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라면 서너 컨테이너는 더 팔아야 겠네."

목진석 9단의 3연승이 결정되자 농심 관계자는 농담 섞인 푸념을 늘어놓아 좌중을 즐겁게 했다. 짧은 복기를 마친 목진석 9단은 전날과 같은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3연승에 성공했다. 소감을 먼저 듣고 싶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놀랍기도 하고 기쁘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대국에 임하겠다.

초반에 헤프닝이 있었다. 당황하진 않았는가?

돌을 떨어뜨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대고목이 첫 수라 조금 당황하긴 했다. 나도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대고목으로 맞섰다.


김인 단장이 이창호 9단을 쉬게 하라는 당부를 했다. 선수단 분위기 쇄신에 자극이 되었는가?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창호 9단이 1차전에서 먼저 나오고 싶다는 의견을 비췄다. 사실 다른 선수들은 이창호 9단이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있길 원했지만 본인 의사라면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반대하진 않을 생각이었다.

김국수님의 말씀도 계셨고 이창호 9단이 부산에서 생각을 돌려주어서 조기출전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좌상귀에서 멋진 사석작전을 선보였다. 미리 마음먹고 있었던 것인가?

초읽기 상황이라 미리 계획하거나 하진 못했다. 백이 계속 강하게 나와서 어쩔 수 없었다. 백이 끝까지 잡으러 온다면 실전과 비슷한 진행이 되리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면 전체적으로 조금 불리한 형세라고 생각했다.

사석작전이 통해서 생각보다 어려웠던 바둑이 편해졌다.

항상 대국장에 같은 옷을 입고 대국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사실 갈아입을 옷을 많이 챙기지 않았다(웃음).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아니었는데 계속 이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같은 옷을 입게 되었다.

창하오 9단이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리 예측을 해본다면 어떤가? 그리고 남은 기사들 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생각되는 기사는 누구인가?

다카오 신지 9단과는 아직 대국을 못해봐서 잘 모르겠다. 창하오, 구리 9단과는 몇 번 만났는데 내가 밀리고 있다. 모두들 나보다 강한 기사이기 때문에 이긴다는 말은 못하겠다. 다만 지금은 내가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 좋은 승부가 되리라 본다.

이제 남은 선수들이 얼마 없다. 혼자서 끝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도 한데 어떤가?

그건 그야말로 욕심이다(웃음). 미리 언급했듯이 나보다 강한 기사들이다. 기세를 타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매 순간 열심히 하면 결과는 나중에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연일 계속되는 대국으로 피로가 쌓이진 않았는가?

대국이 끝나면 조금씩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잘 쉬고 좋은 음식먹으면서 충전하고 있으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지금도 컨디션은 최상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미소를 지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먼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한 뒤 올라온 뉴스와 함께 팬들의 댓글도 읽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아직 대회가 끝난 것이 아닌 만큼 특별한 스케줄은 잡지 않았다. 그냥 집에도 전화를 드리고 오늘 바둑도 다시 검토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