로 열리며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 준우승상금 8000만원이다. 사이버오로는 원성진 9단의 해설로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