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裸道)

1.입원<2>

잊혀지지가 않습니다.도대체가....

병원은 가까웠습니다.
앰불런스에 타고나서 한 10분 쯤이나 흘렀을까요? 저를 호송하던 사내 중의 하나가
병원에 도착했으니 내리십시요.
합니다.내렸습니다.그러자 이번에는
들어가시면 담배 피우기가 힘드시니 여기서 한 대 피우시고 들어가시죠.
하더군요.
맛나게 담배를 피워 물고서 사내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생활에 성실하기는 하여도 세명 모두 재물복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모양으로 고생들을 많이 한 듯한 얼굴이더군요.공연히 정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최대한 다정스런 말투로 말을 건넸습니다. 
힘드시죠?
아~그랬더니 느닷없이 서늘한 눈길로
이제 들어가시죠.
이러잖습니까?
아니? 담배를 몇 모금 빨지도 않았는데 반에 반도 아직 못피웠는데 이제 들어 가자니~? 담배를 끄라니~? 하고 그제서야 은근한 부화통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더군요.한 번 끓어오르니 감정의 파동도 커져서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또 생각을 추스릴 경황도 없이 내몰리 듯이 집에서 빠져나왔던 일에까지 비화되어 가더군요.
아니? 아아~니이~~? 한 밤중에 야심한 시간에 깊고 깊은 심야에 남의 방안에 남의 집안에 예고도 없이 무단으로 침입해서는 병원에서 나왔습니다.같이 좀 가셔야겠습니다.이게 도대체가 무슨 경우냐 이거여~.더군다나 담배도 피우다 말았는데 이제 들어 가시라니 와아 열 받네~.
제가 인간이 좀 이렇습니다.그 상황에서 정작에 중요한 사안은 인신이 강제적으로 구인 당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완전히 뒷전이고 겨우 담배 몇 모금에 애달복달하며 마음을 출렁입니다.뿐만 아니라 그러한 출렁거림조차도 밖으로 표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쥬우~머어~.
몇 번이고 침을 뱉어서 담배불을 정성스럽게 꺼서 휴지통에 버리고 병원 건물의 계단을 밟고 올라갔습니다.

알코올중독 전문클리닉ㅡ정신과ㅡ **의원

병원 현관 유리문에 이렇게 쓰여져 있더군요.
심야라 그런지 한산하데요.로비에는 투실투실 살이 오르고 안경을 쓴 30대 후반의 사내 혼자 뿐이었습니다.그 사내가 보던 신문을 접고 환하게 웃으며
아 오셨군요.
하더군요.그리고 또 병실로인지 어딘지로 인도할 작정인지 저를 향해서 오른손으로 가시죠,하는 모우션을 취하는 동시에 고개를 왼 쪽으로 비틀어서 저를 호송한 세명의 사내들에게 수고하셨다,라는 무언의 고개짓을 주억거립니다.
투실투실 사내를 따라 짧고 좁은 복도를 걸었습니다.전자식 감응방식의 자물쇠가 장착된 육중한 철문이 있었습니다.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철문이 닫힙니다.그 순간 까닭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투실투실 사내가 저를 가장 먼저 인도한 것은 흡연실이라는 곳으로 거기에서
우선 담배나 한 대 태우시죠.
하더군요.그리고 소근소근,그러나 일장 연설을 시작하데요.그 내용은 당시에 제가 상당한 취중의 상태였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억을 못합니다만 요지는 대충 이런 거였습니다.
선생님은 보호자의 보호 요청과 동의에 의해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인 이곳에 오게 되었다.일정 기간 동안 외부와는 격리 수용되며 전화 편지 등 모든 통신 수단과 담배의 수량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그리고 정해진 단주(斷酒)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게 되는데 14주에서 16주 정도의 시일이 필요하다.알코올에 의해 손상되고 황폐화된 선생님 자신의 정신과 육체을 원상복원시키는 초석을 놓는 최단의 시일이 그러하다.그러니 교육에는 적극 동참 협력하고 병원 규칙을 잘 따라주기 바라며 위반시에는 물론 그에 합당한 제재를 받게 된다.이상.
일장 연설을 끝내고 투실투실 사내는 담배부터 내놓으라더군요.내주었습니다.
다음에는 알코올중독자가 입원을 하면 반드시 거쳐가야 한다는 보호실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그곳에는 3,4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더군요.가끔은 주사(酒事)가 심한 알코올중독자도 있고 그런 환자는 힘으로 제어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는 것이어서 그에 대비하여 신환자가 입원을 하면 대기하는 간호보조사들이라더군요.아무튼 노란색 환자복으로 갈아 입으니 조금 지나 여자간호사가 나타나서 뜬금없이 궁뎅이 내미시죠.그럽니다.속으로 좀 놀랐지만 순순히 환의를 걷어내려서 궁둥이를 내어 밀었습니다.주사를 놓더군요.그리고 금방 잠에 떨어져서 푸~욱 잤습니다.훗 날에 알게 되었는데 그 게 일명 코끼리 주사로 불리는 것으로 알코올중독자들을 환자를 잠재우기에 매우 편리하고 강력한 주사인 모양입니다.저의 경우는 한 방에 떨어졌지만 주사(酒事)가 심한 사람은 대여섯 방에도 끄떡없이 견뎌내는 철인들도 있다고 하니 세상이 참으로 넓습니다.

제가 별다른 꿈도 꾸지 않았고 따라서 아마도 콧바람을 쌔엑~쌔엑~내뿜으며 달콤하고 깊은 숙면에 빠져 있었던 모양입니다.누군가가 저를 흔들어 깨우더군요.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눈을 떳습니다.하늘색 환자복을 입은 50대로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빙그레~빙그레~미소를 지으며
식사 하셔야죠?
합니다.그래서
그러쥬우~머어~.
하고 대답을 하면서 몸을 일으키다가 저는 망치로 머리를 심하게 무척 강하게 띠요용~ 된통 얻어 맞는 듯한 강렬한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병원의 보호실은 5인실로 벽면을 따라서 침대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문을 중심으로 왼 쪽으로 침대가 하나 놓여 있고 그에 거의 맞대어진 기역자 형태로 둘,오른 쪽으로 둘이었습니다.그리고 문의 맞은 편에는 캐비닛이 놓여 있는 구도였습니다.저는 왼 쪽의 기역자로 꺽여져서 두 개 놓여있는 침대의 첫 번째에 있었습니다.제가 잠을 잘 때 기역자로 꺽여지는 쪽으로 발을 뻗고 잤던 관계로 몸을 일으키면 앞 침대의 정경을 완전히 고스란히 적나라하게 코 앞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됩니다.
휴우~,그런데 말입니다.제가 몸을 추스리고 아직도 띠요용~거리며 찌근거리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며 처음으로 앞 침대를 바라보게 되었는데요.그 침대의 환자 분의 사지가 태권도나 합기도 유도 등에서 도복의 허리띠로 사용하는 끈으로 묶여 있더란 말입니다.물론 그래도 제가 감정 뿐만 아니라 이성도 조금은 겸비하고 있는 인간임으로 겉으로 들어나게 으아악~하고 비명을 지르지는 못하였습니다.그러나 속으로는 소스라치 듯이 놀라서 으음~음음~하는 신음을 곱씹어 삼키며 제가 처한 상황이 평범한 일상성으로부터는 완전히 궤도가 이탈되어 있다는 사실을 현실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각인시키고 각인시키고 각인시켰습니다. 

                                               <계속>